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뜻이었어? 일부 일본기업 '도장 기울여 찍기' 악습

조회수 2020. 9. 23. 1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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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ssul]이 서류에 찍힌 기울어진 도장의 숨은 의미는
복장은 검은 슈트에 흰 와이셔츠가 무난
명함은 양손으로, 호칭은 성씨로
한국엔 없는 일본 휴일 기간엔 연락 자제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별명 답게, 일본 비즈니스 매너는 여러 면에서 한국과 꽤 다르다. 더군다나 한국인 입장에선 일본인을 상대할 때 본인이 매너를 어기고 있는지 알아채기조차 힘들다. 본심(本音·혼네)과 겉보기 표현(建前·다테마에)을 따로 하는 특유 문화 때문에, 일본인은 내심 불쾌하더라도 겉으론 티를 잘 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색하지 않을 뿐, 비즈니스 매너를 어기는 걸 좋게 볼 리는 없다. 특히 일본인은 남에게 폐 끼치는 행동(迷惑·메이와쿠)을 굉장히 꺼리고 혐오한다. 실수로라도 매너를 어겼다간 오래도록 나쁜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아무튼 최근엔 한국인이 일본 기업과 손잡고 일하거나 아예 일본에 취업하는 경우도 흔하니, 일본 비즈니스 매너를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 여기서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현란한 슈트는 금물


일본 직장인, 특히 남성 샐러리맨 복장은 검은 슈트 안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 입는 게 기본이다. 한국에선 남색 슈트나 무늬가 든 셔츠를 입은 직장인도 간간이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선 아주 드물다. 넥타이 또한 단색이 대부분이다.

출처: 조선DB
2017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직 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 참가자 1500명이 하나같이 검은 양복에 흰 와이셔츠 차림을 하고 왔다.

이는 색이나 무늬가 화려한 옷을 점잖지 못하다 여기는 풍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 조직 문화는 개성보다 통일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구성원이 수수하면서도 튀지 않는 복장을 입는 걸 선호한다. 그러므로 일본인과 비즈니스 관계로 만날 땐 우리 또한 검은 슈트와 흰 와이셔츠를 입고 가는 편이 좋다.


까다로운 명함 매너


일본은 한국보다 명함을 훨씬 중시한다. 그러니 일본인을 상대한다면 항상 명함을 넉넉히 챙겨둬야 한다. “명함이 다 떨어졌다”며 주지 않으면, 진지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의사가 없다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처럼 휴대전화에 번호를 찍어주는 정도로는 수습이 어렵다.


한국에서 흔히 하듯 휴대전화 케이스나 지갑, 바지 주머니 등에서 명함을 빼주는 건 실례다. 구겨지거나 때묻은 명함을 주는 것도 당연히 비매너다. 명함지갑을 따로 챙겨둬야 하며, 방문자 쪽에서 먼저 명함을 건네야 하며, 회사 이름과 본인 성명을 읊으며 양손으로 명함을 전해야 한다.

출처: エンジョイ!マガジン(엔조이! 매거진) 캡처
일본에서 명함 건네는 정석 자세. 회사와 사람 이름도 손으로 가리지 말아야 한다.

상대 일본인 이름 읽는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명함을 주고받을 때 반드시 물어야 한다. 명함에 적힌 이름자만 봐서는 모른다. 일본어는 같은 한자라도 훈독(訓読み·뜻으로 읽기)으로 읽느냐 음독(音読み·음으로 읽기)으로 읽느냐에 따라 발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본식 이름 ‘成実’는 ‘나루미’로도 ‘세이지’로도 읽을 수 있다.


글자로만 보면 성과 이름을 헷갈리기 쉽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가령 ‘金田一二三’은 성과 이름을 끊는 지점에 따라 ‘긴다이치 후미(金田一 二三)’로도, ‘카네다 히후미(金田 一二三)’로도 읽을 수 있다. 더군다나 '긴다이치'와 '카네다'는 모두 실존 성씨다. 그러니 처음부터 정확히 파악해둬야 상대 이름을 엉뚱하게 부르는 실례를 피한다.


또한 공적인 자리에서 이름을 부르는 건 실례다. 사실 사적인 자리라도 웬만큼 친해지기 전엔 곤란하다. 서양이나 일본처럼 성씨가 다양해 성씨만으로도 사람 구분이 가능한 곳에선, 이름 부르기를 꺼리는 게 기본이다. 실제로 서구권이나 일본 유명인은 언론이나 공문서 등에서 풀네임을 부르면 불렀지, 이름만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관례를 피한 유명인은 프랑스 제1제국 초대(初代)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나 일본 야구계 전설 '스즈키 이치로' 정도뿐이다.


한국과는 다른 연휴 시즌


일본 회사는 연말연시 즈음에 휴무일을 포함해 5~10일 정도 쉬는 게 보통이다. 이때엔 문을 연 기업이나 상점이 드물다. 즉, 회사를 방문해 사람을 만나거나 물품 입고 주문을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또한 ‘쇼와의 날’인 4월 29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 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이 있다. 통상 ‘골든 위크(ゴールデンウィーク·Golden week)’라 부른다. 국가기념일인 5월 3일 ‘헌법기념일’이나 5월 4일 ‘녹색의 날’이 일요일과 겹치는 해엔 대체 휴일이 발생해 골든 위크가 더 늘어난다. 이 기간에도 가급적이면 일본 기업과 접촉하길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양력 8월 15일은 일본 최대 명절로 꼽히는 오봉(お盆)이다. 공휴일로 치지 않아 관공서 등은 평소처럼 업무를 하지만, 일본 국민 대다수는 양력 8월 15일을 전후해 긴 연휴를 얻는다. 즉, 일본 직장인 대부분은 이 기간에 쉬는 셈이다. 그러니 이 즈음에 비즈니스 연락을 넣거나 미팅을 청하는 것도 실례다.


일부 기업의 악폐습


비즈니스 매너보다는 악폐습에 가까운 문화로, 일부 기업에선 서류에 도장을 기울여 찍는 관례가 있다. 상사를 향해 고개 기울여 인사하는 자세를 표현한다는 명분에서다.

출처: 디시인사이드 캡처
오른쪽 위에 적힌 일본어는 '모르면 부끄럽다! 어른의 상식'.

물론 이는 일본에서도 흔히 접하긴 어려운 똥군기다. 일본 유학 중인 이모(여·23)씨는 “소수 금융계 기업에서나 강요하는 보기 드문 악습”이라며 “아주 보수적인 은행이나 증권사에 입사할게 아니라면 웃어넘겨도 상관없다”고 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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