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억원 넘게 버는 택배기사 직접 만나보니..

조회수 2020. 9. 21.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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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진 않다

최근 CJ대한통운은 자사 택배기사 1만7000여명의 평균 소득을 분석했다. 이들의 월 평균소득은 551만원(세전)이었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6600만원 가량이다. 참고로 연봉 6607만원을 받으면, 월급쟁이로는 상위 10%(2016년 기준,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해당한다.


모두 개인 사업자인 택배기사는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을 포함 한 달에 140만원가량의 비용을 쓴다. 즉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평균적으로 한달 약 400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 셈이다. CJ 대한통운은 또 전체 택배기사 중 상위 3%에 해당하는 500명가량은 연 1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고 했다. 

출처: jobsN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박재현 사장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일대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CJ대한통운 박재현(40) 사장도 그 3%에 드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1억원(세전)을 넘게 벌었다. 그는 “한 달에 800만~900만원, 많을 땐 1000만원을 찍었다”면서도 “물론 이런저런 비용과 세금 등을 생각하면 매달 200만~250만원 정도가 빠져나간다”고 했다.


택배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힘들다’는 생각을 떠 울리는 게 보통이다. 박 사장은 “몸으로 하는 일이라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땀 흘려 일한 만큼 벌어가는 정직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땀 흘려 일하면 만족할만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어떻게 일해서 얼마를 벌까?


택배시스템은 어떻게 동작하는가


택배기사를 이해하려면, 우선 택배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한다. 택배는 보통 집하 → 서브터미널 → 허브터미널→서브터미널→배송의 단계를 거친다. 허브터미널은 전국의 택배가 모이는 대규모 물류창고로, CJ대한통운의 경우 충북 옥천과 대전 등 5곳에 있다. 서브터미널은 지역별 소규모 물류창고다. 전국에 200곳 정도가 있다. 이 중 택배기사의 업무는 택배를 보내는 곳에서 물건을 모아서(집하) 서브터미널에 내려주고, 서브터미널에 모인 물건을 차에 실어서 도착지에 전달(배송)하는 것이다.

출처: CJ대한통운 제공
CJ 대한통운 옥천 허브 터미널(좌), 경기도 광주에 건설 중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 조감도(우)

예전엔 택배기사가 오전 7시쯤 출근, 서브터미널에서 자신의 담당구역에 온 택배를 차에 실었다. 그리고 오전 중 배송을 나갔다. 하지만 최근엔 서브터미널에 택배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계인 '휠소터'가 보급되면서 택배기사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졌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대개 서브터미널별로 3~4명씩 조를 편성해 오전 7시, 9시 10시 등으로 나눠서 출근한다"고 했다.


택배 물량이 많은 화·수요일은 보통 오후 8시~10시쯤 배송이 끝난다. 물론 택배기사 마다 맡은 물량이 다르기 때문에 끝나는 시간은 기사마다 천차만별이다. 토요일도 일하지만, 오전이나 늦어도 오후 서너시쯤엔 끝난다. 보통 쇼핑몰 등 물건을 보내는 곳은 토요일에 쉬는데, 이 때문에 집하 물량이 적어 배송에 집중하면 된다. 비슷하게 월요일도 보통 오전에만 일한다. 이유는 토요일과 반대다. 주말에 보낸 물건은 화요일 새벽이 돼서야 서브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송할 물건의 양이 적어서 집하에만 신경쓰면 된다. 일요일엔 쉰다.


처음부터 월 700만~800만원씩 번건 아니다


박 사장은 지난 2009년부터 택배를 시작했다. 그전엔 청소업체에서 물류 쪽 일을 했다고 한다. “청소용품으로 가득 찬 물류창고를 관리하고, 서울 경기 지역 아파트, 빌딩 등에 청소용품을 가져다주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택배랑 비슷하다면 비슷한데, 택배가 일은 좀 힘들어도 수입이 괜찮다는 얘길 듣고 택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그가 월 700만~800만원씩을 손에 쥐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택배를 시작했을 때 받은 돈은 200만원 정도였다. 

출처: jobsN
서브터미널에서 물건을 차에 싣는 박 사장

“일에 익숙지 않은 초보자가 처음부터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엔 물량을 조금씩 받고, 담당구역 지리에 익숙해지고, 노하우가 생기면 물량을 늘려가는 것이죠. 어디가 언제 차가 막히는지, 시기별로 어느 구역 안에서 어떤 물건이 많이 배송되는지 정도는 바싹하게 알아야 합니다. 택배기사가 배송 중 하천에 빠진 아이를 구했다거나, 불이 난 곳을 빨리 찾아가 불을 껐다거나 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그만큼 그 지역을 잘 알기 때문이죠.”


택배기사는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택배를 배송한 만큼 배송비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계약마다 다르지만, 배송비 2500원을 기준으로 대략 800~1000원 정도가 택배기사의 몫이다. 많이 배달하면 할수록 돈을 더 버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처음엔 하루에 100~200개 수준으로 시작하고, 숙련도에 따라 300~400개씩으로 배송 물량을 늘린다”면서 “사람마다 다르지만, 처음 6개월 정도는 일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진 않다


박 사장은 택배기사라는 직업이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우선 보통의 ‘월급쟁이’가 누리는 것들은 누리기가 어렵다. “월급 받는 사람은 여름, 겨울 휴가가 있죠. 저희는 담당구역이 있잖아요. 저 아니면 장기 ‘대타’를 구하긴 어렵습니다. 사실상 휴가를 가기는 쉽지 않죠. 거기에 직장인들은 1시간 혹은 1시간 반씩 점심때가 있잖아요? 저흰 따로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어요. 특히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무렵엔 식사도 제대로 못 할 만큼 바쁩니다. 쉴 새 없이 뛰어다녀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출처: jobsN
트럭에서 물건을 내려 배송하는 박 사장

하지만 박 사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택배 하면 많은 사람이 생수병 6개짜리 한 묶음 들고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올라가는 것을 떠올리잖아요? 물론 그런 물건도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쇼핑이 보편화하면서 몇 개씩 들어도 별로 무겁지 않은 물건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휴가도 비교적 한가한 토·일·월에 갈 수 있습니다. 동료끼리 돌아가면서 담당구역을 맡아주거든요.”


다른 개인사업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도 그가 꼽은 장점이다. “가게 하나 차리려면 인테리어다 임대료다해서 몇억원씩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택배는 택배 트럭만 하나 있으면 됩니다. 2000만원가량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셈이죠. 게다가 다른 사업은 장사가 잘될 때와 안될 때의 편차가 크지만, 택배는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안정적입니다. 저 역시 택배를 시작하기 전엔 맞벌이였지만, 어느 정도 수입이 올라가고서는 혼자서 벌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가능성 큰 직업


물론 단순히 물건을 배달해주는 것만으로는 큰돈을 벌기 어렵다. 많이 버는 택배기사들은 사업장으로 들어오는 택배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이나 도매상들을 고객으로 잡아 그들과 집하 계약을 따낸 사람들이다. 배송을 하면 건당 수수료를 받듯이, 집하를 해도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한 곳에서 여러 건의 물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들이는 시간에 비해 많이 벌 수 있다.


박 사장 역시 지난해부터 하루 배송물량을 100개 정도로 줄이고 ‘영업’에 주력했기 때문에 연 1억원을 넘게 벌 수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사람에 따라 파는 양이 다르지 않습니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에 따라 수입은 달라집니다. 저는 고객을 잡기 위해 물건이 많이 들고나는 곳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물건이 많이 나올 만한 곳을 찾은 다음엔 어떻게 서비스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저에게 물건을 맡기는 고객들은 단순히 100~200원 싼 가격보다도 물건이 늦지 않게 도착하는 것을 원하더군요.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을 맞춰 찾으러 가고, 늦지 않게 배송지로 갈 수 있도록 제때에 터미널에 갖다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운도 따라야겠죠. 담당구역에 대량으로 물건을 보내는 사업자들이 있어야 하니까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택배 물동량은 23억개. 15세 이상 국민 1명을 기준으로 보면 한해에 52개, 매주 1개씩은 택배를 받은 셈이다. 그는 택배기사의 미래는 밝다고 말한다. “저는 택배기사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사업 중에 택배 이용하지 않는 사업이 뭐가 있습니까. 택배가 없으면, 대한민국이 멈출 겁니다. 앞으로도 택배 물량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몸은 좀 힘들지만, 충분히 미래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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