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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박명수 옆에 이 남자, 알고보니 '유재석'이었다

조회수 2020. 9. 23. 11: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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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유재석이라고 불리는 이 사람의 정체
필리핀 유재석 ‘라이언 방’
타갈로그어 못해 50번 NG 내기도
“전 세계 사람을 웃기고 싶어요”

"Korean heartthrob Ryan Bang Bang Bang~(한국의 여심저격남 라이언 방)”


특유의 에너지로 방청객과 시청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방송인. 그는 필리핀 시청률 1위 예능 프로그램 'It's Showtime'의 유일한 외국인 MC다. 유창한 타갈로그어(필리핀어)와 영어를 구사해 필리핀 사람으로 보이지만 서울이 고향인 한국인이다. 최근엔 무한도전에 출연해 ‘필리핀 유재석’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필리핀 유재석이 되려면 멀었다고 말하는 이 사람. 필리핀 인기스타 라이언 방(Ryan Bang·방현성·27)이다.


잇츠쇼타임을 포함해 개그 프로그램 Banana Sundae, 여행 리얼리티 Kaya Mo Bang, 드라마 Sana Dalawa And Puso, 총 3개의 예능 프로그램과 한 편의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방송 녹화가 없는 날엔 영화촬영을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바쁘지만 행복하다. 필리핀의 유재석이 현지서 성공하기까지 겪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방씨 제공
라이언 방

홀로 유학 필리핀 싫어 도망 오기도


15살 때 필리핀으로 유학을 갔다. 스스로 원해서 간 것도, 집이 부유해서 간 것도 아니었다. 14살 무렵 부모님은 이혼했고 어린 현성이를 키우기 위해 어머니는 밤낮으로 일했다. 그때마다 라이언은 혼자 집을 지켰다. 어머니는 그 모습이 싫었다. 아들만큼은 제대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유학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엄마는 한국에 남고 라이언 혼자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렇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살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생활했다. "아무리 잘 챙겨주셔도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것과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것의 차이가 컸습니다. 가족이 너무 그리웠어요. 결국 혼자 한국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출발 직전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지금 비행기 타고 한국간다고 말했죠."


한국에 도착하니 엄마가 공항으로 마중 나와 있었다. 반가워 달려오는 아들에게 엄마는 냉정했다. 그날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 돌려보냈다. "그때 저를 받아주면 어머니도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당시에는 그저 어린 마음에 많이 원망 했습니다."

출처: 라이언 방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 촬영 중인 라이언 방

전교 회장 출마 후 방송 데뷔까지


현지 고등학교 적응이 힘들어 2년 후 국제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때 방황을 끝낸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엄마랑 통화하는데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공부하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우셨어요. 그날 이후로 마음잡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성적이 잘 나와 전교 회장 선거에도 나갔다. 국제학교 특성상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있다. 한국인, 미국인, 필리핀인끼리 따로 무리 지어 노는 것이 대부분이다. 라이언 방은 그 친구들을 함께 어울리도록 만들고 싶어 전교 회장으로 출마했다. 그때 꿈도 찾았다. 처음엔 막연하게 사업가를 하고 싶었다. 연설을 하면서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웃는 모습에 행복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의 꿈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와 필리핀어를 써가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덕분인지 전교회장으로 뽑혔다. 그뿐 아니라 인기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피노이 빅 브라더(Pinoy Big Brother)'출연 제안을 받았다.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섭외를 하던 작가 눈에 띈 것. 피노이 빅브라더는 30여 명의 학생이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미션으로 매주 2명씩 탈락시키는 경쟁 리얼리티 쇼다. 마지막엔 투표를 통해 가장 인기 많은 출연자 4명을 뽑아 수상을 한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고등학교 졸업 후 2010년 청소년 편에 출연했다. 경험 삼아 참가했지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준우승을 했다. 피노이 빅브라더 1위부터 4위는 필리핀 유명 방송에 한 번씩 게스트로 나간다. 그때 출연한 잇츠쇼타임에서는 한 코너의 심사위원으로 캐스팅됐다. 이후 Banana Sundae, Kaya mo bang 등에서 고정출연 섭외를 받았다.

출처: 방송화면 캡처
피노이 빅브라더 준 우승 후 필리핀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모습

타갈로그어 못해 50번 NG 내기도


광고는 물론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지만 큰 걸림돌이 있었다. 언어였다. 영어는 학교에서 배운 만큼 했지만 필리핀어는 아니었다. "개그프로그램 촬영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촬영 전에 대본을 받았지만 뜻도 모르는 대사를 외워야했어요. 결국 촬영 당시 50번 정도 NG를 냈습니다. 이 프로그램 뿐 아니라 어디서든 필리핀말을 할 줄 몰라 힘들었죠."


스케줄이 끝나고 집에 오면 필리핀어가 나오는 TV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잘 때도 틀어 놨다. 자신의 대사가 없더라도 다른 출연자 대사를 큰 소리로 읽고 잤다. 실력이 한 번에 늘진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틀려도 남들보다 많이 말하려고 노력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땐 몸으로 때우기도 했다.


잇츠쇼타임에서는 메인 MC가 아닌 한 코너의 심사위원으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국민 문자투표를 받아 기준에 못미치면 하차해야 한다. 비정규직인셈이다. 그런 자리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채로 1년 동안 활동했다. 그의 노력을 알았는지 1년 후 정규직으로 승진했다. "언어를 공부할 때 귀가 뚫린다고 하는데 그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필리핀어가 한국어처럼 다 들렸어요. 1년 만이었죠. 노력하면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 잇츠쇼타임 메인 MC 자리를 잡았죠." 

출처: 라이언 방 제공, 방송화면 캡처
필리핀을 방문한 박명수와 산다라박과 함께. 산다라박과는 2012년부터 인연을 맺었다. 필리핀에서 연예 활동을 먼저 시작한 산다라박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좌). 무한도전 파퀴아오 편에 통역으로 출연했다(우).

8년째 고정 MC, 목표는 미국진출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췄다. 2017년엔 국내 MCN 회사 트레져헌터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MCN 회사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부모님께서 제가 활동하는 모습을 볼 방법은 유튜브 밖에 없어서 바로 한다고 했죠.” 필리핀에서 강원도 관광홍보대사인 라이언은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에도 참여했다.


연예계 데뷔 후 처음 출연한 세 프로그램은 8년째 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수의 드라마, 영화에도 출연했다. 영화에는 항상 조연이나 카메오로 출연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이 하나의 꿈이었다. 올해 그 꿈을 이뤘다. 올 3월부터 자신이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화 촬영을 시작했다.


바쁜 와중에도 봉사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동료 MC와 함께 어린이 병원을 찾아 공연하는 것은 물론 기부도 한다. 라이언은 “타갈로그어를 잘하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않은 저를 이렇게 사랑해주시는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한다. 필리핀을 웃게 만드는 그의 다음 목표는 미국 진출이다. “전 세계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싶습니다. 방송인, 영화 주인공의 꿈을 차례로 이룬 것처럼 미국 진출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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