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작가부터 김소영 아나운서까지 만든 '서재'의 정체

조회수 2020. 9. 23.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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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넷플릭스 꿈꾸는 50대의 '판 바꾸기'
‘밀리의 서재’ 창업 서영택 대표 인터뷰
종이책·e북·서평 서비스 통합 플랫폼
장강명 작가·김소영 등 서재 만들며 동참
“책 좀 읽는다는 사람 많이 생기게 할 것”

“보는 사람만 본다.”


요즘 출판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웅진씽크빅 대표를 지낸 서영택(52) ‘밀리의 서재’ 대표 역시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노스웨스턴대 MBA를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팀장, 웅진패스원 대표, 웅진씽크빅 대표 등 승승장구해왔던 출판ㆍ교육전문가다. 

출처: jobsN
서영택 대표

지난 2017년 3월 ‘밀리의 서재’를 론칭했다. 유료 서비스는 같은해 10월부터 했다. 밀리의 서재는 네티즌 참여형 온라인 도서플랫폼이다. 꽤 구조가 복잡하다. 이용자들은 모두 각자의 서재 계정을 받는다. 구독료 월 9900원을 내면 자신의 서재 계정에 10권의 전자책(e북)을 등록할 수 있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등록한 책은 계속 유효하다. 서평도 써서 올릴 수 있다.


독자 서평=수익 모델 ‘최초’…소통 위해 유명 작가들도 서재 열어


전자책 구독 서비스나 서평 서비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전자책 서비스의 원조는 미국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서평 사이트 '굿리즈'를 인수해 독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교보문고에도 e북 정액 이용 서비스가 있다. 한 달에 1만5000원을 내면 5권을 6개월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e북 시장, 그중에서도 매달 정액요금을 받는 e북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왜 만들었을까. 서 대표는 “지금 출판업계는 10%의 독자가 전체 90%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상위 10%의 독자는 예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 하지만 인원 자체가 줄어든다. 책을 안 보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난다. “책 좀 봐야 하는데”하는 마음의 빚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그는 이걸 바꾸는 습관을 만들겠다고 밀리의 서재를 창업했다.


게다가 서평을 쓰면 독자에게 수익을 나누어주는 점도 세계 최초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다른 이용자가 자신의 서재 계정에 올라간 서평을 읽고 종이책을 구매하면 2%의 수수료를 마일리지로 쌓아준다. 

출처: '밀리의 서재' 제공
작가들이 직접 책을 추천해주는 '작가와의 북클럽'

밀리의 서재에는 장강명ㆍ백영옥 등 작가들과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 등 유명인들도 자신만의 서재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개설한 경우가 많다. 독자들은 자신이 올린 서평과 작가의 서평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현재 구독 서비스 이용자는 1만명 수준. 첫 달 무료체험을 한 후 구독을 이어가는 유료이용자가 47% 정도다. 2017년 11월 기준 월 7.2권을 읽고 있다. 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기준 성인 1인당 독서량인 월 0.8권의 9배다.


“유튜브 낭독도 안돼” 서영택이 말하는 ‘규제’


서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지만, 또 많이 읽지 않는 상황”이라고 봤다. 모순된 이야기 아닌가. 이렇게 설명했다. “2차 저작물로 책을 접하는 인구는 늘어났다. 영화 리메이크판을 보거나 소셜미디어로 책을 접해도 ‘봤다’는 것이 요즘 독자들의 반응이다.”


그는 트렌드에 맞게 책을 소비하는 방법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유튜브 책 방송을 들었다. 서 대표는 “유튜브에서 책을 낭독하고 싶어도 2차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음원처럼 개인이 책 저작권을 저렴하게 쓸 수 있어야 ‘북튜버’들이 많이 생기고 시장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 대표는 10년 전 음원시장을 예로 들었다. 당시 앨범 시장에 불황이 오고, 음원이 각광을 받았다. 음반 제작사들이 음원 판매에 반대했다. 음원 사이트 역시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음원이 주된 음악 소비 방식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보편화로 블로그에 넣거나 협업(콜라보레이션)이 늘어나는 등 전체적인 소비는 커졌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e북 때문에 종이책 판매 감소를 우려한다.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e북 가격을 꽤 높은 수준으로 책정한다. 서 대표는 이것을 바꿨다. 예컨대 종이책을 1만원에 구매하면 마일리지 대신 e북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아니면 e북만 보려는 사람은 월정액 구독을 시켰다. 서 대표는 “e북은 간편함, 종이책은 종이를 넘기는 경험 등 아예 시장이 다르다”면서 “실제로 베스트셀러는 물론 잊힌 과거 책들도 전체 수익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출처: '밀리의 서재' 제공
'애니메이션 공모전' 선정작

밀리의 서재가 네이버 그라폴리오,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지난 2017년 진행한 ‘애니메이션 공모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작가들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공지영),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등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 이 작품들을 e북으로 제작한 뒤 원작과 함께 판매할 예정이다. 원작을 자유롭게 리메이크하도록 하는 대신, 매출을 키워서 나눠먹는 방식이다.


“넷플릭스와 경쟁” 빅데이터로 ‘맞춤형 북 리뷰’ 구상


“당신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서 대표는 ‘넷플릭스’를 언급했다. 넷플릭스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청자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하듯, 밀리의 서재도 취향을 반영한 책과 북 리뷰를 제안하고 싶다는 포부다. “넷플릭스에서는 개인의 TVㆍ영화 패턴을 7만여개로 분류해 개인화된 화면을 제시하죠. 우리도 개인의 독서패턴 데이터를 축적해 맞춤형 서평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잊힌 좋은 책들을 부흥시키는 것도 그의 목표다. 예컨대 2009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는 내용이나 작품성 모두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지금은 트렌디한 책만 읽는 풍토 속에 서가 뒤로 사라졌다. 이런 작품들도 다시 꺼내 돌려 읽자는 포부다.


책 읽는 문화 확산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유료 구독자 90%가 국민 평균 독서량의 9배를 보고 있다”면서 “‘나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최하경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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