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볼트 흐르는 두께 1cm 휴대폰 케이스, 의외의 용도

조회수 2020. 9. 23.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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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시큐리티 서비스 회사 "247코리아" 이화정 대표
247코리아 이화정 대표
토탈 시큐리티 서비스 회사
“제조 스타트업 지원 필요”

'2만 볼트 전기 충격기, 동영상 촬영, 위치 정보 전송, SOS알람 작동'


이런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기능을 다 가진 물건이 있다. 2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이 물건의 정체는 바로 스마트폰 케이스. 평소에는 평범한 스마트폰 케이스지만 위급 상황에서는 호신용품으로 변한다. 제품명은 볼트케이스. ‘247코리아’에서 만들었다. 247코리아는 24시간 7일, 고객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은 보안 서비스 업체다. 이화정(38)대표와 직원 4명이 함께하고 있다.


볼트케이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지문 인식, 패턴, 비밀번호 중 사용자가 설정한 방법으로 사용 버튼 잠금을 푼다. 버튼을 올려 전극핀(전기가 흐르는 금속)을 뽑고 상대에게 가져다 댄다. 이때 케이스가 ‘247 SOS’ 앱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사용자가 설정한 번호로 위치 정보, 촬영한 영상을 전송한다.

출처: jobsN
247코리아 이화정 대표

사고로 바뀐 인생


이 대표는 창업 전 한 방송사에서 일했다. 창업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현장에서 낙하사고를 당하고 그녀의 인생이 바뀌었다. 당시 무릎을 크게 다쳐 일 년 동안 휠체어 생활을 했다. 그때 좋지 않은 경험을 많이 했다. 이 대표는 "휠체어를 밀고 가버리는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신체를 만지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호신용품의 필요성을 느꼈다. 호신용 전기충격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전기충격기는 두께 3㎝, 길이 13㎝로 지니고 다니기 쉽지 않았다. 밥 먹을 때나 화장실 갈 때도 갖고 가는 핸드폰과 전기충격기를 합치면 좋을 것 같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알리는 앱도 생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저 이런 제품과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8개월에 걸친 시제품‥'안될 것 같다'는 반응만


건강을 차츰 회복할 때쯤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초안 설계를 시작했다. 8개월이 걸렸다. 서투른 솜씨로 설계를 마치니 이번엔 제작이 문제였다. "국내에 전기 충격기 만드는 곳이 두 곳밖에 없습니다. 모두 찾아갔는데 협업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일반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찾아갔다.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한 달을 설득해 단 한 개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렇게 처음 탄생한 볼트케이스는 두께 3cm, 무기 수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시제품을 들고 주변 의견을 묻고 다녔다. '안될 것 같다' '이걸로 성공하겠냐'. 볼트케이스를 본 사람들의 모두 비슷한 말을 했다.


이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면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더 뛸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제품 두께를 줄이기 위해 부산에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다녔다.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던 한 중소기업 업체 연구원이 제품 개발을 도왔다. 1년을 연구한 끝에 3cm였던 두께를 1cm로 줄였다.


제품 개발 중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KIC-실리콘밸리와 연계해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5년 2월에 열린 대상기업 선발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전국 155개 스타트업이 출전했다. 서류전형, 미팅, 상담 과정 등을 거쳐 부산지역에서만 3개의 스타트업을 뽑았다. 247코리아가 그중 한 곳이었다. 같은 해 5월, 이 대표는 정부 지원을 통해 미국에 진출했다. 

출처: jobsN
247코리아의 볼트케이스

두 차례 CES 참가..4억원 투자 유치


실리콘밸리에 정착 후 지원을 받으면서 개발과 마케팅을 계속했다. 2016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 참가했다. 3000여 개가 넘는 업체가 참여했다. 관람객 업계 관계자의 눈길을 끌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 비즈니스·기술 매체인 ‘테크 인사이더’에서 볼트케이스 소개 영상을 올렸다. 행사 두 번째 날 영상 조회 수가 100만이 넘었다. 그다음 날엔 200만, 마지막 날엔 400만을 기록했다. 조회 수가 높아지면서 247코리아 부스를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CES는 삼성, LG 등 대기업만 참가할 수 있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 같은 작은 업체가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기업 크기와 상관없이 사업 아이템이 좋아야 한다는 것도 느꼈어요.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주목 받는 것도 신기했어요.”


CES가 끝나고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메일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 투자나 파트너십 제안 메일이었다. 처음 참가한 CES에서 4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으로 제품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해 지금의 볼트케이스를 완성했다. 아직 정식 판매 전이다. 그러나 반응이 뜨겁다. 2017년에는 샘플만 판매해 1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 1월에는 성남진흥재단에서 부스비를 지원 받아 CES에 참가했다.

출처: 247코리아 페이스북 캡처
2016년 CES 참가 당시 테크 인사이더가 소개한 볼트 케이스.(좌) 247코리아에서 일하는 직원들."윤선희 이사, 박지락 소장, 김보선 이사, 엘리, 다니엘 항상 고맙습니다." 가운데 이화정 대표는 직원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면서 감사를 표했다.(우)

예약 주문 5000건, "제조업 발전 위해선 지원필요"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맺고 주문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6개 국가에서 5000여개 주문을 받았다. 아마존에서는 올해 4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볼트케이스 19만9000원, 알람 케이스 4만9000원으로 일반 전기 충격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에선 2017년 10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진행 후 제품을 팔았다. 3월부터 예약 주문을 받아 5월부터 출시 예정이다.


247코리아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연을 받아 볼트케이스와 경보음케이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지금은 아이폰 6, 6S, 7, 8 전용 모델만 주문받고 있다. 모든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탈부착형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화정 대표의 목표는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이다. 그는 “쑥스럽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다”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조 스타트업으로서 갖는 고민도 많다고 한다.


“247코리아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기반의 제조업체 입니다. 기술과 제품 개발에 3년을 쏟았습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제품 양산까지 오랜 시간을 씁니다. 주변 사람들은 ‘너네 아직도 매출이 이거야?’ ‘이 돈으로 가게하는 게 낫겠다’ 등의 얘기를 합니다. 성장하고 있는 제조 스타트업은 매출보다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평가해주면 좋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시작과 성장이 어려운 제조 스타트업에게 그에 따른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글 josb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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