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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뺀 자취방 보증금으로 주 100시간 일해 만들었어요

조회수 2020. 9. 23.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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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실제 모델, 월 매출 5억 데이팅 앱 대표

2017년 방송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주인공 남세희는 야근을 거부해 회사 대표 마상구로부터 잔소리를 듣는다. 마상구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과 대표를 맡아 총학생회장까지 한 리더십 있는 IT 회사 대표. 그는 세상을 알고리즘(어떤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기 위한 절차)으로 이해하는 데이팅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자다. 입사할 때도 자신의 ‘삶의 알고리즘을 회사가 깨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건다.


두 인물의 실제 모델은 데이팅 앱 글램을 만든 큐피스트의 안재원(31) 대표다. 그는 건국대학교에서 마상구처럼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매년 과 대표를 맡아 2013년 4학년 때 총학생회장을 했다. 그리고 남세희처럼 “사람의 성격은 알고리즘과 같다”고 생각해 2016년 프로그램으로 이상형을 찾아주는 글램을 개발했다. 2017 8월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작가가 인물 설정에 참고하고 싶다며 찾아와 안 대표를 인터뷰한 것이다.


안 대표는 2015년 5월 부모님 몰래 뺀 자취방 보증금 1000만원과 대출금으로 창업했다. 2017년 12월 글램은 구글 코리아의 ‘올해를 빛낸 소셜 앱’에 뽑혔다. 누적 회원 수는 2018년 2월 100만 명을 넘었다. 월 매출은 약 5억원이다.

출처: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캡처
배우 이민기가 연기한 남세희 역. 안재원 대표의 성격을 참고해 만든 인물 중 하나다.
출처: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캡처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나온 글램

디자인 전공한 총학생회장, 앱 창업까지


- 창업은 언제부터 꿈꿨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과 대표를 하다가 4학년 때 총학생회장을 맡았다. 총학생회장이었을 때 학교 앱에 알람 기능을 넣다가, 친구들끼리 아침에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알람 앱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졸업해 같은 해에 앱을 만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어떤 앱이 인기 있을지 고민하다가 데이팅 앱을 떠올렸다. 친구들과 매주 100시간씩 일해 2015년 5월 데이팅 앱 글램을 완성했다.”


- 왜 데이팅 앱을 떠올렸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데이팅 앱이 적어 보였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상대방을 소개해주기보다는 위치 서비스로 가까이 있는 사람을 무작정 이어주는 앱이 많았다. 사진과 간단한 신상정보만 보여주는 기존 프로필 양식도 부실해 보였다. 취미를 즐기는 모습, 일상, 가치관 등 사용자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매력을 사진으로만 판단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도 생각했다.”


“연애는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취업에 쫓기는 청년들은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다닐 여유가 없다. 취업준비생에게 연애는 사치라는 뜻으로 ‘연애질’이라며 낮춰 부르기도 한다. 청년들이 누리지 못하고, 낮게 평가받는 연애를 일깨워주고 싶었다. 내가 만든 앱이 사람들에게 인연을 맺어준다면 짜릿할 것 같았다.”


- 졸업한 뒤에 바로 창업했는데 자금은 어떻게 모았나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부모님 도움은 받지 못했다. 동생한테 빌린 300만원, 후배 한 명과 동업자 두 명에게 각각 빌린 200만원, 부모님 몰래 뺀 자취방 보증금 1000만원, 신용대출 3000만원으로 큐피스트를 세웠다. 보증금을 빼서 동업자 자취방에 살아야 했다. 배수진을 친 심정으로 일했다.”

출처: 안재원 대표 제공
안재원 대표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게 기술의 역할


-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나

“2015년 11월에 안드로이드 베타 버전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안 좋았다. 사용자가 적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확률도 낮다. 그래서 가입했던 사람들도 곧 탈퇴했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2016년 4월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새 버전을 냈다. 모든 지인에게 가입을 부탁했는데 가을부터 사용자가 늘었다. 그때 처음 적자를 면했다. 점점 사용자가 늘어 2017년엔 구글 코리아가 ‘올해를 빛낸 소셜 앱’으로 선정했다. 2018년 2월 누적 사용자 100만 명을 넘었다.”


- 특별히 신경 쓴 기능이 있다면

“사용자를 잘 알 수 있는 프로필을 만들려고 했다. 음주·흡연 여부에 ‘네’, ‘아니오’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을 때만 술을 마신다’, ‘술을 마셨을 때만 담배를 피운다’는 답할 더했다. 이상형 칸엔 ‘고양이상’, ‘강아지상’, ‘애교 있는’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넣었다. 선호하는 데이트 방식도 ‘맛집 투어’ 등으로 적어 연애 방식이 비슷한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SNS처럼 일상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쓸 수 있는 기능도 만들었다. 딱딱한 신상정보보다 SNS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고·성매매 목적으로 가입한 이들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사용자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주고, 연애라는 앱의 본질을 흐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매매는 불법이고. 글램은 전화번호나 페이스북 아이디를 관리자에게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 광고·성매매를 한 아이디는 탈퇴시켜 영구적으로 가입을 막는다. 글램 사용자는 모두 자신의 사진을 프로필에 올려야 하는데, 영구 가입 정지한 계정 사진은 프로그램에 저장한다. 나중에 다른 페이스북 아이디나 전화번호로 가입했을 때 사진을 보고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출처: 글램 캡처
프로필 선택지가 다양하다. 프로필을 만들고 나면 관리자가 전화번호나 페이스북 주소, 사진을 확인한다.

- 사용자를 등급 매기는 기능도 있나


“다른 사용자들이 평가한 점수로 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 등급을 나눈다. 글램은 같은 등급의 사용자끼리만 이어준다. 자신의 프로필을 가꾸면 더 높은 등급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는 걸 불쾌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진화론적으로 인간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대를 만나려고 한다. 등급이 높은 사용자 입장에서 등급이 낮은 이를 계속 소개받으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등급이 같은 사용자끼리만 이어준다.”


- 등급이 같은 사람보다 가치관 등이 잘 맞는 사람을 이어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글램은 단순히 등급이 같은 사람을 이어주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잘 맞는 사람을 찾아주는 앱이다. 그래서 프로필에 상세하게 만든 거다. 앞으로도 사용자의 매력을 더 많이 보여주고, 어울리는 사람을 더 잘 찾아주는 방법을 개발할 거다. 요즘엔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프로필에 목소리나 음악, 동영상을 올리는 기능을 더하고 있다.”


“상대를 가장 잘 아는 방법은 직접 만나는 거다. 표정, 말투, 몸동작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연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을 일일이 만나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글램은 상대를 직접 만날지 결정하기 전에 참고하는 수단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 일상보다 데이팅 앱에서 인연을 찾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나


“사람마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다르다. 하지만 상대와 안정적이고 행복한 관계를 쌓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다. 이혼전문가들은 중매결혼보다 연애결혼의 이혼율이 더 높다고 한다. 조건이 좋다고 꼭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지만, 조건이 맞지 않을 때 사랑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안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상대를 찾아주는 게 우리 앱의 역할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한정적인 사람들보다는, 사용자가 많은 앱에서 인연을 찾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출처: 안재원 대표 제공
안재원 대표와 큐피스트 직원들

창업을 꿈꾸는 이에게


- 2017년 방송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라는데


“2017년 8월쯤 작가가 내 성격과 대학 생활을 인물 설정에 참고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세상을 알고리즘으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은 이민기 씨가 연기한 주인공 남세희 역 설정에 사용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과 대표와 총학생회장을 줄줄이 맡고 IT 회사를 차린 이야기는 박병은 씨가 연기한 마상구 역의 인물 설정에 썼다.”


-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자존감이다. 내가 날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직원과 고객도 사랑할 수 있다.”


- IT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위대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애매하게 좋다는 평을 받으면서 시작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미 누군가 만들었거나, 곧 대기업이 발을 들여 경쟁에서 밀릴 거다. 반대로 실용성이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는 사업으로 진행할 수 없고. 그 사이에 있는 ‘애매하게 좋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만큼이나 좋은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힘들 때마다 동료들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함께 할 사람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게 좋다. 친구들한테 “주위에 개발자 없냐”며 아무나 데려오기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사람을 찾길 바란다. 직무보다는 적성, 적성보다는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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