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도 관심보인 한국 드론 기술, 그 중심엔 이 여군 있었다

조회수 2020. 9. 22. 1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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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패럴림픽 보안 지킨 여군 최초 드론조종사
36사단 백호부대 윤희영 중사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경비 위해 드론조종사 변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 늘어 뜻깊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3월 18일 막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역사상 가장 안전한 첨단 기술 올림픽”이라고 평가했다. 올림픽에 활용한 드론 탐지 기술은 미국 중앙정보국 CIA도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드론에 열을 감지하는 카메라와 그물을 달아 경기장 주변을 수색하고 수상한 드론을 잡아냈다. 이 경비작전에 투입한 군인 겸 드론조종사는 5명. 그중 여군 최초의 드론조종사가 있었다. 바로 육군 36사단 소속 윤희영(36) 중사다.

출처: 본인 제공
윤희영 중사

윤 중사는 평창올림픽 경비작전을 준비하면서 전문 드론조종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드론조종사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올해 1월 육군정보학교 드론교육원에서 3주간 교육을 받고 3월 8일 최종 실기시험에 합격했다.


평창을 지키는 드론조종사가 되기까지


육군정보학교 드론교육원은 작년 5월 국토교통부 인증을 받아 창설한 공식 교육기관이다. 다른 공식 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이론·시뮬레이션·비행 교육이 120시간 이루어진다. 자체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교육을 마치면 최종 실기시험을 볼 자격을 얻는다. 민간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정한 시험장에서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다시 공식 교육기관에서 20시간 비행 실습을 해야 최종 실기시험을 볼 수 있다.


- 육군정보학교 드론교육원이 일반 드론교육원과 다른 점은.

“원래 드론을 상업적 용도로 쓸 때만 자격증이 필요한데 이곳에서는 군 업무를 위해 지원합니다. 업무에 드론 조종이 필요한 군인들만 교육대상이 됩니다. 1년에 10개 기수를 뽑는데 한 기수에 7~8명만 뽑습니다. 육군정보학교 드론교육원에서 배출하는 드론조종사들은 최전방·해안선을 감시하거나, 재난이 발생하면 인명을 수색하는 업무 등을 맡고 있습니다.”


-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 조종을 할 때 생각보다 드론이 너무 커서 놀랐고, 고가의 장비라서 긴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120시간 정도 받고 나면 직접 운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집니다. 합격률도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기수 합격률은 75% 정도였는데 다른 기수에는 100%일 때도 있었습니다.”


- 평창 올림픽·패럴림픽에서 어떤 경비작전을 펼쳤나.

“정선 알파인경기장 주변에 산악지역·협곡·등산로를 정찰하고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높고 굴곡이 많은 지형이라 걸어서 이동하려면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드론을 사용해 보다 편리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가기 위험한 암벽 근처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이전에도 드론을 접해본 적이 있나.

“부대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인이 드론 항공촬영을 할 때 현장에서 어디를 촬영하는지, 어떤 사진을 찍는지 지켜보곤 했습니다. 소방서, 농업 진흥청 등 주변 기관에서 드론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걸 보면서 군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앞으로 군인 겸 드론조종사로서 국가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가.

“총이나 인력만으로는 국방력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육군에서는 전투복·로봇·드론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전투력을 강화할 방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드론 조종이 부가적인 업무이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직책이 주어지면 도전하고 싶습니다. 6월부터 핵·미사일 등을 감시하고 필요시 타격까지 할 수 있는 드론봇 전투단을 모집하는데 지원해보려고 합니다. 4월에 열릴 '드론 전투 콘퍼런스'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업무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출처: 육군 36사단 제공
평창올림픽 경비작전 중 드론을 띄워 정선 지역을 정찰하는 윤 중사.

부사관 합격 비결, 등산으로 체력·멘탈 관리


윤 중사는 전주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후 외국계 회사에서 2년간 근무하다 26살에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 일반 회사를 다니다 입대를 결심한 계기는.

“집이 전북 익산이었는데 근처에 군부대가 많았습니다. 행군 중이거나, 얼굴을 검게 칠하고 훈련 중인 군인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힘들어 보였는데도 이를 악물면서 꿋꿋이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부사관 모집 포스터에서 만 27세라는 나이 제한을 본 순간 더 늦으면 영원히 해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여군 부사관 경쟁률은 10대 1 정도로 높다. 보병·통신·화학·인사행정·법무 등 병과라고 불리는 분야별로 모집한다. 선발 과정은 1차 필기·직무수행능력, 2차 체력·면접평가 순이다. 필기시험에선 공간능력·지각속도·언어논리(국어)·자료해석(수학)·국사 5과목을 본다. 체력평가 종목은 1.5km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2분), 팔굽혀펴기(2분)이다. 한 종목에서라도 불합격을 받으면 떨어진다.


- 시험을 어떻게 준비했나.

“필기시험은 책과 문제집을 사서 수능 대비하는 것처럼 공부했습니다. 체력평가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각 종목에 맞춰 준비하기보다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했습니다. 헬스장을 끊었는데 거의 안 가고 매일 등산을 했습니다. 시험에 붙을지 떨어질지 알 수없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려고 더 열심히 다녔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체력평가에서 무난히 1등급을 받았습니다.“


힘든 훈련 과정에서 보람 느껴


시험에 붙은 후 5주간 논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10주간 부사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자대에서는 매년 여름 유격훈련과 겨울 혹한기 훈련을 받는다. 주기적으로 모의 전술훈련도 한다. 

출처: 본인 제공
논산훈련소 시절. 윗줄 왼쪽에서 3번째가 윤 중사.

- 훈련 중 기억에 남는 일은.

“훈련소 시절 얼차려를 심하게 받았습니다. 나중에 소대장님께서 이유를 말씀해주셨는데 여자들이 어깨에 타고난 근육량이 적어서 군장을 매는 게 힘들 수 있으니 근육량을 키우려 일부러 많이 시키셨다고 합니다.”


- 고된 훈련을 겪다 보니 동료애가 강할 것 같다.

“며칠씩 못 씻고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면 서로를 향한 동질감과 이해심이 막 솟구칩니다. 전술훈련에서 각 병과가 밀접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때 뿌듯합니다. 매복하고, 수색하고, 부대원들 위치를 확인하고, 적진을 정찰하고, 작전을 통솔하는 등 각각 맡은 역할에 충실해야 어려운 훈련을 실수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 자부심이 느껴진다.

“나라의 보안을 책임지고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국가 행사에서 임무를 맡거나 재해가 발생해 대피·복구작업에 나설 때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 때문에 힘들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경비작전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는데 '편해 보인다', '이것밖에 안되냐'라고 그 모습을 비난하거나 장난처럼 여기는 댓글을 봤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하는 일인데 그런 반응을 보면 조금 힘이 빠집니다.”


- 여군을 지망하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

“군인은 분명 멋지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직업입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데 할 수 있는 업무도 다양합니다. 부대에 와서 업무가 맞지 않으면 병과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든 것을 참아내고 희생할 각오로 지원하셨으면 합니다. 드라마에서 본 듯한 모습이나 공무원으로서 편한 생활을 꿈꾸시는 분은 버티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최하경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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