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안 닿는 동물 없어야".. 에버랜드 출신 특수동물 수의사

조회수 2020. 9. 23. 15: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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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고슴도치, 라쿤..작은 동물 치료
에버랜드 수의사 거쳐 특수동물병원 개업
"의학 혜택 못 받는 동물 돌보고 싶어"

동물병원 안에 개나 고양이는 없었다. 주인 품에 안긴 페럿(족제비과 포유류)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오석헌(39) 원장이 2016년 차린 이 병원은 ‘특수동물’ 전문이다. 대부분 동물병원과는 달리, 개나 고양이보다는 고슴도치, 햄스터, 토끼 등 소형 동물을 주로 치료한다.

출처: 렛츠씨씨 제공
사육 중인 페럿.

키우던 개 동물병원 한번 못 데려간 중학생


- 동물병원인데 개나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도 진료한다. 하지만 오는 동물 중 약 60%는 특수동물이다. 주로 페럿, 토끼, 앵무새를 진료한다. 거북이, 도마뱀, 기니피그, 햄스터, 라쿤도 온다.”


-특수동물 때문에 수의대에 진학했나?

“아니다. 키우던 개 때문이다. 중학교 때 코카스패니얼을 키우며 동물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동물병원에 한 번도 못 데려갔다. 특별히 아프진 않았지만, 요즘 개들처럼 오래 살진 못했다. 살던 곳에 동물병원이 없어 동물에게 백신을 접종하거나 치료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나중에야 동물 치료하는 병원도 있다는 걸 알고 강원대학교 수의대에 입학했다.


- 어떤 계기로 방향을 바꿨나?

“대학생 땐 야생동물 수의사를 준비했다. 나부터가 동물병원 없는 곳에서 자라서인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대학교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봉사장학생으로 동물구조를 도왔다. 주로 야생동물을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했다. ‘야생동물소모임’에 들어가 매달 한 번씩 야생동물 탐사도 다녔다.”


“하지만 결국 이를 직업으로 삼진 못했다. 당시엔 야생동물수의학을 전문적으로 배울 곳이 없었다. 일자리도 적었다. 그나마 동물원 수의사가 다양한 동물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하지만 채용이 거의 없었다. 당시 에버랜드는 동물원 수의사를 3~4년에 한 번씩 뽑았다.”

출처: 오석헌씨 제공
에버랜드 수의사 시절 오석헌씨.

- 어떻게 동물원 수의사가 됐나?

“미국 수의사가 되려고 플로리다 주립대 유학을 준비했다. 플로리다엔 부시가든(Bush Garden) 등 유명한 야생동물원이 많다. 그런데 출국 일정까지 잡았을 때 에버랜드에서 동물원 수의사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운 좋게 합격했다.”


관람객 중심 동물원 아쉬워


-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어떤 일을 했나?

“수의사 4명이 동물 약 200종을 돌봤다. 오전, 오후에 회진을 돌면서 다친 동물을 치료했다. 남는 시간엔 동물 건강검진, 서류작업, 연구, 사육사 교육 등을 했다. 동물 종이 다양해 공부할게 많았다.”


- 재밌는 일도 많을 것 같다.

“정말 재밌었다. 퇴근길에 물개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동물원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사육사들이 두 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해 살려냈다. 정말 뿌듯했다. 반면 노력해도 일이 잘 안될 땐 힘들었다. 대형동물이나 힘센 동물은 깁스를 해주면 바로 부순다. 단순 골절이 절단 수술이나 안락사로 이어질 때도 많다.”


- 왜 그만뒀나?

“특수동물병원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병원을 찾지 못해 자가치료하는 주인도 있는데 매우 위험하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도 여전히 의학이 닿지 않는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에버랜드 수의사를 그만두고 특수동물 병원을 열었다.”

출처: 렛츠씨씨 제공

특수동물 수의사 전망은?


- 특수동물 수의사도 고충이 있을 텐데.

“우리 같은 소형 병원에서 집중치료하기 어려운 동물은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병원에선 특수동물을 다루지 않는다. 내가 끝까지 돌보는 수밖에 없다. 특수동물 대다수가 개나 고양이보다 예민한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다. 조류, 설치류 중엔 손도 대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개체도 있다.”


- 특수동물 수의사 전망은 어떤가? 수익도 궁금하다.

“특수동물수의사가 뜬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다만 동물병원이 점점 사람 병원처럼 분야별 특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선 전망이 있다. 실제로 최근 치과, 안과, 행동학 등 세부전공 전문 수의사가 많아지고 있다. 그 흐름 때문에 특수동물 수의사가 뜬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난 연 7000만원 조금 넘게 번다.”


- 특수동물 수의사를 하고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현재로선 전문지식을 현장에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특수동물병원, 동물원, 구조센터에서 짧게라도 일하면서 수의사들과 많은 이야기 나눠보길 바란다. 외국 유학과 취업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에선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 할 수도 있다. 또한 해외에서 전문가 과정을 밟으면 우리나라에 더 좋은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 사실 난 특수동물수의학을 더 배우고 싶어서, 지금도 가끔 유학을 꿈꾼다.”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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