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급 혁신"..서울대 출신 의사의 연매출 400억 아이템

조회수 2020. 9. 23.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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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 인터뷰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 인터뷰
서울대-삼성병원 출신 전문의
해외 석학 “애플 같은 혁신” 극찬도

‘엄친딸’이었다. 휘경여고와 서울대 의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교수까지 했다. 그런데 2000년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들었다. 주인공은 양윤선(54) 메디포스트 대표. 그는 2000년 벤처기업 메디포스트를 창업해 2017년 기준 매출 422억원 규모의 회사로 키웠다. 2016년 매출이 287억원이었으니, 한 해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영업이익은 2017년 기준 7억원으로 아직 작은 편이다. 아직 초기라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 대표에게서 창업스토리와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애들은 아픈데 약은 없고…” 생각에 창업

출처: 양씨 제공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51)

양 대표는 1994년 삼성서울병원 조교수가 됐다.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로 성균관대 의대 교수직을 겸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딱 6년 다니고 그만뒀다. 그리고는 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시기가 지나고 벤처 붐이 일기 시작한 시점이다.


안정적이면서도 고연봉에 사회적 명예까지 있는 의대 교수직을 버리고 창업을 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육사 교수 출신인 부친에게 배운 도전정신으로 양 대표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 창업은 왜 한 건가.


“제대혈과 줄기세포 분야에서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백혈병이나 소아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해 이식을 못 받아서 안타까웠다. 특히 소아암은 더 그렇다. 애들이 아픈데 약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 제대혈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아기 탯줄 혈액이다. 일반 혈액과는 다르게 골수 처럼 줄기세포가 풍부하다. 백혈병이나 소화암에 쓰이는 것은 물론, 근육, 뼈, 신경 등의 재생에 도움이 된다. 다양한 난치병치료 목적으로 세계적으로 연구중이다. 출산 시에 제대혈을 보관해 두면 백혈병 등 각종 난치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 병원에서 개발하면 안 되나.

“병원에서 진료할 때에도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 이식을 했다. 하지만 의약품을 개발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골수 기증자가 없어서 백혈병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도 많이 봤다.” 


“창업 초기 잡상인 취급…공상과학 비아냥도”


- 창업 초기에는 많이들 ‘잡상인’ 취급을 받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혈 업체가 없었던 시절 창업해, 우선 제대혈을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산모가 출산을 하면 제대혈을 그냥 버렸다. 전국 산부인과를 돌았다. 번호표를 뽑고 환자줄에 서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산모들에게 알리고, 내 차례가 되면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들에게 설명했다.”


- 설명이 잘 되던가.


“의사들은 그럭저럭 알아 들었는데,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창업 초기 13억원의 엔젤투자를 받았다. (엔젤투자란 개인투자자들이 신생 벤처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 돈을 전부 설비 투자에 사용했다. 추가로 연구비 투자를 받기는 힘들었다. 연구개발계획서를 보고 한 투자가로부터 공상과학(SF) 소설을 쓰냐는 비아냥까지도 받았다. 200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회사를 국책과제로 선정했다. 이후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 줄기세포 연구는 2005년 황우석 박사 사태로 타격을 입었다.


“그 여파로 국민들은 줄기세포를 외면했다. 한동안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할 수도 없었다. 투자도 끊겼다. 그러나 연구를 계속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0% 이상을 유지하려 했다.”


메디포스트는 직원 230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100명이다. 매출이 400억원대로 늘어난 지금도 매출의 30% 이상을 꾸준히 연구 개발에 쓰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2012년 ‘카티스템’이란 치료제를 개발했다. 퇴행성 혹은 외상에 의해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제다. 연골은 한번 닳아 없어지면 재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을 바꾼 약이다. 2014년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이 치료제로 관절염을 완치했다. 2017년 기준 100억원 어치가 팔린 카티스템의 대박으로 국내 의약계에서 제대혈 붐이 일었다.

출처: 메디포스트 제공
미국 ABC뉴스에서 소개한 카티스템.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무릎수술이 단연 최고의 선물이라고 전했다.

- 카티스템은 어떤 약인가. 안전한가.


“제대혈에서 뽑아낸 타인의 성체 줄기세포로 만든 관절염 치료제다.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서 윤리적인 문제도 없다.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을 입증받아 식약처에서 제조 및 판매 허가를 받았다. 허가 이후에도 ‘5년 장기추적임상’을 실시해 약물의 장기적 안전성을 확보했다.”


- 줄기세포는 연골 치료제 외에 어디 또 쓰일 수 있나.


“치매에서 가능성을 본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기존의 약품들은 한 가지 타깃을 잡아서 치료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메디포스트에서는 다양한 알츠하이머 인자를 동시에 공략한다. 아직 임상시험 초기 단계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줄기세포를 많이 활용한다. 피부재생과 탈모에 효과가 있는 줄기세포 배양액을 연구하고 있다.”


“애플급 혁신” 해외 석학 극찬하기도

출처: 양씨 제공
세계 줄기세포 정상회의

현재 메디포스트는 국내 제대혈 은행 시장의 42%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고 양 대표는 말한다. 그는 “암젠(Amgen)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980년 설립된 암젠은 오늘날 세계 바이오테크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메디포스트는 해외 석학들도 관심을 갖는 기업이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한 기업가정신 컨퍼런스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라피 아밋 교수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정신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며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 중에서는 그런 정신을 가진 기업은 메디포스트가 대표적이고, 미국 애플과 견줄 만하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이현택, 장채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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