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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60점, 오승환은 55점”이라 말한 이 남자는 누구?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 한국인 유일 스카우트 이승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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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
한국인 유일 스카우트 이승원씨 인터뷰
3일간 숙식하며 '선수 평가' 면접보기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라고 하면 화려해 보이니깐 돈 많이 버냐고 하는데,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이 못 법니다. 야구를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못 해요.”


이승원(28)씨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의 스카우트다. 한국 담당으로 국내 야구 경기를 분석하면서 스카우트할 선수를 발굴한다. 애리조나 구단의 스카우트 40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약 10여명. 영어에 능통하고 야구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야구선수들이나 학부모, 프런트 관계자 등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동향에 민감하다. “제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 관계자들이 제 이름도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라는 것은 다 알고 있죠.” jobsN은 이씨를 만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이승원 스카우트.

출처jobsN

월 100만원 받으며 마이너리그부터 시작

이씨는 초등학교 시절인 2001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당시 신발 사업을 하던 부친이 사업 확장을 위해 도미를 결심했다.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고 이듬해인 2002년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사해 의류 도매업을 시작했다. 사막지대에 있는 도시로 선인장과 꿀이 유명한 곳이다.


이씨는 학창 시절 인종차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피닉스는 백인이 많은 지역입니다. 유색인종이라고 친구들이 때리기도 하고, 복도에서 만나면 ‘칭창칭창’(중국어를 빗대 모욕을 주는 의성어)이라고 놀리기도 했죠.”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이씨는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공부와 운동에 열중했다. 그는 키 188cm에 근육질 체형이다. 고교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했다.


이씨는 고교 졸업 후인 2009년 8월 애리조나 주립대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했다. 신문방송학과 과목에 회계와 재무 등 경영학을 같이 배우는 학과다. 농구선수로 대학에 갈 생각도 했지만 선수를 하기엔 키가 작다고 생각해 포기했다.


야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3학년 때인 2012년이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의 마이너리그(루키)팀이 한국인 통역 인턴을 구하는 공고를 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루키팀은 애리조나에 있다. 포수 김성민(25)의 통역 겸 현지 적응을 돕는 일이었다. 하루 이틀에 대학 수업을 몰아서 듣고, 나머지 시간은 김성민 선수와 같은 아파트를 쓰면서 지냈다. 김 선수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학생이지만 정규 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한 이씨는 2013년 계약직으로 구단에 들어갔다. 비록 월 1000달러(100만원) 남짓하는 적은 돈을 받았지만, 구단은 그에게 확실한 기회를 줬다. MLB 사무국에서 진행하는 ‘스카우팅 스쿨’에 그를 보내준 것이다. MLB 사무국이 매년 1회 2주 동안 진행하는 스카우팅스쿨은 전체 30개 구단에서 2명까지 추천할 수 있다. 총 60명까지 추천할 수 있지만, 인원을 안 보내는 곳도 있어 매년 40명 가량이 참석한다. 비용은 100% 소속 구단 부담이다.


스카우팅스쿨에서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은 ‘글쓰기’라고 이씨는 말한다. 메이저리그의 어떤 스카우트가 쓴 보고서를 봐도, 다른 스카우트들이 해당 선수의 플레이를 상상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작성 원칙이다. 투구에서 공이 떨어지는 방향은 물론, 경기 폼, 자세, 인성 등을 꼼꼼하게 쓴다.


“저 볼이 몇 점이라고 생각해?” 끊임없는 질의응답


1년 남짓한 계약직 기간 동안 이씨를 ‘키워’준 사람은 유명 스카우트인 샘 기니(33)다. 지금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선수개발디렉터를 맡고 있다. 샘 기니는 오클랜드 구단 인턴 출신으로 유명 스카우트로 성장한 인물이다. 이씨에게는 롤 모델이었다. 두 사람은 같이 경기를 쭉 보면서 선문답 같이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았다. 스카우트의 핵심역량인 ‘플레이 점수 매기기’ 테스트를 한 것이다.  

샘 기니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선수개발디렉터.

출처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트위터

- 기니: 저거 어때?(What is that?)

- 이승원: 50점 짜리 송구입니다.(That is a 50 arm strenth.)


맞으면 “오케이(OK)”, 아니면 질책이 답으로 돌아왔다. 관례적으로 MLB에서는 투구, 타격, 수비 등에 대해 20~80점 사이로 점수를 매긴다. ‘슬라이더 50점’이면 메이저리그 선수 중 평균 정도의 슬라이더를 던지는 선수라는 뜻이다.


이렇게 수만 건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이씨의 1년은 지났다. 이씨는 이후 뉴욕 양키스 프런트 직원으로 반 년 가량 일한 뒤, 2015년 본인이 꿈꾸던 정식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된다.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가 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원서를 내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스카우트들은 철저하게 타 구단과 경쟁하는 직업이다. 이 때문에 이메일 주소 조차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이씨는 수백장의 이메일을 쓰고 또 썼다. 영문 이름-성 순으로 쓰는 이메일 관례를 감안, 이메일 주소를 추측해서 보낸 것도 수십 장이다.


그 중 한 장에 대해 답신이 왔고, 그곳이 바로 애리조나 구단이다. 이곳의 아시아 총괄 스카우트인 맥 하야시가 “이번에 대만에 출장을 가니, 타이베이의 야구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당시 프리미어12 대회의 예선전을 보면서 같이 식사를 하는 식으로 3일간 면접을 봤다. 이씨는 “박병호, 김현수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서 질문이 꽤 나와서 내 분석을 답했다”고 말했다.


“꿈 이뤄 기뻐…일 많지만 시간은 자유로운 편”


이씨는 ‘덕업일치’(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한 것을 말하는 신조어)를 이뤄낸 사람이다. “꿈을 이뤄서 기쁘게 일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루 일과는 애리조나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지시간으로 저녁 경기라 주로 한국에서는 아침이다. 이후에는 관찰했던 선수에 대한 보고서를 쓴다. 오후에는 경기를 주로 보러 간다. 그는 “일이 적지는 않지만, 스케줄을 자율적으로 짤 수 있어 비교적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국내 야구장에서 경기를 분석하는 이승원 스카우트.

출처이승원씨 제공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스카우트로 2년간 일했지만, 아직까지 이씨는 한국 선수를 구단으로 스카우트한 적은 없다. 하지만 꾸준히 분석을 한다. 스카우트는 사람을 데려오는 일도 하지만, 언젠가 데려올 수 있는 우수 선수에 대해서 촘촘하게 분석하는 일도 한다. 이씨는 “피지컬(신체조건), 밸런스(신체의 균형 감각), 운동신경 등을 중심으로 선수들을 집중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국의 메이저리거에 대해서 몇 점을 매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류현진 선수는 체인지업이 60점, 오승환 선수는 슬라이더가 55점”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씨가 지금까지 가장 높게 평가한 선수는 시카고 컵스의 유격수 에디슨 러셀(24)이라고 한다. 송구, 타율, 홈런(파워), 주루, 수비 등 5가지 항목에서 50점이 넘는 ‘파이브 툴 플레이어(five tool player)’라고 했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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