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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곳 다 떨어진 대학생의 추적, '알바자리 실종' 범인은?

조회수 2020. 9. 23. 15: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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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이 말하는 2018년 겨울이 유독 시린 이유

이번 겨울은 작년보다 더욱 춥다. 비단 기온이 낮아서는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2016년 말 2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 동네의 음식점 세 군데에 지원해 한 곳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에서 합격해 국숫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었다. 종강 후 바로 일을 시작해 주중 4시간씩을 일했다. 매달 50만원씩, 두 달간 100만원을 모아 학기 중 생활비로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해도 너무했다.


총 35군데 이력서를 냈지만, 1월 내내 ‘면접 보러 오라’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2월 초가 돼서야 겨우 알바 한 건을 구할 수 있었다. 3월엔 학교로 돌아가야하니, 2월 한달 열심히 일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작년의 절반 정도나 될까 모르겠다. 이번 겨울은 왜 이렇게 내 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건지 궁금해 나름대로 ‘범인’을 추적해봤다.


#1. 최저시급 상승? 

가장 먼저 떠오른 ‘피의자’는 인상된 최저시급이었다. 2018년 최저시급은 지난해 6470원에 비해 16.4% 오른 7530원으로 정해졌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각각 8.1%, 7.3%였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두배 가량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외식업, 도소매업, 개인 서비스업 등 소상공인 사업주 총 3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 응답자의 83.3%가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으로 인상돼 수익 감소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종업원 감원이나 폐업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광범위한 조사는 힘들지만, 단순히 우리 동네의 구인 공고를 살펴봐도 예년에 비해 반 정도로 줄어든 수준이다. 방학 내내 상시 공고가 올라와있던 곳이 6군데 정도였던 데 반해 올해는 단 두 건의 심야 알바를 구하는 공고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최저시급이 올라 일한 대가로 생활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알바 자리가 이 정도로 줄어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2. 경력 부족?

최저시급이 오른 만큼, 같은 값을 주고 경력이 풍부한 알바생을 뽑고 싶은 점주들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실제로 구직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면, ‘같은 계통의 업무를 경험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집요하게 받았다.


온라인 지원으로 이력서를 넣은 경우, 관련 경력이 없는 나의 초라한 이력서는 언제나 무응답이었다. 전화로 지원해도 “경력이 없는 사람은 뽑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지원한 35 곳의 알바자리 중 28곳이 ‘경력자를 우선 채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아니,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경력 같은 신입’이 인기라는데, 알바마저도 경력직을 원하면 나 같은 신입은 또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할까…


#3. 어린 나이?

겨울 방학 기간만 짧게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판촉 업무에 집중돼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적어도 20대 중후반 이상의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 때문에 나 같은 20대 초반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서울·경기·인천 등의 마트, 백화점의 시즌 행사 아르바이트 채용과 배치를 담당하는 A씨는 “너무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은 책임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채용하기에 조금 조심스럽다”면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한 마트의 완구 판매 담당자 B씨는 “어린 학생들은 넉살이 부족하기 때문에 20대 후반의 판촉 사원들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나도 충분히 넉살 좋게 다가가 잘 팔수 있는데… 그들이 직접 경험한 바에 따라 채용을 한다는데 할말은 없지만, 어리다는 게 참 슬프다.


나름대로 범인을 추적해봤다. 어느 하나가 ‘주범’이 아니라, 모두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공범’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그러나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마시라.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더니, 최근 베이비시터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해 아이들의 숙제를 맡아 봐주는 업무를 맡게 됐다. 이 땅의 젊은 초보 알바생들이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음을 증명하면, 우리의 동생들은 알바 구하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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