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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일찍 출근 못하면 시말서 써"…문제 없을까요

예고없는 연차 사용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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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2.11. | 141,47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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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미리 출근 종용' 문제 없을까
예고없는 연차 사용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

2월 5일 오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시말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건의 전말


글쓴이 A씨가 일하는 부서는 정해진 출근 시각이 9시입니다. 하지만 업무 준비를 위해 8시 40분까지 출근하는게 보통입니다. 회사가 전체 공지를 해 모든 직원이 따르고 있다는데요.


다만 직원 B씨는 아이를 돌보느라 도저히 20분 미리 출근할 수 없다고 해, 9시까지 회사에 나오고 있습니다. A씨는 B씨에게 “다른 직원들도 8시 40분까지 출근하니 맞춰달라” 했습니다.


그러나 B씨는 반발했습니다. 급기야 메신저로 ‘기분 나빠 출근을 못하겠으니 연차 처리 해달라’고 통보한 뒤 결근했다는데요. 이에 화가 난 A씨가 의견을 듣고자 글을 올린 겁니다.

논란의 시발점인 커뮤니티 게시글.

출처 : dvdprime 캡처

불리한 여론


하지만 댓글 여론은 A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네티즌들은 ‘업무 준비는 업무 아닌가, 말도 안된다’, ‘회사 편의대로 출근을 강요해두고 시말서 받는 게 말이 되냐’며 지적했습니다.


대부분 직장에선 정해진 출근 시각보다 10~15분 일찍 출근하는 게 ‘도리’로 통합니다. 심지어 미리 나오지 않으면 ‘지각’이라 못박는 상사도 있습니다.


규정보다 이른 출근을 종용하는 분위기에 불만인 사람은 많습니다. 그래도 인사고과에 해가 될까봐 웬만하면 그냥 따르죠. 하지만 이를 강요하는 수준을 넘어, 마치 당연하다는듯 말하는 A씨 글은 참아넘길 수 없었던 겁니다.

글쓴이가 쓴 글에 달린 댓글들.

출처 : dvdprime 캡처

A씨는 ‘문자 통보 후 결근한 걸 두고 시말서를 쓸 수 있냐 물은 것’이라 변명 했습니다. 하지만 도리어 반발이 한층 더 거세졌습니다. 원칙적으로 연차는 직원 마음대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이 올라온지 2시간만에 댓글 수 100개를 넘겼고, 사람들은 다른 커뮤니티까지 글을 퍼날랐습니다.


A씨는 20분 일찍 출근한 대신 1시간 일찍 퇴근을 시켜주며, 30분 단위로 수당을 준다고 추가 해명했습니다. A씨 직장은 산부인과 난임센터라 합니다. 부서 특성상 8시 30분에 업무를 시작한다 합니다. A씨는 “난자 채취하는 분들이 대기하며 불만을 제기한다”며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라는데도 그렇겐 절대 못한다 해 충돌이 일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 : jtbc 드라마 '송곳' 캡처

이 논란의 쟁점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글쓴이가 말하는 ‘카톡 통보 후 연차 사용’은 문제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 문제는 없습니다. ‘연차를 쓰려면 회사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근로기준법 제 60조 제5항에 사용자는 연차휴가를 직원이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 나와있습니다. 이를 근로자의 ‘시기지정권’이라 합니다. 근로자가 연차를 쓸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다면(1년간 80%이상 출근 등) 아무 제한이 없습니다. 문자로 통보하든, 시기가 어떻든 사유 불문입니다. 사용자가 ‘왜 연차를 쓰냐’고 물어도 근로자가 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글쓴이 A씨는 B씨에게 ‘연차 사용을 문자로 통보한 것’에 대해 시말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B씨가 이를 근거로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받았다면 사용자가 인사권을 남용했다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업장 특성에 따라 사용자가 연차를 조정할 수 있긴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예외조항을 보면 사용자에게 ‘시기변경권’이 있습니다. 김관하 변호사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으면,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지장’은 엄격하게 봐야 합니다. 김 변호사는 “가령 공장 컨베이어 벨트처럼 한 사람이 빠지면 대체할 수 없거나 시급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과거 마트에서 '조기출근'을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출근 후 청소하고 물품을 정리하는 시간, 기기를 작동하는 시간 모두 개점 전이어도 '근로시간'에 속합니다.

출처 : jtbc 드라마 '송곳' 캡처

2. 미리 출근하라 강요할 수 있는가.


사용자뿐 아니라 직원조차 흔히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출근 시각’ 개념입니다. 9시가 출근 시각이라면 10~20분 전 일찍 출근해 9시 ‘땡’치면 업무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을 보면,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봅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근무복을 갈아입는다던가 회의 준비, 이메일 확인, 인수인계 준비 등 업무와 연관있는 일을 하는 순간 모두 근로시간으로 간주합니다.


다만 A씨 회사는 ‘도리’ 때문에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특성 때문에 일찍 나오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업장마다 출근시각은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루 근로시간 8시간만 맞추면 됩니다. 물론 하루 8시간을 넘는다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겠죠.


글쓴이 A씨는 20분 일찍 출근한 대신 1시간 일찍 퇴근시켜주고 있다 했습니다. 즉 A씨 부하 직원들은 8시 40분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합니다. 김 변호사는 “실제 업무 시작이 8시 30분이라 했고, 합리적인 권고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보기 어렵다”했습니다.


해결 방법은?


가장 깔끔한 해결방법은 ‘취업규칙 변경’입니다. 출근시간 등은 사업장과 직군 특성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는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 명시하지 않은 내용을 직원에게 강제할 수 없습니다. B씨가 근로 계약을 할 때는 출근 시각이 9시라고 알았을텐데, 실제 일할 때는 다르니 문제라는 거죠.


따라서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근로시간을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로 변경하고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으면 합법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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