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중 7편에 나왔다, 작년 한국영화 단골 직업 1위는?

조회수 2020. 9. 23. 10: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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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
영화 속 많이 등장한 주요 인물 '공무원'
경찰에서 벗어나 9급공무원 등으로 확대
워라밸 챙기고 명예로운 인기 직업 반영

경찰·검사·소방관···. 공무원은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 대학생 취업 희망 직업, 희망하는 자녀 직업 등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는 직업입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영화에서는 '공무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2017년엔 ‘공조’, ‘청년경찰’, ‘더 킹’, ‘신과 함께’ 등 흥행 영화 중심에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물론 공무원을 영화에서 보는 게 드문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2017년엔 유독 등장이 잦았습니다. 매해 흥행 순위 상위 10위권 한국영화를 보면, 2014년엔 공무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순위 내에 없습니다. 2015년에는 2건(베테랑·내부자들), 2016년에는 4건(검사외전·밀정·곡성·마스터)입니다. 하지만 2017년엔 10개 중 7개가 주요 인물 직업이 공무원이었습니다. 

출처: 한국영화산업결산 캡처
2014년과 2017년 한국영화 관객 수 상위 10위

단골은 ‘경찰 공무원’


과거 한국 영화에선 공무원 중에서도 ‘경찰’이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투캅스’, ‘공공의 적’ 등 바로 떠오르는 경찰 영화가 많은데요. 이들은 주로 영화 속에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며 악을 심판해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2017년 히트작 ‘공조’와 ‘범죄도시’에도 이런 ‘전통적’ 형사들이 나왔죠. ‘공조’에서는 이념을 넘어 손잡고 일하는 남·북한 형사들이 나왔습니다. ‘범죄도시’에선 강력반 형사들이 한국을 뒤흔든 신흥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을 이런 전형에서 약간 벗어난 모습으로 그려낸 영화도 있었는데요. 바로 ‘청년경찰’입니다. ‘청년경찰’에서는 베테랑 형사의 모습보다는 어리바리한 경찰대 학생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주인공은 둘인데, 이들 모두 사명감보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경찰을 택했습니다. 한명은 홀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해, 다른 한명은 남들 다가는 카이스트보다 경찰대에 입학하는 게 특별해 보여 경찰대로 진학했죠. 열정만 넘치던 경찰대생이 진짜 경찰로 커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관객이 열의로 가득했던 자신의 사회초년생 시절을 떠올렸다 합니다.

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2017년엔 흥행 10위권 밖 영화에도 주인공이 경찰인 영화가 여럿 있었습니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강력계 형사와 안기부 실장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보안관’과 ‘프리즌’, ‘반드시 잡는다’에선 전직 형사가 주인공입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1987’에선 증거를 인멸하려는 경찰과 진상을 밝히려는 검사·교도관이 대립각을 세웠죠.


다양한 공무원들


법무부 소속 공무원인 검사 또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인데요. 최근엔 이들의 어두운 면모를 다루는 영화가 많았습니다. 2016년 흥행한 ‘내부자들’ 주인공 우장훈 검사는 성공을 원해도 결국엔 부패한 정치권력을 벌하는 정의로운 주인공이었습니다. 반면 2017년 개봉작 ‘더 킹’은 권력을 탐하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꾼’에서도 검사는 소외된 자를 돌보기보다 자신의 야망을 이루는 데 급급했는데요. 김기춘, 우병우 등 검사 출신이지만 정치권력 옆에서 국정농단을 묵인한 이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영화 '브이아이피' 스틸컷

영화 ‘V.I.P.’에서 북한 고위급 간부의 아들을 비호하는 주인공 박재혁은 국정원 직원입니다. 국정원 직원 또한 7급 공무원 공채시험을 거치는 공무원인데요. 실제 국정원 직원처럼 영화 속 인물도 중요임무를 극비리에 맡아 이름과 직업을 숨기죠.


‘강철비’에서 주인공 곽철우는 외교안보수석입니다. 이 직업이 한국 영화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하긴 처음입니다. ‘외교’라는 단어 때문에 외교관인가 싶지만, 사실 행정부 소속입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보좌관으로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담당합니다. 다만 현 정부엔 외교안보수석실이 없습니다. 국가안보실 2차장 소속 외교정책비서관과 통일정책비서관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영화 '신과 함께', '강철비' 스틸컷

‘소방공무원’도 있었죠. ‘신과 함께’에서 7개 지옥을 거친 주인공 김자홍이 소방관이었습니다. 과거 한국 영화에 소방관이 등장하면, 그들의 직업 활동과 애환을 다루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과 함께’에서는 소방관 업무보다 ‘사람’에 집중했습니다. 그가 홀어머니와 동생에게 몹쓸 짓을 하고 죄책감에 집을 나간 뒤, 가족을 위해 휴일에도 일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2017년 흥행작 중 하나인 ‘아이캔스피크’ 주인공 박민재는 9급 공무원입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민원 담당 구청직원인데요. 영화 속에선 그를 ‘신만이 점지해 준다는 신의 직장, 구청에 갓 부임한 남자’라고 말합니다. 원리원칙주의자인 민재에게 선배들은 '복지부동', '면피', '나대지 말라'는 공무원 3대 수칙을 말합니다. 말단 공무원의 소시민적 모습을 풍자하는 장면이죠. 9급 공무원인 민재가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도 지금 청년들의 모습을 반영했습니다. 까칠해 보이던 민재는 나옥분 할머니와의 벽을 허물고, 할머니가 미국 의회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영화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왜 ‘공무원’인가


공무원은 최근 ‘워라밸(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직업으로 꼽히지만, 안정성만이 청년들 사이 인기 요인은 아닙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화나 드라마가 사회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영화·드라마 속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며 “저녁이 있는 삶뿐만 아니라, 나라를 이끈다는 사명감과 명예도 공무원을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이게 한다”고 했습니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입니다.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투철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공익을 위해야 할 공무원이 사익을 챙기고, 불의를 내버려 두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는데요. 이 때문에 최근 한국 영화계는 혼란한 사회를 바로잡는 영웅이면서도 자기 이득에 매달리는 소시민으로 변할 수도 있는, 공무원의 두 모습을 보여준 듯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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