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목 직장인, 금토 대학생..24살 6년차 "신의 한수였죠"

조회수 2020. 9. 22. 1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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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직장, 주말엔 대학교.. '두 마리 토끼' 잡은 20대 청년들

청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전상태(24)씨는 2012년 12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입사했다. 그는 충북지역본부 주거자산관리본부 소속으로 충북지역 50여개 임대주택 단지 내 기계·소방설비의 유지보수 공사 감독을 맡고 있다. 경기국제통상고등학교를 졸업한 김다은(24)씨도 전씨와 같은 시기 LH에 입사했다. 김씨는 경남서부권 주거복지센터에서 임대료를 받거나 계약을 관리하는 등 주거복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jobsN
경남 진주시 LH 본사에서 만난 전상태(왼쪽), 김다은 주임

어느덧 직장생활 6년차에 접어든 두 사람은 “특성화고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고 입을 모은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우리나라 최대 건설 공기업인 LH에 입사했고, 입사 후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사내 시스템 덕분에 대학까지 졸업했기 때문이다. 일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들을 만났다.


특성화고 선택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

두 사람 모두 중학교 때 성적은 중상위권이라고 했다. 전씨는 어렸을 때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조금이라도 빨리 배울 수 있겠다 싶어 특성화고를 택했다. 김씨는 진학 설명회에서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배우지 않는 국제 상무(商務), 국제 경영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끌려 특성화고를 선택했다. 두사람 모두 은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고, 나란히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LH에 입사했다.


-특성화고에 진학하기로 했을 때 주위의 반대는 없었나요?

(전상태, 이하 전) “주위에서 여러 가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좋아하는 기계공부는 대학가서 하면 된다’는 얘기부터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때는 하루라도 빨리 취업준비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요. 남의 말을 듣고 미래를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어요. 특성화고 졸업하고 대학 진학도 많이 하고, 되려 내신에서는 유리한 측면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특성화고를 선택했습니다.”


(김다은, 이하 김)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어요. 아무래도 부모님 세대는 대학 졸업장이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니까요. 하지만, 특성화고에 가더라도 대학에 갈 수도 있다는 걸 충분히 설명했고, 여기에 저보다 5살 많은 언니가 힘을 보태면서 어머니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jobsN
전상태 주임

-대학 진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텐데요?

(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진학에 무게를 두고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취업의 문이 그렇게 넓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기업들이 고졸 채용을 확대하면서 취업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원서를 넣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수시전형으로 수도권의 한 4년제 대학에 합격한 상황에서 LH 채용공고가 떴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합격했고, 당연히 LH 입사를 선택했습니다.”


(전) “저는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았어요. 공부와 취업을 위한 공부가 다르잖아요. 고3이 되면서 둘 다 병행하기가 힘들어 고민을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결국 무식하게 공부시간을 늘려서 둘 다 준비해보는 걸로 결론 내렸죠. 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그런지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더 악착같이 공부했어요. 한 국립대학교 기계공학과에 합격한 상황에서 LH도 붙었습니다. 고민 끝에 LH를 선택했죠.” 

출처: jobsN
김다은 주임

-LH의 첫 고졸 채용에 응시했는데, 준비과정이 어땠는지요?

(전) “서류전형 - 인적성검사·전공시험 – 임원면접 – 토론면접의 순으로 채용이 진행됐습니다. 전공시험 수준이 고등학교 교과서, 자격증으로 치면 산업기사 정도 수준으로 나왔어요. 고등학교 때 꽤 열심히 준비한 덕분인지 수월하게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 “내신등급 관리는 물론, 전산회계, ERP,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등 자격증을 여러 개 땄어요.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일 조금씩 가다듬었어요. 취업 담당 선생님께 부탁해 모의 면접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주중엔 일하고 주말엔 공부하는 샐러던트


전씨는 2013년, 김씨는 2014년 LH토지주택대학교(이하 LHU)에 입학했다. LHU는 LH가 공기업 최초로 만든 학력 인정 4년제 사내(社內)대학이다. 2018년 신입생 28명을 포함해 총 129명이 건설경영학과 건설기술학과 2개 학과에 재학 중이다. LH가 사내대학까지 설립한 배경엔 능력 있는 고졸 사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토지주택전문가로 키우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해 19명, 올해 12명 총 31명의 LHU 졸업생 역시 모두 고졸사원으로 LH에 입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월~목요일엔 LH직원으로 맡은 일을,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는 LHU학생으로 수업을 들었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직장인을 의미하는 '셀러던트'(Saladent)다. 전씨는 지난해 수석 졸업자, 김씨는 올해 수석 졸업자다. 

출처: LH 제공
지난 2월 23일 열린 제2회 LH토지주택대학교 학위수여식

-LHU에선 무엇을 배웠나요?

(김) “제 전공인 건설경영학과에선 경영학원론, 부동산학개론, 부동산공법 등 일반대학에서 배우는 과목은 물론, 회사 업무와 관련한 주거복지 이론 및 실무, 주택 및 토지공급 실무, 보상 이론 및 실무 같은 과목도 배웠어요. 현재 업무와 관련이 높은 과목을 배우니 일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전) “건설기술학과에서도 건축, 토목, 전기 등 다양한 과목을 배웁니다. 전 특히 LHU가 맘에 들었던 부분이 교수님이었어요. 외부에서 초빙한 분도 계시고, 토지주택연구원의 박사님들도 있습니다. 또 LH 직원 중에서 학력과 경력이 훌륭하신 분들도 교수님으로 계시고요. 이분들은 ‘이론적으론 이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더라’까지 말씀해주셔서 이론과 실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이틀 만에 일반 대학생이 듣는 수업을 모두 들으려면 바빴을 텐데요?

(김) “금요일은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빡빡하게 잡혀 있죠. 식사시간 빼고는 모두 수업입니다. 그래도 평소엔 일요일 하루라도 쉬니까 버틸만한데, 시험기간엔 주말도 없이 계속 공부해야 했죠.”


(전) “일반 대학은 1~2주에 나눠서 시험을 보니까 어느 정도 ‘벼락치기’가 가능하잖아요? 저흰 금요일 토요일 이틀 만에 시험을 다 보니까 그것도 힘들었어요. 시험 몇 주 전부터 퇴근하고 공부하고, 회식 때문에 술이 좀 들어간 상태에서도 예외없이 공부했죠. ”

출처: LH공식블로그
LHU모습.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HU건물입구, LHU의 교호(校號)인 '총명예지', 주말에 머무는 기숙사외부, 내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 “전 입사하고 1년 뒤에 LHU에 진학했습니다. 1년간은 업무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내대학이긴 하지만, 대학을 가려고 회사에 온 게 아니라 일을 하려고 회사에 온 거니까요. 일에 익숙해진 뒤 공부할 때도 어려운 점이 금요일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선배들이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해줘서 다행이었죠.”


(전) “저 역시 맡은 업무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습니다. 물론 주변에 계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제가 공부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되잖아요. 야근을 하거나 일요일에 출근해서 못다 한 일을 한 경우도 꽤 있었어요.”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LH의 핵심인재 될 것”


전씨는 지난해 LHU를 졸업하자마자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올해 졸업한 김씨 역시 조만간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미 취업을 했고, 직장생활도 6년차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계속 자신을 채찍질해가면서 자기계발에 열 올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두 사람은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개인의 발전은 물론 회사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앞으로 들어올 고졸 신입사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고졸 공채 1기인 자신들이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LH는 고졸사원을 꾸준히 채용해왔다. 2012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302명의 고졸사원을 채용했고, 올해도 상반기 중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열 올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전) “LG전자 조성진 부회장님, BMW 코리아의 김효준 회장님처럼 고졸 학력으로 성공하신 분들을 보면, 자신이 맡은 업무는 당연히 잘했고, 거기에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또 우리 회사 충북지역본부에 양현모 과장님이란 분이 계시는데요, 낮에 일하고, 밤에 육아하고, 새벽엔 공부해서 기술사 자격증도 여러 개 따셨더라고요. 이런 분들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능력이 발전할수록 LH의 고객인 국민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김) “저 역시 전상태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자기계발을 통해 업무 능력을 키우고, 그게 고객 만족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앞으로 들어올 고졸 신입사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돼야겠단 책임감도 자기계발을 놓을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김) “LH의 인재채용 방식이 한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저도 더 노력해야겠죠.”


(전) “이제는 ‘고졸’이라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터로 나갈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공부하러 대학을 가기도 합니다. 각자의 선택이 존중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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