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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좋길래? 대놓고 '신의 직장' 자랑하는 이곳은 어디?

조회수 2020. 9. 23.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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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으면 외국계, 하지만 한국 회사
이름만 들으면 외국계, 하지만 한국 회사
2017년 여가부 가족친화인증기업
유망성·기업문화 갖춘 회사

매년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다음해 1월 1일까지 전직원이 휴가를 보내는 회사가 있다. 2017년엔 12월 23일이 토요일이어서 장장 10일을 쉬었다. 기본 연차와 별도다. 연말 휴가가 고정적이기 때문에 이 회사 직원들은 여행 계획을 미리 짜두기 좋다. 서울 명동에 있는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스 서비스(LSK Global Pharma Services·이하 LSK)다.


LSK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다. 의약품 임상시험을 설계·관리하고 승인을 대행한다. 회사명을 보고 외국계 회사라 오해받지만 2001년 이영작 대표가 세운 한국 토종 회사다. 연매출 200억원, 직원수 313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CRO는 인력이 30명 이하로 열악한 곳도 있다.


LSK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인정받아 2017년 가족친화인증기업(여성가족부 선정)으로 뽑혔다. 한국 제약 업계는 ‘군대 문화’라는 편견이 있다. LSK가 이 편견을 깬 비결은 무엇일까. 최익성(40) 임상통계부 부장과 정영미(39) 데이터관리본부 부장을 만났다. 

출처: LSK global ps 제공
정영미 부장과, 최익성 부장.

산업의 성장성


임상시험은 유망 산업이다.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에겐 낯설지만, 국내 임상시험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0년 한해 국내 승인된 임상시험 30여건을 시작으로 2011년 503건, 2017년에는 658건(출처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으로 늘었다.


-임상시험 분야가 얼마나 유망한가

(최) 얼마 전 한국의 세계 임상시험 점유율이 6위라는 기사를 봤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1위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에 임상시험을 맡겼다. 이제는 우리나라 병원·임상시험 회사 등이 인프라를 잘 갖춰 경쟁력이 있다.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한 임상시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임상시험 분야는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


의약품이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승인을 받으려면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번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임상시험은 ‘신약이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인 증거를 준다. 이때 임상시험 계획부터 실행, 결과 분석을 담당하는 ‘통계’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임상시험 개념이 어려운데, 하는 일을 설명을 해준다면

(최) 가령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한다 해보자. 위약(가짜약)을 복용한 임상시험 대상자(A군)와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한 대상자(B군)를 비교한다. 임상시험 결과, B군이 A군보다 혈압이 낮아졌다 해도 처음 임상시험을 계획할 때 오류가 있으면 그 결과는 쓸 수 없다. 가령 A군은 고령 환자가 많고, B군은 젊은 환자가 많아서 치료제의 효과인지, 나이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오류는 없는지 데이터관리본부에서 깨끗하게 데이터를 거른다. 그다음 임상통계부로 넘어오면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보고서를 쓴다.


(정) 임상시험 직후 데이터를 정리하는 걸 ‘클리닝(cleaning)’이라 한다. 앞서 최 부장이 설명했듯 나이에 따른 차이는 아닌지, 데이터를 제대로 입력했는지를 확인한다. 임상시험 목적에 맞게 데이터를 분류해야 올바른 통계 분석을 할 수 있다.

출처: LSK global ps 제공
송년회, 창사 기념식에서 직원들 모습.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전직원 313명 중 80%는 여성이다. 임원 비율에 주목할 만하다. 여성 직원이 많은 회사라 해도, 임원 중 여성이 1명도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LSK에선 11명 임원 가운데 여성이 7명이다. 과반을 넘는다. 출산·육아휴직제도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눈치 보지 않고 쓴다. ‘휴직 후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없다. 2017년 육아휴직했던 7명 모두가 복직했다.


‘재택근무’가 활발하다. 2017년 기준 재택근무하는 직원은 32명이다.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도 일찍이 자리 잡았다.


-제약 관련 회사는 군대식 문화를 가진 곳이 많다는 편견이 있는데.

(최) 우리 회사는 ‘신의 직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첫 직장이 우리 회사인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회사 못지않게 수평적인 분위기다. 호칭은 ‘님’으로 한다 해도 진짜 분위기는 수직적인 곳도 많다. LSK에선 ‘휴가를 쓸 수 있을까’, ‘연차 사용 사유를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는다.


(정) 한 직원은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업무 성격상, 집에서 담당 업무를 할 수 있어 재택근무를 택했다. 육아 때문에 외근이 어려우면 직무를 변경할 수도 있다. 여성 경력 단절이 사회적 문제인 상황에서 LSK가 주는 의미가 크다 생각한다.


지속성이 중요한 임상시험


LSK는 기본 연차가 20일이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신정까지 쉬는 ‘리프레시 휴가’와 붙여 쓰면 한달 가까이 쉬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근속 2년마다 연차가 하루씩 늘어난다. 장기근속자 포상 제도도 있다. 3년 근속자를 시작으로 5년, 7년, 10년, 15년 근속 시 보너스를 준다. 구체적인 포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회사에서 이런 지원이 있나

(최) 직원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학회, 세미나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열리는 교육에도 참가할 수 있다. 보통 외부 교육비가 20만~30만 원이 넘는데, 이 금액도 회사에서 지원한다. 외국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학 교육도 웬만하면 모두 지원한다.


-이렇게 복지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정) 직원들이 오래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은 계획 수립, 시험 진행, 데이터 분석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10년 이상 걸리는 시험도 많아서 ‘업무 지속성’이 끊기면 안된다. 임상시험 산업은 인건비 비중이 70~80%를 차지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즉 사람이 중요하다는 소리다.


-임상시험은 잘못되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을 텐데, 어느 정도 긴장감과 위계가 필요하지 않나?

(정)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법과 절차를 중시한다. 직원들이 공유하는 ‘표준작업지침’이 있다. ‘이 일은 누가 하고, 왜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 근거를 주는 문서다. 데이터를 삭제해도 왜 삭제했는지 기록이 남아야 한다. 그런데 ‘닥치고 따르기’는 아니다. 오랜 교육 기간 동안 충분히 설명한다.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의 책임이 막중하다.

출처: LSK global ps 제공

다양한 전공자, 학부 졸업자도 임상시험 전문가로


LSK에서는 학부 졸업자를 채용해 통계 전문가로 키우는 ‘통계 프로그래밍 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제약회사와 임상시험 회사가 통계·연구 분야는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만 채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학부 수준 신입도 회사에서 멘토링으로 충분히 가르쳐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최) 그렇다. 학부 수준 신입을 임상시험 분야 통계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서다.

(정) 임상시험 분야는 취업에서도 틈새시장이라 생각한다. 약학·간호학만 생각하지만, 철학부터 컴퓨터 공학까지 다양한 전공자가 모여있다.


부서별로 채용 방식이 다르다. 통계 부서는 수시 채용 및 인턴십으로 직원을 뽑는다. 5명 내외 대학생을 인턴으로 뽑는데, 4~6개월 후 정규직 전환 기회가 있다. 2014년에는 5명 중 4명을, 2015년에는 2명 모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사실상 채용을 위한 인턴십이다. 임상시험 실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다 보니, 인턴십을 통해 실무를 가르치고 채용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이 잘 이뤄지는지 관리하는 모니터링 요원은 상·하반기에 공채로 신입을 뽑는다. 상반기 채용은 1월에 끝났고, 하반기 채용은 6월 예정이다. 국민연금 자료에 기반을 둔 기업정보사이트 크레딧잡을 보면, 회사 평균연봉은 4045만원이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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