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아웃 캠페인 벌이는 변호사

조회수 2020. 9. 21. 17: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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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사회가 존경과 발전 가져온다
성폭력 아웃 캠페인 벌이는 이재만 변호사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유명인들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이 충격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여러 사람이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심지어 유명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허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여자들이 살기 좋아지는 세상이 올 거라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남자들만의 행동지침이 돌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심하라, 조심해야겠다”는 말은 많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불분명한 사안에 대한 계량화를 하면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성폭력 아웃’ 캠페인을 벌이는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를 만났다. 주병진, 권영찬, 김현중, 송일국 등 여러 유명 연예인의 변호를 맡아 승소로 이끈 그에게 우선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물었다.


“상대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폭력과 협박에 의해 성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성폭력입니다. 성관계를 해야만 성폭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상대를 강제로 제압하여 포옹하는 것도 성폭력에 해당합니다. 성폭력 안에 성추행이 포함되는 거죠. 성희롱은 성적인 언어나 음담패설 등으로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을 뜻합니다. 성폭력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업무상 성희롱은 징계의 대상입니다.”


미투운동을 통해 새롭게 접하게 된 단어가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는 것이다. ‘위력’의 의미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헷갈리는 부분이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데도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요. 미성년자나 성적 미성숙자가 당하는 경우, 의붓아버지가 엄마와 이혼할까 봐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 생계가 달려있는데 해고당할까 봐 받아들이는 경우 같은 거죠. 폭행이나 협박이 없으니 가해자를 처벌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성폭력 특별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서 위력에 의한 추행죄를 처벌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형법에는 이전부터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위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력에 대한 남녀의 동상이몽


미투운동이 벌어지면서 위력의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판단이다.


“갑을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요구했을 때 상대가 저항하지 않을 경우 서로 생각이 다른 겁니다. 남자는 저항하지 않으니까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여자는 거부할 수 없는 상대여서, 피해를 당할까 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갑을관계에 있어서는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으면 위력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투운동은 예전처럼 미성년자나 성적 미성숙자가 아닌 판단능력이 있는 성인이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했다고 하여 벌어진 일입니다. 위력의 범위가 확대된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성에 대한 감수성이 둔한 기성세대가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안이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0대와 20대는 물론 30대와 40대도 성 인지 감수성이 예민합니다. 남성 국회의원이 흰옷을 입은 젊은 여성 국회의원에게 백합 같다고 말하자 그 여성 의원이 매우 불쾌해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습니다. ‘그게 뭐가 나빠, 예쁘다는데도 난리냐’ 이건 남자들의 생각이고 그 여성 의원은 동등한 위치인데 의원으로 대하지 않고 여성으로 대한 것에 화가 난 겁니다.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읽어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폐해도 생겼다고 한다.


“위력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직장에서 회식을 남자끼리만 한다든지, 해외 출장에 여성은 배제한다든지 하는 ‘펜스룰’이 생긴 건 좋지 않은 일이죠. 여자들이 능력을 발휘하여 유리천장을 깨고 상층부로 가야 하는데 자칫 미투운동이 방해가 될 수 있어요. 정보도 얻고 견문도 넓히고 인맥도 쌓아야 하는데 남자들이 방어막을 치면 여성들의 발전이 더딜 수도 있어요. 그런 일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


미투운동을 보면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 건 판결이 나기 전부터 선정적인 보도가 넘쳐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예전에 가수 김현중 사건을 맡았을 때 보니 단 며칠 만에 1만 건이 넘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인터넷이 도배가 되더군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건이 터지면 즉시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언론사가 늘어나 경쟁이 심해질수록 가십의 대상이 필요하고, 먹잇감이 나타나면 무분별한 보도로 매장해버립니다.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개인의 노력이 사나흘 만에 무너져 내려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날 때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기다려주지 않는 언론의 보도 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이런 여러 문제점을 보면서 이재만 변호사는 성폭력 아웃 캠페인을 결심하고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발걸음을 내디뎠다. 기업, 언론, 교육, 문화예술계 인사 및 시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한 이 변호사는 이 일을 일종의 계몽활동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아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충격을 받았죠. 지금 급히 해야 할 건 여성 가용인력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고급인력인 여성들이 생산 활동에 많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을 실시하여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없어져야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됩니다.”


미투운동은 발전의 성장통

이번 사태를 사회발전의 성장통이라고 말하는 이재만 변호사는 성폭력 아웃 캠페인은 여성이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세상을 지향한다고 했다. 아직 많은 게 불확실한 만큼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은 일절 하지 않으면서 남녀가 서로를 존중하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도지사가 악수한 뒤 어깨를 두드렸는데 그걸 성추행으로 고소하겠다고 한 여성이 있습니다. 예전에 동네 할아버지가 어린아이 고추를 잡고 흔들면서 ‘녀석 실하다’고 한 사건으로 벌금 500만 원을 낸 일이 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학습을 통해 이런 건 안 된다는 걸 어느 정도는 알게 됐지만 더 조심해야 합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정도라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거라고 생각되는 행동은 금해야 합니다. 갑을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도 헤어진 이후에 예전 일을 문제 삼는 경우가 생기니 안전한 이별을 해야 합니다.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되니 매사 조심하며 살아야죠.”


미투운동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우리 사회에서 존경이 사라지는 점이라고 했다.


“‘남자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습니다. 일부의 행태를 일반화하여 남자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남성혐오에 빠지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남성혐오는 자칫 가정해체라는 회복 불가능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국가 발전의 손실을 가져옵니다. 바르게 빛처럼 사는 사람이 대다수인 만큼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사법적 처벌을 받을 사람은 받되 불필요한 폭로전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재만 변호사는 미투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건전해지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jobsN 이근미 객원 기자

사진 jobsN 서경리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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