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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양이 탐정', 집 나간 고양이 어떻게 찾나봤더니

조회수 2020. 9. 21.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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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찾아준 고양이만 3000마리 넘는 '고양이 탐정'

그는 탐정이다. 1997년에 일을 시작해 어느덧 22년 차. 한밤중에 의뢰를 받아 나설 때도 있다. 일을 나갈 때 메는 배낭엔 랜턴과 비상식량, 노트 그리고 고양이 사료가 들어있다. 아직 국가공인 탐정 자격증이 없는 한국에서 무슨 말이냐, 탐정이 왜 고양이 사료를 가지고 다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대답은 ‘고양이 탐정’이기 때문이다. 김봉규씨는 애묘인 사이에선 유명인사다. 실종된 반려 고양이를 찾아준다.


고양이 탐정이 본업은 아니다. 50대인 김씨는 프리랜서 무역 중개인이다. 일을 끝내고 시간이 날 때 고양이를 찾는다. 출장비와 사례비로 받는 돈은 월평균 300만~400만원. 많이 받은 달엔 땐 600만원까지 번 적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7년 우리나라 반려 고양이 숫자가 약 232만마리라고 밝혔다. 2012년(약 115만마리)과 비교해 5년 사이에 120만마리 정도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운다. 예를 들어 가수 이효리는 자신도 고양이를 키웠고 고양이가 집을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jobsN이 김씨를 만나 고양이 탐정에 대해 물어봤다.

출처: 이효리 인스타그램 캡처
연예인 이효리 역시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간 적이 있다고 자신의 책에서 밝혔다

고양이 좋아하는 소심한 소년, 고양이 탐정되기까지


-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고양이를 찾아줬나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키웠다. 성격이 소심해 친구보다 고양이와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았다. 1997년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를 길에서 봤다. 고양이의 생김새를 기억해 뒀다가 며칠 뒤에 찾아서 주인에게 데려다줬다. 주인은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고, 고양이는 그 품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이 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전단지를 볼 때마다 고양이를 찾아다녔다. 의뢰인 중엔 고양이 커뮤니티에 내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쓴 글을 보고 의뢰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었다. 2000년부터 본업에 지장이 갈 정도로 의뢰가 많아졌다. 거절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양이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할 수 없었다. 의뢰는 전화로 받는다. 전용 사이트나 사무실 같은 건 없다.”


- 처음 고양이를 찾을 때 어렵지 않았나

“처음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보통 하루에 열 시간씩 3~4일을 들여 찾았다. 가장 오래 걸렸을 땐 18일 만에 찾았다. 한 동네를 여러 번 돌면서 40~60km를 걸은 적도 있고, 주민들이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해 경찰에 신고했던 적도 있다. 고양이를 찾아 건물 틈새를 다니다 벽에 긁히거나 흙·석면 가루 등을 뒤집어쓸 때가 많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자주 긁히고 물린다.”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고, 경험한 것들을 노트에 정리하다 보니 찾는 시간이 줄었다. 실종 기간, 지역, 고양이 개체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보통 하루 만에 찾는다. 의뢰받은 고양이 중 약 80%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출처: jobsN
김씨는 얼마 전에도 고양이에게 물렸다며 손을 보여줬다

어떻게 찾아서 얼마나 벌까


- 어떻게 찾는 건가

“고양이는 살던 지역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고양이가 갈만한 곳을 걸으면서 찾는다. 고양이는 대부분 손으로 잡는다. 뜰채나 포획틀(고양이가 들어가면 문이 닫히는 우리)을 썼다가 실패하면 고양이가 겁을 먹어 멀리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고양이를 다시 찾기 힘들고 경계를 심하게 해 잡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포획틀은 다른 길고양이를 가둘 수 있어서 쓰지 않는다.”


“고양이를 자주 보면 다가가도 될 때를 알 수 있다. 22년 동안 고양이를 찾다 보니 감이 생겼다. 고양이가 혀로 입술을 핥는 등 긴장한 행동을 할 때는 다가가지 않는다. 내가 가까이 가도 신경 쓰지 않고 평온하게 앉아있을 때 조금씩 다가간다. 사냥하듯 달려가서 낚아챈다고 오해하는 분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당황한 고양이가 몸을 피하다가 다칠 수도 있다.”

출처: 사진 게티이미지

- 배낭엔 뭐가 들었나

“고양이 먹이, 물, 랜턴, 배터리, 노트, 고양이에 대한 자료집 등이다. 고양이 약은 챙기지 않는다. 다친 고양이는 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간다. 자가치료(비전문가가 하는 의료 행위)는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생명을 대하는 일인 만큼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 사례비는 얼마나 받나

“기본 출장비 18만원, 고양이를 찾았을 때 사례비 20만원을 받는다. 의뢰 지역이 멀면 출장비를 조금씩 올린다. 돈은 2005년부터 받기 시작했다. 그 해부터 고양이를 찾다 만난 길고양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돌보고 있다. 사룟값과 동물병원비가 필요해 고양이를 찾을 때마다 사례비로 3만원을 받았다. 당시엔 6마리만 키웠는데 지금은 40마리를 돌보고 있어서 사례비로 20만원을 받는다. 매달 350만원을 고양이를 돌보는 데 쓴다. 사료와 고양이 용품 값, 동물병원비 등이다. 되도록 고양이를 돌보는 데에 필요한 돈만큼만 받으려고 한다. 고양이 탐정 일로 한 달에 약 300만~400만원을 번다. 의뢰는 매달 13건 정도 받는다.”

출처: 조선DB
2005년 김봉규씨가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을 때 찍었던 사진

고양이에 대해 잘 알고 키웠으면, 가끔은 의뢰인에게 화내기도 해


-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고양이를 못 찾으면 며칠씩 악몽을 꾼다. 동물들이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의뢰인 중엔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대처를 잘못한 사람도 있다. 가끔은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낸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 괴팍하다는 후기가 많다. 고양이가 집을 나가는 데엔 주인이 게으른 탓도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의 건강이나 습성 등을 많이 공부했으면 좋겠다.”


- 고양이 탐정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돈보다 고양이와 의뢰인의 처지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고양이 탐정 중에는 그냥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쉽게도 고양이를 못 찾았다”면서 출장비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생명보다 돈이 우선인 사람은 고양이 탐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양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감을 익힐 수 있다. 고양이의 표정이나 습관, 행동 패턴을 빨리 알 수 있다.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양이 탐정은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경험을 많이 쌓길 바란다.”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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