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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SKT 그만두고 1년 세계일주한 부부의 조언

조회수 2020. 9. 21. 17: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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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부부 전제우·박미영씨
디지털 노마드 부부 전제우·박미영씨
2014년 결혼 후 주도적 삶 살고자 퇴사
1년간 세계일주하며 디지털 노마드 가능성 실험

온라인에서 ‘제제미미’로 불리는 전제우(34)·박미영(33) 부부.


통신업체 SK텔레콤 사내부부였던 두 사람은 2015년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5개국 117개 도시를 여행하며 일을 같이 했다. 2016년 7월 한국에 돌아왔다. 애플리케이션 개발·강연·기고·영상 제작·에어비앤비 호스트 등 6~7개 일을 한다. 최근엔 ‘시작은 언제나 옳다’는 책을 냈다. 1년 동안 여행과 일을 함께한 경험을 담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유목민을 의미하는 '노마드'와 디지털을 붙여 만든 말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디지털 노마드가 ‘놀면서 일하는 팔자 좋은 삶’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1년 동안 어떻게 여행하며 일했는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들었다. 

출처: 전제우·박미영씨 제공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


①디지털 노마드를 선택한 이유

2014년 부부는 허례허식이 싫어 ‘셀프웨딩’을 했다. 드레스는 해외직구로, 혼수는 DIY 제품으로 장만했다. 예물은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약지에 새긴 문신으로 대신했다. 결혼식장은 남산공원. 축하공연도 신랑신부가 직접 했다.


결혼식 비용은 360만원. 혼수와 신혼여행까지 모두 합한 비용이 1400만원이었다. 결혼식과 혼수 비용을 줄이고, 2주간 신혼여행에 돈을 더 썼다. 당시만 해도 웨딩업체 없이 직접 결혼식을 하는 부부는 거의 없었다. 불필요한 절차와 비용을 줄이는 ‘작은 결혼식’의 시초인 셈이다.


셀프웨딩 이후 부부는 자신감이 넘쳤다. 마치 축제 같았던 결혼식은 지인 사이에서 화제였다. 결혼식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강연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새로운 삶’이 눈앞에 펼쳐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 돌아오니 일상은 똑같았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펼쳐볼 틈도 없이 무척 바빴어요. 결혼 전에는 업무가 바빠도 만족스럽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문득 회사에서 주는 일만 하는 바보가 되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부부는 주도적인 삶을 위해 퇴사 후 세계일주를 결심했다. 새로운 문화와 생활방식을 경험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행하며 일을 해보기로 했다. 부부는 디지털 노마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전씨는 회사에서 인사교육 업무를 하기 전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일했다. 박씨의 직무는 서비스 기획과 신사업 개발이었다. 둘다 IT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었다. 또 컴퓨터로 업무가 가능했기 때문에 노트북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었다.

출처: 제제미미 블로그
(왼쪽부터) 직접 찍은 웨딩사진과 비행기 모양으로 만든 청첩창. 신랑 신부가 행진할 때 하객들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축하했다.

②예산 계산과 준비

인생의 전환점이 될 세계일주를 결심했지만,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다. 부부는 스무살 때 독립해 학비를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아르바이트비로 충당했다. 결혼 후 집을 마련할 때도 부모님에게 한푼도 받지 않았다.


경비를 계산해보니 1년간 세계일주를 하기 위해선 1인당 3000만원, 총 6000만원이 필요했다. “보통 세계일주 예산보다 좀 더 들었어요. 전세 보증금을 빼고, 적금을 해지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여행하며 돈을 벌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한국에서 3000만원을 모아 가져가고, 나머지는 일을 하며 충당하기로 했습니다.”


수입과 지출을 분석해 불필요한 지출을 없앴다. 또 모아둔 돈과 퇴직금, 에어비앤비 호스트 수입, 강연 수입으로 신혼집 대출금을 갚았다.


또 다른 큰 벽은 부모님이었다. 누구보다 아들딸이 대기업에 다니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들에게 ‘그만두겠다’는 말이 쉽게 나오질 않았다. 제제미미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왜 퇴사하고 세계일주를 가야 하는지’ 발표를 했다.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PPT를 만들었어요. 세계와 한국의 시장경제 흐름, 대기업 근속연수, 퇴직 예상 나이 등을 분석하고, 디지털 노마드로 어떻게 살지 계획을 말씀드렸어요. 한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의외로 쉽게 승낙해주셨는데, 알고 보니 ‘말려도 어떻게든 갈 것 같은 눈빛’이었다 하시더라구요.” 

출처: 전제우·박미영씨 제공

세계일주 중 어떻게 살았나


③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법

부부 모두 IT 엔지니어라는 점을 살려, 세계일주를 하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SNS을 이용해 해당 지역에 있는 여행자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에요트립(Ayotrip)’, ‘움짤’로 부르는 움직이는 이미지 검색 앱 ‘이럴땐 이런짤’, 카드뉴스 앱 ‘좋카만’이 있다. ‘이럴 땐 이럴짤’ 이용자수는 30만명을 넘었고, ‘좋카만’은 직장인들이 강의 도구로 사용하거나 초등학생들이 그림일기를 쓸 때 사용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기업에서 외주를 받아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신혼집은 월세를 놨다. 가끔 언론사에 기고해 받은 돈과 공모전 상금으로 부수입을 올렸다. 생필품과 의류는 최소화했다. 다른 여행자들이 놓고 간 옷을 주워입거나 서로 교환했다.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부터 에어비앤비까지 다양하게 이용했다. 때론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집주인을 대신해 집을 돌보고 집세를 내지 않기도 했다. “호주에서 마당 크기가 7만평인 집과 애완동물들을 관리했어요. 해외에는 이런 서비스가 제법 보편적인데, 주변인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④디지털 노마드가 겪는 위기 '불안함'

출처: 전제우·박미영씨 제공

제제미미가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위해 만든 10가지 규칙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난 날부터 단 하루도 지키지 못했다.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심한 규칙을 만들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출발할 때 그 많은 관심을 받았으니 성과를 내야 하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이었죠.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1년 넘게 매달려 만든 앱은 반응이 좋지 않아서 생각보다 돈이 안모였어요. 여행 100일째 일기에 ‘이 여행은 우리 삶을 바꿀 수 없다’, ‘괜히 떠났다’고 썼어요. 그만큼 절망적이었습니다.”


규칙을 모두 없애고 일도 놓았다. 한달 반 동안 잠적하다시피하며 지냈다. “여행은 수많은 변수가 있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죠. ‘노마드’라고 하니 쉴새없이 돌아다닐 것 같지만, 대개 디지털 노마드는 한 지역에서 6개월 이상 머뭅니다. 새로운 문물을 접하는 것 자체가 인간 뇌를 피로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어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일도 풀리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뚝딱 만든 ‘좋카만’이 화제가 된 것. 여행 초반 만들었던 ‘이럴땐 이런짤’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①깨달음 : 디지털 노마드가 특별한 삶은 아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모아 사진전을 열었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다. 시작은 사소했다. 버킷리스트에 있던 ‘전시회 열기’를 이루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글을 올렸다. 크라우드 펀딩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 전 아이디어만으로 여러 사람에게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열흘 만에 목표 금액 200만원을 훨씬 넘긴 440만원을 모았다.


사진전 주제는 ‘별일 없는 여행’. “여행이 길어지면 일상이 되더라구요. 직장인들은 저희를 보고 자유로운 것 같다 하지만, 예술 종사자 같은 프리랜서들은 저희가 안정을 추구한다 말해요. 사실 대부분 사람이 그런 것 같아요. 적당한 자유로움과 안정을 원해요. 그 두가지를 조율하다 보니, 저희는 디지털 노마드를 선택한 것이죠.”

출처: 전제우·박미영씨 제공

②조언 :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노마드를 택한 이유는 ‘인생은 한 번뿐(You live only once)’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제미미가 말하는 ‘욜로(YOLO)’는 충동적인 삶이 아니다. “미래의 시간과 행복을 끌어다 지금 다 써버리는 게 아니라, 오늘도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해야 진정한 욜로라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퇴사를 하기보다, 퇴사 준비 기간을 가지라 조언한다. “시작은 사소해야 좋습니다. 지금 하는 일 외에 다른 관심 분야에 시간을 들여보세요. 비중을 조금씩 늘려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지 돈을 벌 수 있을지 분석해봐야 해요. 취미로 즐길 때는 누구보다 좋아하는 것 같아도, 막상 직업이 되면 아닌 경우를 많이 봤어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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