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피자헛 아닌 김밥천국과 경쟁할 피자 등장

조회수 2020. 9. 23.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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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10억 전직 마케터의 현재 직업은?
고피자(GOPIZZA) 임재원 대표
마케터에서 피자집 사장으로
‘피자계의 맥도날드’가 목표

2017년 10월, 저녁 무렵의 반포 한강공원. 장터 구경과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한창이다. 한쪽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수십 대의 트럭이 길게 서 있다. 피자, 스테이크, 타코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다. 그중 유난히 줄이 긴 트럭이 눈에 띈다. 500번대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서 있는 손님. 화면에 ‘514번 고객님’이 뜨자 타원형 피자를 받아간다. 연 매출 10억원의 ‘고피자(GOPIZZA)’다.


고피자는 혼자서도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를 만드는 브랜드다. 크기는 일반 미디엄 사이즈 피자(9인치) 5분의 3정도다. 가격은 메뉴에 따라 4900원부터 8500원까지 다양하다. 패스트푸드점 햄버거 세트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하다. 피자를 만들고 화덕에 구워 손님에게 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 초벌한 반죽과 직접 개발한 화덕으로 시간을 줄였다. 고피자 임재원(29)대표는 '피자계의 맥도날드'를 꿈꾼다.

출처: jobsN
고피자 임재원 대표

마케터에서 창업 새내기로


임 대표는 처음부터 피자집 사장을 할 생각은 없었다. 대학생 때부터 마케팅을 공부했고 그 분야에서 일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에서 마케팅과 전략경영을 전공했다. 당시 광고회사 TBWA를 다니면서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졸업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케팅을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카이스트 경영공학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석사 학위 취득 후 IT 스타트업에 마케터로 입사했다.


당시 야식으로 일주일에 4번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 어느 날 집에 가는 길에 햄버거보다 피자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문하면 올때까지 최소 20분입니다. '샤워를 하고 시킬까 시키고 샤워를 할까' '남기면 또 언제 먹지'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았어요. 결국 맥도날드로 향했습니다. 그때 맥도날드 같은 피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맥도날드 같은 피자'를 떠올린 다음 날 파워포인트 20장짜리 피자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이름도 바로 지었다. '고피자'는 이름 그대로 '쉽게 가서 먹고 나온다'는 의미다. 패스트푸드처럼 간단한 이름을 생각하다 떠오른 단어다.

출처: 고피자 제공
타원형인 고피자의 피자

푸드트럭으로 시작…백화점 거쳐 직영점까지


2016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 푸드트럭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크게 매장을 내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 푸드트럭 장사를 할 수 있는 행사에 지원서를 넣었다.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과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장사 자격을 얻었다. 그해 3월에 열린 밤도깨비 야시장 3월 품평회 때 300인분을 팔았다. 첫 장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열린 정식 행사에서는 하루에 700판~1000판을 팔았다.


2016년 8월 판교 현대 백화점에서 입점 제안이 들어왔다. 이후 전국 현대 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등에 팝업스토어로 들어갔다. 2017년 8월과 11월에는 서울 대치동과 안산에 2평짜리 매장을 냈다. 2016년 말에는 개인, 2017년에는 엔젤투자자에게 총 1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2017년에는 화덕을 직접 개발했다. 피자를 타지 않게 화덕 안에서 주기적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화덕을 보는 사람은 다른 일을 못 한다. “처음엔 화덕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저뿐이었어요. 배우기도 어렵고 익숙해지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저도 화상을 입어가면서 배웠습니다. 이걸로 프랜차이즈 사업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보가 와도 쓸 수있는 화덕을 만들어야 했죠.


1인용 피자 프랜차이즈가 발달한 미국에 갔습니다. 어떤 화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고 화덕 공장도 갔습니다. 화덕 내부 온도 유지방법, 가격 및 설치 방법 등 화덕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피자도우와 토핑 등을 가져가서 직접 피자를 구워보기까지 했어요. 현장 조사와 경험을 통해 도면을 그렸죠. 영업 비밀이라 다 밝히지는 못하지만 불조절, 피자 회전 등이 자동으로 되는 고피자만의 화덕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고피자 홈페이지 캡처
고피자 푸드트럭

경쟁사는 김밥천국…"피자계의 맥도날드 될 것"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해보는 외식업에 몸살이 나기도 했고 운영 미숙으로 순수익이 없었다. 낮에는 하루 1000인분씩 재료를 준비하고 저녁엔 푸드트럭에서 장사했다. 한 번 일을 시작하면 12시간을 서서 일했다. 과로로 병원에 3일 동안 입원했다. “책상에서 펜만 굴리다가 현장에 나가니 힘들었죠. 마진을 생각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 시급도 1만원씩 줬어요. 재료나 포장에도 돈을 아낌없이 썼죠. 결국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과 나가는 금액이 같았어요.”


2018년 2월에 백화점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임 대표는 “가스공급 부족과 비용 구조 때문”이라면서 "수수료나 유지비가 많이 들어 수익률 유지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원래 목표는 가맹사업이기도 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현재 서울 노량진, 경기도 일산, 인천, 파주 등 네 곳에 매장 공사를 하고 있다. 지금 운영하는 안산점과 대치점은 직영점이다. 아직 가맹점을 늘릴 계획은 없다. 직영점 성장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피자의 경쟁사는 도미노, 피자헛 등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김밥천국, 맥도날드처럼 분식집이나 패스트푸드점이다. 혼자서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목표도 ‘피자계의 맥도날드’가 되는 것이다. 연 매출 10억원을 올리지만 아직 힘들고 무섭다고 한다.


“‘2~3년 만에 쉽게 성공했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2월부터 많은 것을 포기하고 고피자만 생각했습니다. 외식업뿐 아니라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회사 다니기 싫으니까 사업할래’라는 생각으로는 어려워요.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 또한 고피자 아시아 시장 진출, 특식의 캐주얼화를 위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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