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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3조원 수출…전세계에 한국 지하철 파는 남자

[영업의 기술⑧] 현대로템 전부용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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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의 기술⑧] 현대로템 전부용 부장
입사 후 지금까지 수출액 3조원 기록
1994년 입사 후 25년차 해외영업맨

이 사람은 영업맨이라기보다는 마치 재무담당자 같았다. 인터뷰 시간은 딱 30분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해외 바이어와 상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인터뷰 하루 전에 이메일이 왔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프로필과 사전에 받은 질문지에 대한 답변서였다. 1994년 입사 당시 엑셀이 서툴러서 상사에게 혼났던 기억에서부터 입찰의 과정에 대한 설명까지 다양하게 적혀있었다. 하지만 철저하게 요점만 담은 단문이었다.


시간을 다투는 실시간 대응, 글로벌 공룡들과의 치열한 수싸움, 숫자로 바이어를 설득하는 기술…. 해외영업 25년차인 현대로템 전부용(47) 해외영업1팀 부장의 일상이다. 그는 1994년 이후 지금까지 지하철과 기차 약 30억 달러(3조원) 어치를 수출한 인물이다. 대수로는 약 2000량이다. 길이로만 쳐도 4만m로 지표면에서 성층권까지 닿는 분량이다. jobsN은 지난 11일 경기 의왕 현대로템 본사에서 전 부장을 만났다.  

전부용 현대로템 부장.

출처현대로템 제공

예상 못한 ‘철도 영업’…“용어 익히는데만 1년”


강릉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전 부장은 1994년 12월 현대정공(현대로템의 전신) 철도수출부로 입사했다. 그룹 공채에 합격했는데 철도 쪽으로 배정받았다. 첫 부서는 기차 부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용어 외우는 데에만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업무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래처에서 부품 요청을 받아서 협력업체에 발주를 주는 식의 단순 업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나 고민했죠.”


하지만 제인 오스틴과 베오울프를 읽던 영문학도는 특급 샐러리맨으로 변신했다. “엑셀로 표 하나 제대로 못 만들었어요. PC활용부터 복사기 사용, 기안서 작성까지 모든 것을 회사에서 배운 셈이죠.” 손으로 영문 요청서를 적어서 방글라데시에 팩스를 보내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리던 시절이었다.


회사는 인재를 금세 알아봤다. 3년차 때 해외영업부로 온 이후, 전 부장은 철도차량 해외영업 한 길만 걸어왔다. 첫 해외출장은 파키스탄이었다. 탱크화차 입찰서를 내러 갔다. 대만과 두바이를 거쳐 파키스탄 경제 중심지 카라치에 갔다. “첫 출장이라 긴장했죠. 파키스탄 정부 담당자가 장비별로 원하는 스펙과 가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정말 혼을 빼놓고 받아적은 것 같아요. 이것도 입찰 후보 업체 6곳을 한 곳씩 불러서 부르는 식이라 4시간 동안 기다리는데 온몸이 땀 범벅이 되더군요. 그리고 그걸 다시 현지에서 워드로 정리해 한국에 보고하느라 밤을 샜죠.”


해외철도영업 분야에서 ‘밥값’을 하는 데에는 6년이 걸린다고 전 부장은 말했다. 6년 정도 실무를 익혀야 제안서 ‘리딩(검토)’을 할 실력이 된다. 실제로 입찰 제안서 집필을 하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철도 공룡과 치열한 경쟁…“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어”


전 부장이 현대로템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기차·지하철 프로젝트는 금액 기준으로 30억 달러(3조원)가 넘는다. 후배들 사이에서는 ‘철도 영업의 귀재’라는 별명도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인도 델리메트로 지하철(4억 달러), 아테네 2기 지하철(2억 유로), 터키 이스탄불 전동차(1억5000만 달러), 아일랜드 디젤 기관차·객차(1억 유로), 아테네 3기 지하철(2억 유로), 터키 이즈미르 트램(1억 달러) 등이 있다. 특히 전 부장은 지난 2008년 터키 미즈마라이 전동차 사업(5억4300만 유로)을 수주하면서 국토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 2017년에는 이란 철도청 디젤 기관차·객차 프로젝트(7억2000만 유로)를 수주했다.  

2008년 수주한 터키 미즈마라이 전동차

출처현대로템

영업의 방식은 철저히 ‘팩트’ 위주다. “일단 가격이 싸야 하죠. 그래서 내부 원가 산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하철 전동차 사업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장비 가격 등 원가를 정확히 산정해야, 회사의 이윤폭이 결정되고 협상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바탕으로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최대한 싼 가격을 제시해 바이어를 설득한다. 전 부장이 주력으로 전동차를 수출하는 지역은 중동 지역이 많다. 술을 먹지 않는 이슬람 국가들이다. 미팅 역시 용건만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게다가 해외영업의 세계는 냉혹하다. 유럽의 철도 강자인 알스톰, 지멘스, 봄바르디어는 영원한 경쟁자이자 동시에 협력 파트너다. 카프, 스테들러 등 유럽 중견 철도기업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한다. 중국의 통합 철도제작사 CRRC는 세계 1위의 규모와 원가경쟁력으로 개발도상국 프로젝트를 쓸어담는다. 전 부장은 “글로벌 강자들이 입찰에서는 ‘현대로템은 이런 점이 문제’라는 식으로 약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프로젝트에는 같이 컨소시엄으로 들어가자는 제안도 합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최근 들어 K팝의 영향으로 한국이 이 지역에서 선망의 국가가 된 것은 전 부장의 해외영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한국의 발전상과 국내 최신 철도기술을 보여주려고 현지 바이어들을 국내로 초청하고 있다”면서 “바이어들과 주요 쇼핑센터를 방문하고 K팝 관련 공연 등을 함께 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어들도 한국 출장을 반긴다고 한다.  

전부용 부장은 입찰을 따냈던 이야기를 할 때를 빼고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출처현대로템 제공

전 부장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가슴앓이도 한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라 영업에 차질이 있단다. 지하철이나 기차 등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수출 사업에서는 현지 정부가 요금 등을 걷어서 수년 동안 분할납부 형태로 대금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자까지 쳐서 준다. 이때 중요한 것이 금융기관의 보증과 장기 자금 지원이다.


전 부장은 “이란 정부는 석유 자원은 많지만 외화가 부족해 금융 지원을 해줘야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하다"면서 "보통 국내 은행이 지원 해 주지만 미국의 금융제재로 한국수출입은행 등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동 관계가 좋아지면 지하철 사업 3개 정도는 더 수주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내 산부인과 데려다 주고 바로 회사로…지금도 원망 들어”


전 부장은 해외 철도영업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집에만 들어서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외동딸이 태어났을 때가 그랬다. “딸이 태어나기 전날 인도 지하철 관련 입찰서류를 쓰느라 밤을 새고 새벽에 들어갔어요. 아침에 아내를 산부인과에 데려다 주자마자 회사로 나왔죠. 그날 저녁에서야 아이 얼굴을 간신히 봤는데, 지금도 그 일로 많이 혼납니다.” 그렇게 따낸 입찰이 인도 델리 지하철 전동차 240량 프로젝트다. 현대로템이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한 프로젝트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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