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으로 스테이크 나오는 시급 1만원 알바의 정체

조회수 2020. 9. 23. 1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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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먹을 수 있는 알바가 있다? 푸드트럭 알바 체험기

완연한 봄이다. 새 학기에 맞춰 새로운 알바를 구해야 할 때가 왔다. 마침 3월 중순, 이맘때쯤이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업종이 있다.


칼바람 부는 겨울에는 매출이 부진하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어김없이 길거리에 등장하는 것. 바로 푸드 트럭이다.


작년 12월 종영한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푸드 트럭’이 인기를 끌면서 푸드 트럭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2015년부터 조금씩 꿈틀거리던 푸드 트럭 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만 상시 영업장소 40곳에서 푸드 트럭 239대(2017년 기준)가 성업(盛業) 중이다.


푸트 트럭 알바를 해보기로 하고 알바천국을 뒤졌다. 타코, 스테이크, 커피 등 다양한 종류의 푸드 트럭 알바 공고가 올라와 있었다.


시급이 적게는 8000원에서 많게는 만원까지, 최저시급(2018년 7530원)보다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 지역이 가깝고 시급이 높은 스테이크 푸드 트럭 알바로 결정했다.

아파트 알뜰장터 모습

지난 3월 9일 오후 5시, 푸드 트럭을 찾아 1호선 관악역 근처 한 아파트 알뜰장으로 찾아갔다. 아파트 내에서 열리는 장인데도 연어, 추로스 등을 파는 푸드 트럭 세 대와 함께 분식, 돈가스, 갈비, 임실 치즈, 다코야키를 파는 노점까지 다채로운 먹을거리가 배고픈 입주민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서 요리, 계산, 포장까지


필자가 일하게 될 스테이크 전문 푸드 트럭 ‘프라임 팩토리’도 손님이 줄을 서 있어 분주했다. 1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푸드 트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트럭 자체는 커 보이지만 내부는 6.6㎡(2평) 남짓. 성인 네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프라임 팩토리 김춘순(41) 사장은 “알바생이 지켜야 할 기본은 위생과 안전”이라며 필자가 트럭에 타자마자 마스크와 위생 장갑을 건넸다. 이 공간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계산과 포장을 해야 한다.

푸드 트럭 내부와 포장 전에 파슬리를 뿌리는 필자

알바생이 해야 할 일은 계산과 포장 그리고 주방 보조 업무다.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고 먼저 계산을 한다. 그리고 포장 용기에 방울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양파, 새우, 소스 등을 담고 스테이크가 담아지면 포장을 해 손님에게 건네어 주면 된다. 스테이크는 오롯이 사장의 몫이다.


스테이크를 굽지 못하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불 조절과 굽는 방법이 스테이크 맛의 생명이라 알바생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대신 알바생은 양파나 새우를 볶을 때 중화요리용 팬인 ‘웍’을 활용해 요리를 도울 수 있다.


오후 6시, 일을 어느 정도 배우고 본격적인 손님맞이가 시작됐다. 이상하게도 한 번 손님이 몰리면 확 몰렸다가 확 빠졌다.


대기가 많을 때는 어느 손님이 계산을 안 했는지, 어느 손님이 먼저 주문을 했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이럴 때는 주문표에다가 계산 여부와 손님 성별을 적어 놓으며 순서를 정확히 파악하는 편이 좋다.


저녁은 스테이크, 푸드 트럭 알바만의 특징


김 사장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스테이크를 직접 먹어봐야 잘 팔지 않겠냐”며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구워줬다. 먹음직스러운 부챗살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김 사장은 “알바 중에 식사 시간이 끼어 있으면 알바생에게 스테이크를 저녁으로 준다”고 했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이에겐 진정한 ‘꿀알바’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물론 다른 푸트 트럭에서 파는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김 사장은 “행사가면 음식끼리 물물교환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당일에도 맞은 편에서 임실 치즈를 판매하는 업주가 “스테이크와 치즈를 교환해달라”고 두 번이나 요청했고, 김 사장은 흔쾌히 응했다. 덕분에 임실 치즈를 질리게 먹었고 남은 건 집에 가지고 갔다.


푸드 트럭 알바만의 장점은 더 있다. 일반 식당과 다르게 조리를 하면서도 손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겁게 일할 수 있다.


행사장을 다녀서 좋은 점도 있다. 새우 요리 전문 푸드 트럭에서 일했던 신달식(24) 씨는 “축제를 좋아하는 편이라 행사장을 다니면서 공연을 편하게 볼 수 있어 행복했다”며 “알바를 하면서 젊음의 에너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자본 창업 전에 경험을 쌓기 좋은 측면도 있다. 푸드 트럭을 구매하는 것부터 조리법, 운영 방식, 소셜미디어 관리까지 영업주 혼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알바를 하면서 일을 하나씩 배울 수 있다.


김 사장은 “전에 함께 일했던 알바생이 창업을 해서 스테이크 푸드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은 정보를 함께 교환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단점도 있다. 푸드 트럭이 매번 다른 장소로 옮겨 다니는 경우에는 알바생이 여러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그리고 갑자기 비가 와서 장사를 못 하거나 행사가 급하게 잡히는 때도 있어 알바 일정이 유동적인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고용주와 알바생 간에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다.


푸드 트럭 알바 공고 곧 쏟아진다

푸드 트럭 모습

오후 8시, 땅거미가 지고 어둑해지자 손님이 오히려 더 몰렸다. 손님이 여섯 팀까지 기다려 정신이 없었다. 스테이크를 굽는 연기가 트럭 안에 가득했다.


그 와중에 스테이크를 사 갔던 손님이 다시 찾아와 “먹다가 지금 흐름이 끊겼다”며 “빨리 특대 사이즈로 하나 더 달라”고 급하게 돈을 내밀기도 했다.


분주해도 어려운 일은 없었다. 밀려드는 스테이크 주문 내역을 불러주고, 구운 새우 등 사이드 메뉴를 챙기는 여유도 생겼다. 김 사장은 “적응이 빠르다”며 “어제는 하루 종일 혼자 하느라 바빴는데 오늘은 알바가 있으니까 좋다”고 기뻐했다.


9시가 되자 준비해온 부챗살이 모두 동났다. 4시간 동안 스테이크 약 50인분, 손님 35명을 받았다. 일하고 받은 돈은 3만6000원, 시급 9000원이다. 김 사장은 “보통 시급은 9000원에서 만원으로 유동적이고 식대는 또 따로 챙겨준다”고 말했다.


스테이크 냄새가 가득 밴 패딩을 입고, 한 손엔 임실 치즈를 들고 트럭을 나섰다. 지금까지 알바를 한 곳 중 가장 좁은 공간이었지만, 장사를 잘 마치고 나니 마음만은 가득 찬 느낌이었다.


푸드 트럭 알바는 색다른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사람이나 소자본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마침 3월 30일부터 여의도, DDP 등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시작돼 약 190대의 푸드 트럭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에 맞춰 알바 공고도 쏟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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