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중개 알바 찾은 남성 "일본인과 결혼하고 싶어서요.."

조회수 2020. 9. 23. 15: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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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학예회 보컬 선생님부터 코딩 선생님까지 중개해주는 '과외중개 알바'

나는 2017년 2학기,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다. 초·중·고에 대학 3년까지 15년을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싶었다.


그간 배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포기한 독일어를 배워 독일 여행을 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통장을 본 순간 좌절하고 말았다. 한 달에 20만원이 훌쩍 넘는 학원비, 교재비에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한 달에 30만원은 족히 필요했지만, 내 통장의 잔액은 10만 7560원이 전부였다.


석 달 정도 ‘알바’를 해서 돈을 벌고, 이후 알바와 학원을 병행해 여행도 가기로 했다. 

여유 없이 쉼없이 달려온 나. 독일여행을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과외중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당장 알바천국 어플을 켰다. 상세검색창에 나이와 지역 등을 입력하고 검색하기를 눌렀다. 카페, 홀서빙, 페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알바자리가 눈에 띄었다. 30여곳에 ‘나의 노동을 기꺼이 제공하겠다’며 지원했다. 지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수많은 ‘알바자리’ 가운데 내 자리는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검색했다. ‘과외’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공고를 눌러 자세히 보니 과외 선생님을 찾는 학생들에게 적당한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일이었다. 시급은 7530원. 최저 시급이지만, 작년보다 1000원 넘게 올랐기 때문에 한 달에 120만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추운 겨울, 따듯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심도 준다는 점도 끌렸다.


즉시 지원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렸다. 사흘이 지나서 모르는 번호로 ‘면접 보러오라’며 문자가 왔다. 면접에서는 ‘비슷한 일을 해본 경력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아무래도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알바라서 그런지 경력이 중요한 것 같았다. 마침 나는 2016년 12월부터 1년 동안 학교에서 비슷한 알바를 해본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 알바에 가장 적합한 경력직’이라고 호소했다. 결과는 합격. 올해 1월 4일부터 출근했다.

과외는 중·고등학생만 한다는 생각은 NO!


출근 첫날 매니저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는 전화가 오면, 과목·지역·경력뿐만 아니라 성별이나 나이 등 원하는 선생님의 조건을 듣는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그 조건에 맞는 선생님을 찾는다. 적당한 선생님을 발견하면, 과외비와 수업진행 시간을 조율하고 서로에게 번호 전달까지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첫날 첫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 “피아노 선생님을 찾고 싶어서요. 취미로 배울 거고 제가 회사에 다녀서 주말에 수업이 가능하면 좋겠어요.” 첫 번째 ‘미션’이라 꼭 성사시키고 싶었다. 데이터베이스를 찾았다. 마침 조건에 맞는 선생님이 나왔다. “네, 마침 주말에 수업 가능한 피아노 전공 선생님이 계시네요!” 이날 하루 내가 받은 전화는 4시간 반 동안 총 13통, 이 중 6건의 과외 중개를 성사시켰다.


보통 과외라고 하면 중·고등학생들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대학생에게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과외를 원하는 학생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배우는 과목도 목적도 각양각색이었다. 알바를 시작한 지 열흘 정도 지난 1월 중순, 40대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제가 한국 여자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일본 여자랑 결혼을 하고 싶거든요. 나이가 있어서 결혼을 빨리 해야 하니 단기간에 원어민 수준으로 만들어줄 선생님 좀 구해주세요.”


유치원 학예회에서 노래하는 딸을 보니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컬 선생님을 구해달라는 부모님, 은퇴 후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둘이서 그룹과외 형식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노부부 등도 기억에 남는 ‘의뢰인’이다. 

초등학생도 과외 문의도 생각보다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로부터 ‘과학 선생님을 찾는다’며 전화를 받았다. 과외가 가능한 요일과 시간을 묻자 “이미 다른 주요과목 모두 과외를 받고 있어서 일주일에 두 번, 저녁에만 시간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도입되면서 코딩 교육을 해줄 수 있는 공대 선생님을 찾는 전화도 일주일에 두세통씩은 꼭 있었다. 덕분에 공대 선생님을 찾는 우리 손도 덩달아 바빠졌다.


과외성사 100%에 도전하다! 만족스러운 매칭을 위한 tip!

과외 중개 알바에 도전할 사람들을 위해 한 달간 직접 얻은 비법을 공개한다. 중학생이나 성인을 대상으로는 대학교를 졸업한 전문 과외 선생님을, 고등학생에게는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추천하는 게 매칭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길게 보는 중학생은 좀 더 깊은 지식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성인은 얘기가 잘 통하는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고등학생은 입시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대학생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거니와 대학생 선생님을 보면서 ‘대학에 꼭 가고야 말겠다’는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선호한다.

특정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학생의 경우엔 학생이 그 악기를 가졌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만약 학생이 악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추가적인 비용이 생긴다. 그러면 비용이 올라가고, 생각보다 높은 비용에 배우겠다는 의사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럴 땐 선생님이 악기를 가졌는지, 이를 강의에 쓸 수 있는지도 파악해서 연결해주면 된다.


원어민 선생님을 원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 확인이다. 선생님이 본인 프로필에 명시해 놓기도 하지만 딱히 비자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직접 물어봐야 한다. 물론 영어로. 처음 일할 때 가장 무서웠던 순간 중 하나가 원어민 선생님께 연락할 때였다. 아무리 번역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매 순간 긴장된다. 사실 선생님들은 대부분 한국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주 쉬운 영어로 알아듣기 좋게 말해준다.


일한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선생님 연결해주셔서 감사해요!”라던가 “착한 학생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연락을 받으며 뿌듯함을 느끼는 중이다. 이렇게 가끔 당황도 하고 뿌듯함도 느끼면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내 통장도 두둑해지겠지? 그땐 나도 “좋은 독일어 선생님 좀 소개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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