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만든 남자가 하는 '100억 사업'의 정체

조회수 2020. 9. 23.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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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밴드에 11만명 모은 '비밀쇼핑'의 비결은..
중고나라 운영사 큐딜리온 이승우 대표
상품기획·홍보 맡는 MJ(멀티자키) 도입
2년만에 밴드 가입자 11만명 돌파
1등 MJ 연 매출 70억원선…연봉 2억

MJ가 뭐지? 모 정치인이나 회사 선배의 이니셜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사실 MJ는 요즘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를 사용한다는 사람들은 다 아는 단어다. 중고나라의 운영사인 큐딜리온이 운영하는 폐쇄형 쇼핑몰 '비밀의 공구'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영상을 만들며, 사후관리까지 하는 사람을 말한다. 굳이 말한다면 'MD(상품기획자)+쇼핑호스트+애프터서비스'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비밀의 공구는 네이버 소모임 애플리케이션 '밴드'를 기반으로 하는 폐쇄형 쇼핑몰이다. 기존 회원의 초대가 없으면 가입도 안된다. 하지만 2년만에 가입자 숫자가 11만명을 넘어섰다.


광고 하나 없이 11만명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답은 한 가지다. '가격'. 시중보다 40~95% 싼 가격으로 물건이 나온다. 실수로 판매시기를 놓친 물건, 날씨 변동 등 자연환경 변화 때문에 판매하지 못한 재고 등이다. 수익도 적지 않다. 2017년 기준 거래액 비밀의 공구 거래액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MJ로 활약하는 황현석(36·활동명 케빈황)씨·이도윤(36·도윤)·유지선(31·여·지오)씨와 이승우(41) 큐딜리온 대표를 만나봤다. 

출처: jobsN
(시계방향으로)황현석씨, 이도윤씨, 이승우씨, 유지선씨

중고나라 직원이 1호 MJ…첫 방송에서 빔프로젝터 400대 팔아


MJ 제도를 기획한 것은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다. 그는 2003년 중고나라를 만든 사람이다.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한 중고나라는 국내 최대 중고 거래 장터로 꼽힌다. 이 대표는 "중고나라 회원들에게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물건을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에 공동구매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동구매를 진행하다가, 해외사례를 보고 비밀의 공구를 기획했다.


비밀의 공구는 '회원제 폐쇄형 공동구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회사 내에 비밀의 공구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차별화가 문제였다. "날 것으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건을 1개 팔면 남는 마진은 얼마인지, 가격을 정한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생(生)으로' 제안하는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첫 제품은 한 중소기업의 빔프로젝터였다. 당시 이 업체는 판매 부진으로 고민이 많았다. 이에 당시 중고나라 MD 담당 직원이었던 황현석씨는 빔프로젝터 업체 대표를 만나러 가는 모습, 제품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판매 과정 등을 담아서 영상을 만들었다. 고객들은 "솔직하다" "가성비 좋은 제품이 왜 재고가 쌓여있지"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열광했다.


첫 제품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준비된 500대 중 400여대를 1차 공구에서 팔았고 남은 제품도 2차 공구에서 몽땅 팔았다. 하지만 정작 황씨는 퇴사를 고려했다. 일만 많아지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에 이 대표가 아예 황씨의 전업을 권했다. "판매하는 만큼 수수료로 가져가라. 다만 상품기획과 업체 섭외, 영상 제작, 애프터서비스까지 몽땅 맡아라." 그래서 탄생한 게 '1호 MJ 케빈황'이다. 전 분야를 모두 맡아야 해서 '멀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출처: jobsN
황현석씨, 이도윤씨, 유지선씨

‘날 것’으로 승부…MJ 1등 황씨 연봉 2억


지금 비밀의 공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MJ는 총 6명. 중심은 1호 MJ인 황현석씨를 비롯해 이도윤씨와 유지선씨가 있다. 황씨는 한 달에 거래액 약 5억~6억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황씨의 수입은 연간 2억원 선이라고 한다.


유씨는 6년간 쇼핑호스트로 일하다가 지난 2017년 9월 MJ로 전향한 케이스다. "쇼호스트는 짜여진 틀 안에서 방송을 해야 하죠.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방송은 꼭 해야 해요. 하지만 MJ는 내가 섭외하고 선정한 업체의 물건을 소개한다는 차이가 있죠. 그래서 굉장히 솔직하고 사용 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원테이크(One Take·시작부터 끝까지 중간에 끊기지 않고 한 번의 컷으로 촬영하는 기법)'로 촬영한 영상이 인기가 좋다. 유씨는 편집없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을 찍었다. 진정 팩의 효능을 보여주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퉁퉁 부은 얼굴에 팩을 올린것 이다. 황씨는 남성 발열 속옷 기능을 입증하기 위해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속옷만 입고 한강공원을 달렸다. 모두 편집없이 한 번에 찍은 영상들이다.

(왼쪽부터)황씨가 후기를 위해 속옷만 입고 한강을 달리고 있다. 진정 팩 후기를 위해 민낯으로 영상을 촬영한 유씨. 직접 조카에게 비타민을 먹이는 이씨. 이씨의 조카가 비타민 맛을 맞춰보겠다고 눈을 감고 있다. / 비밀의 공구 유튜브, 밴드 캡처

문제가 생겨도 MJ들은 '날 것의 사과문'을 올린다. 얼마전 황씨는 유명 브랜드 면도기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예고 영상을 업로드 했지만 업체 측 실수로 비밀에 공구에서 팔기로한 재고를 다른 곳에 넘겼다.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은 화가 난 상태였다. 황씨는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고객들은 도리어 그를 다독이기도 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 덕분이었다.


이도윤씨는 MBC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비밀의 공구 MJ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아빠인 이씨는 출산·육아용품 등을 주로 판다. 본업은 소속사 연기 지도 강사다. 그는 숙취해소제 영상을 찍을 때에는 전날 소주 한 병 반, 맥주 1500cc를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숙취해소제를 먹는 영상을 찍었다.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그는 또 어린이 영양제 등을 판매할 때에는 아들과 조카에게 먼저 먹여본다고 한다.


"MJ 100명 육성 계획…누구나 지원 가능"


큐딜리온은 앞으로 100명의 MJ를 육성할 계획이다. 연간 100억 거래액의 폐쇄형 쇼핑몰을 1000억대 이상으로 키워보기 위해서다. 이승우 대표는 "지금도 판로를 찾지 못한 스타트업의 물건이나 기술력은 있지만 마케팅이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가 쓸 물건처럼 홍보하고, 일을 즐기면서, 내 브랜드를 키운다는 책임감이 있으면 MJ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비밀의 공구에서 활동하는 MJ는 6명이다. 개인 온라인 쇼핑몰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의류를 판매하는 파워블로거들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상품 기획력과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정보 제공 등 두 가지만 충족한다면 충분히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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