NBA 경기장 매출 1위, 미국인들이 반한 한국 음식은?

조회수 2020. 9. 23. 00: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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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밥으로 연매출 100억원 올리는 푸드트럭의 정체
컵밥(CUPBOP) 송정훈 대표
춤밖에 모르다 시작한 푸드트럭
20개 팔다가 연 매출 100억 푸드트럭으로

‘연 매출 100억원, 한식 최초 미국 메이저 스포츠 경기장 입점, 유타 재즈 경기장 매출 1위’


시작한 지 5년 만에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음식이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그릇에 밥을 푸고 그 위에 불고기, 잡채, 닭고기 등을 올려 먹는 컵밥이다. 이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미국인들이 길게 줄을 선다. 한국의 컵밥으로 승승장구 하는 곳은 송정훈, 김종근, 박지형 공동대표가 운영 중인 ‘CUPBOP(이하 유타컵밥)’이다.


유타 컵밥은 비밥(불고기 컵밥), 핫밥(돼지 불고기 컵밥), 꼬꼬밥(닭불고기 컵밥), 누들밥(잡채 컵밥), 콤보밥 5가지 메뉴를 판다. 매장에 따라 두부김치밥, 쉐이크밥 등도 있다. 여기에 1부터 10단계까지 있는 매운 소스를 올려준다. 가격은 7.5~12달러(8000원~1만3000원)이다. 원래 주머니가 가벼운 노량진 공시생들이 싼값에 빨리 한끼를 해결하던 음식이 컵밥이다. 이런 컵밥으로 미국에서 연 매출 100억원을 올린 비결을 송 대표에게 들었다.

출처: 컵밥 제공
송정훈, 김종근, 박지형 공동대표

춤 밖에 모르던 ‘딴따라’ 미국으로


학창시절엔 춤에 빠져 살았다. 비보이 크루에서 활동했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대잔치 오프닝 때 무대를 꾸몄다. 1997년엔 국내 최초의 전국댄스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은 가지 않았다. 기획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계속 춤을 췄다. 송대표 부모님은 그런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덧 군대까지 다녀온 아들에게 유학을 제안했다.


“미국에 딱 6개월만 다녀오라고 하셨어요.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정말 가기 싫었죠.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떠났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답답했어요. 한국가고 싶어서 한 달 내내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고 잤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했어요. 돌아가기 전에 영어 몇 마디는 배워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마음가짐이 바뀌니 생활이 재밌었다.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대화를 했다. 랭귀지 스쿨 이후 Salt Lake Community College에 입학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춤을 가르쳤다. 잘하는 것을 하다 보니 친구도 만들었고 영어도 늘었다. 자신감이 생겨 방과 후에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출처: jobsN
첫 번째 사업인 고릴라 VIP 카드를 들고 있는 송대표와 그의 두번째 사업인 컵밥 푸드트럭

고릴라 VIP로 시작해 컵밥까지


미국 생활에 재미를 붙여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송대표의 아내가 된 여자친구는 작은 가방 안에 쿠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했다. 매번 가게에 맞는 쿠폰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교복을 입고 클럽에 들어가면서 신분증을 보여주는 모습이 떠올랐다. 쿠폰을 카드 하나로 통일하면 일일이 쿠폰을 찾을 필요 없어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첫 번째 사업인 ‘고릴라 VIP’를 시작했다.


고릴라 VIP는 제휴를 맺은 음식점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종합 쿠폰 카드다. 혼자일 때는 에피타이저나 음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커플일 때는 1+1, 단체로 가면 30%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30달러였다. 제휴를 맺은 음식점은 직접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홍보를 해주는 식이었다. 처음엔 제휴를 맺기가 쉽지 않았다. “아내와 둘이 영업을 했죠. 중국 프랜차이즈 판다 익스프레스는 40~50번을 찾아갔습니다. 청소를 하고 오픈 준비도 도왔어요. 결국 받아 주더군요. 이렇게 100개 음식점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하려니 벅찼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인 부부에게 공동 대표를 제안했고 그때부터 함께 시작했다. 제휴를 맺은 음식점은 400여 개로 늘었고 웹사이트는 사용자들이 이용하기 쉽게 앱으로 바꿨다. 당장 큰돈을 벌지 못했지만 점점 성장하는 사업에 뿌듯했다. 함께 일하던 박지형 대표가 유타대학 앞에 서 있는 푸드트럭에도 고릴라 VIP영업을 하러 갔다.


5개 트럭에 줄이 길게 서 있는 것을 보고 송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업보다는 푸드트럭에 서 있는 줄에 놀란 것이다. 곧장 푸드트럭으로 간 송대표와 박대표는 푸드트럭 음식을 맛봤다.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것보다 맛있게 만들면 줄이 더 길겠다는 생각을 했죠. 바로 푸드트럭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노량진 컵밥 편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트럭을 샀죠.”

출처: CUPBOP 페이스북
SNS에 검색하면 수 천개의 사진이 뜬다. CUPBOP에서 파는 컵밥

처음부터 잘 나가진 않았죠


요리사가 필요했다. 10년 넘게 한·일식집을 운영하던 지인을 찾아갔다. 김종근 셰프는 마침 일하던 식당을 그만두고 새로운 곳을 찾고 있었기에 컵밥팀에 합류했다. 그 후 송대표, 박대표, 김대표 세 가족이 모여 매일 밤 메뉴를 개발했다. 불고기를 만들어 먹어보고 가장 잘하는 집의 요리법으로 선택했다. 다음날엔 돼지 불고기, 이런 식으로 메뉴를 만들었다. 6개월 정도 메뉴개발에만 매달려 5가지 메뉴를 완성했다.


2013년 5월 유타 시내에 열린 아웃도어 컨벤션으로 첫 장사를 나갔다.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성적을 올렸다. 준비한 150인분을 모두 판 것이다. 앞으로 장사가 잘 될 거라고 믿었고 성공했다는 생각에 신났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컨벤션 이후부터는 거리 장사를 시작했는데 하루에 10~20개 밖에 못 팔았어요. 컨벤션에는 외지 사람들이 많이 왔고 푸드트럭이 3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잘 팔린 것이었죠. 보수적인 유타 사람들에게 낯선 컵밥을 팔기가 어려웠습니다.”


6개월을 고전했다. 고릴라 VIP와 함께해서 더 힘들기도 했다. 결국 고릴라 VIP를 접고 컵밥에만 집중했다. 2014년 참가한 푸드트럭 행사에서 유타 컵밥을 알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때도 옆 트럭은 손님이 길게 줄 섰지만 컵밥 트럭엔 파리만 날렸다. 어떻게 하면 줄을 서게 할지 고민했다. 맛보다는 손님을 끌어 들일만 한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큰소리로 주문을 받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맛보기로 컵밥을 먹여주기 시작했다.


“뒤로 돌아서 큰소리로 컵밥이라고 외치거나 텀블링을 할 줄 알면 공짜로 주는 이벤트를 했어요. 재밌어하고 웃음소리가 나니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맛은 기본이었죠. 줄이 생기니까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시식을 준비했어요. 한국어를 하면 만두를 먹여줬죠. 낯선 음식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한 겁니다. 신선하게 다가갔어요. 소스만 추가해도 돈을 내는 곳인데 한국말 한마디 했다고 만두를 공짜로 주고 덤을 주니까 문화충격인 거죠.”

출처: 방송화면 캡처, 컵밥제공
2015년 촬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컵밥을 칭찬하는 외국인들과 컵밥을 먹기위해 줄 서있는 외국인들.

연 매출 100억, NBA 스타디움 매출 1위


이후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유타 컵밥 SNS에 댓글 많이 단 사람을 뽑았다. 푸드트럭을 몰고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찾아가 컵밥 파티를 열어줬다. 점심시간에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 도시락을 배달해주기도 했다. 고객이 찾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이벤트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점점 입소문이 퍼져 줄 서는 손님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처음 직영점을 오픈한 곳은 유타주에 있는 프로축구 경기장이었다. “경기장 내에 입점하기 위해 찾아갔어요. 스태프 30명에게 컵밥을 만들어 주고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면 입점 기회를 달라고 했죠. 결국 입점 계약을 따냈어요. 그렇게 첫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다른 주에서 온 사람이 경기장에서 컵밥을 먹고 자신의 동네에도 열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가장 요청이 많이 들어온 곳부터 푸드트럭이나 매장을 오픈했죠.”


2015년 가을엔 유타 재즈 경기장에서 먼저 입점제안을 했다. 입점은 물론 무료로 광고까지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컵밥을 모셔간 셈이다. 현재 유타주와 아이다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 푸드트럭 5대, 매장 12개, 스타디움 매장 13개를 운영하고 있다. 연 매출 100억원을 내고 있다. 송 대표는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컵밥 장학금을 만들었다. 푸드트럭을 시작한 계기가 된 유타대학에 1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그는 음식점 대표보다 엔터테이너라고 불리고 싶다고 한다. "맛은 기본이고 음식을 먹는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불친절한 곳은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 컵밥을 먹는 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CUPBOP을 찾는다고 생각해요. 또, ‘컵밥으로 우주정복’이라는 슬로건처럼 CUPBOP을 국제 브랜드로 만들 겁니다. 중국 하면 판다 익스프레스를 떠올리는 것처럼 한국 하면 컵밥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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