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의 러브콜도 거절했던 그녀 '제 직업은요..'

조회수 2020. 9. 23. 14:4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케이티 페리 옷 만들고 비욘세 러브콜 받은 우리나라 속옷 디자이너

“케이티 페리가 2009년 MTV유러피언 뮤직 어워드 MC를 맡을 때 제가 만든 옷을 입었어요. 그 뒤로 비욘세와 릴 킴의 옷도 만들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속옷 브랜드 비나제이(VinaJ)의 경영과 디자인을 맡는 정지영(35) 대표가 말했다. 케이티 페리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9번 차지한 미국의 팝 가수다. 2018년 4월 내한 공연 예매 티켓이 발매 10분 만에 다 팔렸을 정도로 인기다. 그녀가 정 대표의 옷을 입고 방송에 나온 뒤 비욘세, 릴 킴 등 유명 가수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내 가수가 입을 옷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프랑스에서 속옷 디자인을 공부 중이던 정 대표는 이를 모두 거절했다. “내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서”라 한다. 정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속옷 브랜드 ‘비나제이’를 만들었다. 이름은 정 대표의 예명 ‘비나 정’을 따서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속옷 전문 브랜드다.

출처: 케이티 페리 인스타그램 캡처
케이티 페리

행복한 일 하고 싶어 의대 준비 그만두고 디자인 시작해


- 속옷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는

“2005년 프랑스 패션스쿨 에스모드 파리에 입학해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지만, 속옷 디자이너를 꿈꾸진 않았어요. 처음엔 막연히 여성복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당시 에스모드 파리를 비롯해 전 세계에 두 곳 밖에 없던 속옷 디자인학과에 눈길이 갔어요. 관능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좋아해 적성에도 맞았고요.”


“외국 여자들은 의견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엔 ‘여자라면 청순하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남아있었어요. 사람들이 제 속옷으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보기 힘든 관능적이고 과감한 속옷을 주로 디자인했죠.”


- 케이티 페리 등 유명인에게 알려진 계기는

“2009년 TIA(Triumph Inspiration Award)라는 대회에 나갔어요. 각 나라에서 뽑힌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이탈리아에서 경쟁하는 세계적인 속옷 디자인 대회에요. 보그 이탈리아 등 유명 패션 잡지에서 매년 소개할 정도로 규모가 커요. 저는 프랑스 대표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해 프랑스 대표로 나갔어요. 그때 만든 옷을 보고 케이티 페리의 스타일리스트가 SNS로 연락했어요. 케이티 페리가 방송에서 입은 제 옷을 보고 비욘세와 릴 킴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무대의상을 만들어달라고 연락했고요.”

출처: 정지영 대표 제공
정지영 대표

각자의 개성을 담은 속옷 디자인하고 싶어


- 비욘세와 릴 킴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브랜드를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제 속옷을 입히는 걸 꿈꿨어요. 단 몇 명이 입을 맞춤옷을 만드느라 창업을 늦추고 싶진 않았어요.”


“디자인 변천사만 봐도 한국 여성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성 속옷은 가슴, 밑 가슴, 골반 둘레 등 입는 사람의 체형에 맞춰 만들어요. 브래지어 치수를 15종류씩 준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고객의 취향과 생활방식도 반영하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속옷을 디자인하다 보면 한국 여성의 다양한 체형과 삶을 브랜드에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2010년에 공부를 끝내고 한국에서 창업을 준비했어요. 무역 회사와 의류 회사에 들어가 사업 자금을 모으고 시장을 조사했죠. 그런데 비나제이를 세운 2013년부터 문제가 생겼어요. 엉덩이를 반만 덮는 속옷을 3000세트나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당시로써는 너무 과감했던 거죠.”


“대부분을 연예인 협찬과 행사 증정 등 홍보에 썼어요. 그런데 속옷을 받아 간 분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죠. 고객의 수요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출처: 비나제이 제공

퀴즈, 자체 공장으로 고객 수요 빨리 반영해


-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어떻게 아나

“비나제이는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해 고객을 직접 만날 기회가 적어요. 구매 후기만으로는 고객 반응을 자세히 알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년 팝업스토어(백화점 등에 짧은 기간 여는 매장)와 브랜드 파티를 열었어요. 2016년엔 손님이 직접 와서 속옷을 입어볼 수 있는 쇼룸을 만들었고요. 그때마다 고객을 직접 만나 아쉬운 점을 묻고 파악했어요.”


“고객 성향을 알기 위해 퀴즈를 만들었어요. 2017년에 ‘속옷 치수 정확히 재는 법’을 퀴즈(비나제이 피팅퀴즈)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렸어요. 답변을 프로그램으로 통계 내 고객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2018년엔 디자인 선호를 알기 위해 ‘어울리는 속옷 찾는 법’(비나제이 스타일퀴즈)을 퀴즈로 만들었어요. 지루할 수 있는 설문 대신 재밌는 퀴즈로 만들어 더 많은 분을 참여시키기 위해서였어요.”


- 고객들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생산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우리나라에 속옷 공장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속옷 제작을 주문하면 2~3개월 뒤에 제품을 받을 수 있어요. 브래지어는 한 벌을 만드는 데에 자재가 약 12종류 이상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요. 급변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할 수 없어 아쉬웠어요. 그래서 2018년 2월 비나제이 자체 공장을 세웠어요. 이제 고객들이 원하는 속옷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어요.”

출처: 정지영 대표 제공
모델들과 정지영 대표(오른쪽)

-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2017년 연 매출은 약 10억원이었어요. 2018년엔 연 매출 30억원을 내는 게 목표에요. 지금까지는 인기 제품을 모두 팔면 2~3개월 뒤에 입고할 수 있었어요. 말씀드렸듯이 제작을 주문하면 제품 완성까지 약 3개월이 걸렸으니까요. 2018년부터는 인기 많은 제품을 자체 공장에서 바로 만들 수 있어 매출이 오를 거라 생각해요.”


- 속옷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디자인 공부만큼 창업 준비도 중요해요. 프랑스에서 공부할 땐 막연히 브랜드를 만들 생각만 했어요. 어떤 고객을 상대로 속옷을 디자인하고, 어느 공장에 생산을 맡길지 등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창업 준비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어요. 어디서 어떤 공부를 할지 고민할 때, 어디서 어떻게 옷을 만들지 함께 생각해보길 바라요.”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