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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3월 말 그룹공채
백화점·홈쇼핑·그린푸드·면세점 등
‘노 스펙’ 전형 등 3가지 트랙으로
“솔직하지 못하면 좋은 점수 어려워”

몇 해 전 현대백화점그룹 면접장. 대졸 공채에 온 지원자 A씨는 당황했다. 면접관이 질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저는 현대백화점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서 소싱해 보고 싶다. 이에 맞는 장점도 있다”는 말을 했는데, 면접관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회사에서 어떻게 키워볼 수 있는지 자유롭게 강조해 보라”고 하고는 계속 듣기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는 지원자 자신의 몫이었다. 이 지원자는 15분 이상을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유통업과 먹거리에 대한 소신을 말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을 비롯, 면세점과 식음료 계열사, 홈쇼핑 등 29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은 문자 그대로 ‘열린 채용’이 콘셉트다. 서류전형을 사실상 폐지하고, 면접에서 대부분의 당락이 결정된다. 하지만 면접이 ‘길게 오래 듣는 것’을 콘셉트로 한다. 1차 면접에서는 15~30분 정도를 지원자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 주로 할애한다. 토론면접에서도 지원자가 말하는 논리와 근거에 대해 중점적으로 파악한다. 임원면접 역시 다르지 않다. ‘나’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어필하는지가 ‘킬링파트’가 아닐 수 없다.

타 그룹과 달리 압박면접도 없고 분위기도 자유롭다. 그래서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3월말 그룹공채...상반기 3150명 채용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과 패션, 식음료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대기업 그룹이다. 대표 계열사인 현대백화점의 경우 2017년 매출 1조8481억원, 영업이익 393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 한섬은 2017년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시스템·타임·마인 등 자체브랜드와 타미힐피거·DKNY·CK 등 해외브랜드도 현대백화점그룹에 들어가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월 4주차부터 2018년 상반기 신입공채를 진행한다. 하반기 공채는 9월말~10월초에 진행한다. 채용 규모는 상반기에 3150명, 하반기 1250명 등 연 4400명선. 이번 상반기 공채에는 2018년 9월 1일 기준으로 근무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 29개 법인 중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면세점 4개 계열사에서 그룹 공채를 진행한다.

현대리바트·현대HCN·한섬 등 나머지 계열사에서는 법인별 자체 채용을 진행한다. 한섬에서는 패션디자이너에 대해 2개월간 평가기간을 거쳐 정규직 오퍼를 주는 ‘정규직 전환형 대졸 인턴공채’를 운영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물류 담당, 현대그린푸드 IT실 등도 별도로 채용을 한다.

노스펙 전형 등 3가지 트랙…“제대로 기입하면 인적성 전원 응시”

현대백화점그룹 공채는 3가지 방식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워너비 패셔니스타, 캠퍼스 리쿠르팅, 캠퍼스 리퀘스트 방식이 있다. 워너비 패셔니스타는 이른바 ‘스펙타파’ 전형이다. 지원자의 학교, 성적, 자격증 등 스펙을 일제 묻지 않는다. 500자 분량의 자기 PR 글을 작성하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파워포인트나 PDF 파일 등으로 제출한다. 캠퍼스 리쿠르팅 전형은 인사담당자가 대학별 채용설명회 현장에서 지원자와 대면한 뒤 인재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캠퍼스 리퀘스트는 각 학교별 취업지원실에서 추천받은 지원자에 대한 평가를 한다. 이 경우에는 간략한 서류전형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2018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절차는 이렇다. 전형 유형별 서류접수→인적성검사→팀장면접→인턴실습→임원면접 순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공식적으로 서류전형이 없다. 자기소개서 등 입사서류는 내지만, 대부분 면접 과정에서 평가한다. 최대한 많은 지원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자기소개서 등 입사 지원서류의 경우, 합격이나 불합격을 가리지 않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부실기재나 타 회사 자기소개서 붙여넣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적성검사 응시 기회를 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적성검사는 지원자의 인성과 능력을 평가하는 지필고사다. 인성검사의 경우 개인의 인성과 함께 상황별 윤리적 판단 등을 평가하는 문항이 나온다. 능력검사에서는 언어, 수리 등 150문항을 풀게된다. 시간 제한이 있는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1차 면접은 팀장, 2차 면접은 임원이 평가

면접은 크게 2단계다. 1차 면접은 팀장면접과 토론면접이다. 팀장면접은 인성과 회사에 대한 관심도, 직무 이해도 등이 주된 평가요소다. 지원한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등을 물어본다. 팀장면접에서 면접관은 지원자의 학교 이름과 전공, 성적 등의 정보를 볼 수 없다.

팀장면접 질문에서는 '식품업계의 트렌드는', '아는 맛집이 있는가', '현대홈쇼핑에서 물건을 사 본 경험은?', '지원한 직무에 본인이 왜 적합한가' 등이 나왔다.

팀장면접에서 낭패를 보는 지원자들 중에는 ‘단순나열형’이 많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많은 지원자들이 ‘어떤 경험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바쁘지만, 면접관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다’, ‘그 경험이 업무에 이렇게 도움이 될 것’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내 성과를 자랑하기보다는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어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렇게 답을 한 지원자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선 동네에서 문방구를 하셨습니다. 문방구는 아이들의 백화점입니다. 문방구에 가면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친구들은 문방구집 딸인 저를 모두 부러워했습니다. 백화점은 어른들을 위한 문방구라고 생각합니다. 문방구집 딸인 제가 이제는 백화점의 딸로서 매일 오고 싶어 하는 백화점, 가지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백화점을 만들고 싶습니다."

토론면접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6~8명이 한 조를 이뤄 토론하는 방식이다. 팀원들이 20~30분 정도 사전 준비를 하고, 이후 30분 가량 토론을 한다. 사회자도 지원자들 중 자체적으로 뽑아야 한다. 경청하는 자세, 논리적 표현 등이 평가 항목이다. 토론면접에서는 혼전동거, 유통업법 등 시사 현안에 대한 주제가 다양하게 출제된다.

인턴실습이 끝난 뒤 2차 임원면접을 한다. 역시 학교명과 이름 등의 개인정보는 블라인드처리한 채 평가에 들어간다. 인턴실습 당시 업무능력 등을 평가서에 적는다고 한다. 임원면접에서는 또 인턴실습 당시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물어본다.

최근에 나온 면접 질문으로는 “본인이 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큰 갈등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였는가. 이를 통해 배운 점과 향후 입사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말해보라” “대면 대화나 소셜미디어 등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개인주의적 지원자, 솔직하지 못한 지원자는 힘들다”

현대백화점그룹 인사팀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떤 사람이 현대백화점그룹 공채에서 떨어지느냐고 말이다. 이런 답이 왔다. “공동체의식이 약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지원자는 회사에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 역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채용 인원의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출신학교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사팀에서 채용 종료 후 집계를 해보면 매년 신입사원의 출신학교 비율이 다르다고 한다.

출신학교나 학점이나 영어점수 등 소위 스펙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대부분 두 단계의 면접전형과 인턴실습 점수를 통해 결판이 난다. 하지만 직무에 맞는 ‘특기’를 우대하는 직무도 있다. 예컨대 현대홈쇼핑 해외사업 직무의 경우 외국어 특기자를 별도로 뽑는다. 2018년 상반기 현대홈쇼핑에서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특기자를 선발한다.  

현대백화점그룹 인사기획팀 윤예솔 대리는 “스펙이나 전공을 따지지 않고, 채용에서 면접 점수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윤 대리는 또 “지원 계열사가 어떤 비전과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업계 경쟁사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지 등은 알아두면 좋다”고 덧붙였다.

대졸신입 연봉 4900만원…아내 출산시 남편도 1개월 유급휴가

현대백화점그룹의 대표 기업인 현대백화점의 본사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4900만원(성과급 포함 수치) 수준이다. 초과이익 분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개인별로 연봉 편차가 있다. 연봉과 별도로 현대백화점과 Hmall 등에서 쓸 수 있는 33만원 한도의 포인트 제도가 있다. 그 외에 상해 등 질병 발생시 입원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단체보험, 유치원·중고교·대학교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의 제도도 있다.

임신을 한 여성 사원의 경우 하루 근무시간을 2시간씩 단축한다. 출산 휴가와 동시에 육아휴직도 1년간 붙여서 쓰는 ‘자동 육아휴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남성 사원도 배우자가 출산시 최대 1개월의 유급휴가를 주는 ‘아빠의 달’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남성 직원도 1년씩 육아휴직을 낼 수 있도록 장려한다. 1년 사용시 최초 3개월 간의 급여를 100%(정부 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월급 감소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급) 준다.

최근 들어 워라밸(일 가정 양립)이 중요한 사회풍조가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4년 1월부터 ‘PC오프’ 제도를 운영한다. 본사는 오후 6시, 백화점 매장은 오후 7시 30분(근무시간 10시부터)에 PC가 자동으로 꺼진다.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지 말고 퇴근하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채용설명회는 3월 6일 성균관대를 시작으로, 15일까지 전국 여러 대학에서 열린다.  

※이 기사에는 현대백화점그룹 인사기획팀 윤예솔 대리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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