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여탕' 소재 웹툰으로 대박 쳤던 작가, 지금은..

조회수 2020. 9. 23.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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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느낌이 아닌데.."로 시작한 〈여탕 보고서>
웹툰 〈극한견주〉 작가 마일로

3년 전, 네이버에 〈여탕보고서〉라는 웹툰이 연재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베일에 둘러싸인 공간으로 여겨졌던 ‘여탕’이 웹툰의 소재가 되어 그 실체를 벗었다. 이 작가는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끝에 〈극한견주〉로 돌아왔다. 〈극한견주〉는 반려견 사모예드와 생활하며 겪는 다양한 일을 만화로 풀어낸 웹툰이다. 이 작가는 독특한 소재와 아기자기한 그림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웹툰작가 마일로(본명 박지수)다.

마일로 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의 자택으로 향했다. 현관으로 들어가는데 작가가 아닌 다른 이가 반겨줬다. 〈극한견주〉의 주인공 ‘솜이’였다. 솜이는 마일로 작가의 반려견으로 세 살 된 사모예드다. 솜이는 〈극한견주〉에서의 명성 그대로였다. 인터뷰하는 내내 손과 발을 핥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짖기도 하고 개껌을 가져다주며 놀아달라고 했다. 마일로 작가는 솜이를 달래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솜이는 귀여웠다. 솜이의 행동은 귀여움 하나로 모두 용서할 수 있었다. 대형견을 키우면서 느끼는 견주의 극한의 노고와 솜이의 극한의 귀여움. 〈극한견주〉라는 제목이 찰떡처럼 딱 붙는 느낌이었다.


“솜이가 세 살이 되었으니까 ‘솜이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기획을 하긴 했는데 마땅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멍멍보고서〉 막 이렇게 지어봤는데 제가 생각해도 노잼인 거예요. 근데 〈극한견주〉 이러니까 콘셉트가 딱 잡혀가지고 그때부터 만화가 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웹툰 속 솜이는 사고뭉치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업 특성상 자택에서 근무하는 마일로 작가가 솜이를 키우며 만화를 제대로 그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제가 작업할 때 솜이는 가만히 있을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고 그래요. 그러나 해가 지면 날뛰기 시작합니다. 그때는 작업 못 하는 거죠.(웃음) 또 밤에는 막 뭐 훔쳐서 도망가기도 해요. 뭐 물고 도망가는 걸 10번 정도 반복하고, 제가 뺏어서 정리해놓으면 또 물고 도망가고. 웹툰에서 표현했다시피 뭐를 부수기도 해요. 주택에서 살 때 솜이가 집에 있는 동백나무를 죽인 적이 있습니다. 두 그루가 있었는데 언젠가 없어졌더라고요. 솜이가 물어뜯은 거였어요. 그게 한 그루에 15만 원인가 그랬죠.”

마일로 작가는 3대 악마견이라 불리는 비글, 코카스파니엘, 슈나우저급의 활동량을 보이는 솜이를 훈련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한 살 때까지 솜이는 집중 자체를 하지 못했다. 세 살이 되면서 조금 달라졌다. 부르면 쳐다보고 간식을 주면 먹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솜이를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일로 작가는 자신의 기대치보다는 덜 의젓한 느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극한견주〉를 기획 및 연재할 때 마일로 작가는 두 번의 큰 시련을 겪었다. 전원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하고 반려견 목줄과 관련된 한 사건이었다. 아파트로 이사를 결정했을 때 마일로 작가는 편안한 잠을 하루도 잘 수 없었다. 대형견 솜이가 다른 입주민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옆집에는 아무도 없고, 위아래 층 이웃도 이해해줬다. 그러나 반려견 목줄 사건은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나 솜이가 대형견이기에 주변의 시선이 더욱 따갑게 느껴졌다.


“그 사건이 터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솔직히 너무 싫고 힘든 거예요. 특히 대형견이 많은 피해를 받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형견은 뭐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누가 대형견 목줄을 풀고 산책을 하겠어요. 꼬박꼬박 목줄 하고 사람들 눈치 보고. 배설물도 잘 치우고. 막 대형견한테 입마개를 하네 마네, 2m 줄을 하네 마네. 너무 힘들었습니다.”


웹툰작가로서 마일로의 꿈

마일로 작가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디자인 입시미술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는데, 웹툰이 뜨기 시작하면서 만화 입시가 바뀌기 시작했다. 마일로 작가는 지인의 소개로 만화 입시학원으로 옮기고 동시에 외주 만화도 그렸다. 만화를 그리다 보니 직업으로 삼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를 시작할 때는 패션 쪽에 미련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패션이 내 길이다. 나는 만화로 돈 벌어서 패션을 다시 할 거다’ 이러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전 패션에 재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열정도 없고. 재능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왜 굳이 그걸 하려고 했었는지 지금은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는 웹툰이 적성에 맞았다. 적성뿐 아니라 재능도 있었다. 동글동글한 그림체, 특유의 개그와 소재는 웹툰이란 장르에 잘 맞았다. 그의 첫 작품 〈여탕보고서〉가 대박을 쳤다. 단행본으로도 제작돼 제13회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성공은 마일로 작가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줬다.


“상을 받고 부담감 때문에 2년 동안 논 것 같습니다. 사실은 1년 정도 놀려고 했어요. 약간 잊힐 때쯤 다시 해야지 그랬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큰 상을 받아서 부담감이 리셋됐어요. ‘아 부담스러워! 만화 못 그리겠다.’ 이러면서 또 1년을 쉬었죠.”


마일로 작가는 쉬는 2년 동안 솜이를 키우고 작품 구상을 했다. 그리고 웹툰작가로서 자신만의 꿈을 그렸다. 바로 BL(Boy Love)물 연재다. BL물은 남성과 남성 사이의 사랑을 다룬다. 마일로 작가는 BL 덕후다. 만화책도 대부분 BL을 봤다. BL이 아닌 만화책을 봐도 남성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BL로 그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극한견주〉는 적당히 끝내고 이제 극화를 하고 싶습니다. 그 전 인터뷰에서도 계속 말했는데 조선시대 BL을 하고 싶었죠. 구상해놓은 건 많은데 계속 잘 안 되네요. 원래 BL 단편 시리즈를 차기작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탕보고서〉가 끝나고 ‘마일로’라는 이름이 너무 주목을 받아 더 부담스러운 거예요. 어린이 친구들이 〈극한견주〉 보면서 ‘강아지 귀여워~’ 이러다가 BL 같은 거 보면 좀 그렇잖아요.(웃음) 솔직히 〈여탕보고서〉나 〈극한견주〉는 가족이 보기 좋은 만화, 남녀노소 함께 보는 만화 이런 느낌인데 갑자기 제가 하고픈 걸 하면 너무 충격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마일로와는 분리를 해서 BL을 그릴까 생각 중입니다.”


마일로가 인생 계획 세우지 않는 이유

마일로 작가는 극화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탕보고서〉와 〈극한견주〉를 본 독자 입장에서 마일로 작가가 극화를 그린다는 게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가 말했다시피 이 두 웹툰을 통해 만들어진 마일로의 정체성과 극화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탕보고서〉와 〈극한견주〉를 그리면서 극화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극화를 제 기존 화풍대로 그릴까도 생각 중이에요. 아예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마일로 작가에게 차기작 계획을 물었다. 마일로만의 극화와 BL을 조만간 볼 수 있을 거라는 답변을 기대했다. 그러나 약간은 철학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솔직히 〈여탕보고서〉가 잘될 줄 몰랐습니다. 시작할 때는 손 풀기, 몸 풀기 정도로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1화, 2화 올리는데 ‘어 이 느낌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조해졌어요. 점점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에는 좀 더 재미있게 그려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애쓰면서 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인생 계획 잘 안 세우는 것 같아요. 내가 세워봤자 항상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 운명처럼 가는 거죠.”


글 jobsN 안희찬 대학생 명예기자(한국외국어대 3학년)

사진 서경리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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