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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첫 블라인드 공채 합격자 36명, 출신대학 보니

조회수 2020. 9. 25. 22: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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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 비서울?'..카카오, 스펙 가리고 신입 뽑아보니 "차이 없더라"
다음·카카오 합병 이후 첫 신입 공채, 스펙 안봐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주소만으로 지원
학벌보다 경험 중요, 이론보다 실전

“스펙을 따지기보다 실력을 검증해 뽑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황성현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은 2018년 신입 개발자 공채 결과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개발자는 카카오에서 내놓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카카오는 2017년 8월 입사지원을 받아 같은해 12월 신입사원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포털 서비스 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한 2014년 이후 첫 공개채용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경력자를 중심으로 수시채용만 했다.


공채에 몰린 인원은 약 1만여명, 최종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44명이다. 이 가운데 36명이 카카오에 입사했다. 경쟁률은 200대 1을 웃돌았다. 3년 만에 첫 공채, 높은 경쟁률 이외에 지원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된 것은 블라인드 채용이었다. 집안·출신·학교·경력 등 지원자의 능력을 제외한 다른 요소는 평가대상에서 뺐다. 

출처: 카카오 제공
2018년 1월 카카오에 입사한 공채 신입사원 김윤섭, 이병기, 염지혜씨(왼쪽부터).

다음·카카오 합병 이후 첫 신입 공채, 스펙 안봐


이 채용 과정을 총괄한 사람이 황성현 부사장이다. 그는 “실제 개발 능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뽑기 위해 고민했다”며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전형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종 합격자의 출신학교를 보면 이른바 ‘인서울’ 대학 출신 24명, ‘비서울’ 대학 출신은 18명이다. 비서울 대학 출신 중 명문 공대라고 불리는 카이스트, 포스텍, 유니스트 졸업생은 통틀어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대학 졸업생은 2명이었다. 대기업·중소·벤처 IT 기업에 근무했던 경력자부터 대학교 3학년 학생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연령대는 22~33세였다. 황 부사장은 “이론 문제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쓰일만한 작업형 문제를 냈고, 지원자와 면접관이 개발 방식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블라인드 채용 과정은 실제 어땠을까. jobsN이 카카오 신입사원 세 사람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염지혜(26), 김윤섭(28), 이병기(33)씨가 주인공이다. 염씨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김씨는 호남지역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소 IT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이씨는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수 십 차례 입사 실패 경험이 있는 ‘생신입’이라고 했다. 세명 모두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주소만으로 지원

출처: 카카오 제공
카카오 신입사원 염지혜씨 모습.

-채용 방식이 다른 회사와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습니까

(염) “처음 지원할 때 이력서를 제출하는 게 아니라 회원가입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게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정말 그랬다면 회사가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을 통계 낼 수 없었을 텐데요

(이) “코딩 테스트 세 번, 면접 두 번을 거쳤습니다. 자기소개서나 출신 대학 등에 관한 이력은 면접 전에 다시 제출했어요.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학력이나 출신에 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원자의 신상정보를 ‘최종면접’ 직전에야 면접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지원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도 했다.


-채용 과정에서 인상 깊은 점이 있었다면

(김) “코딩 테스트를 온라인으로 두 번, 이후 회사가 지정해준 장소에서 한 번 받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지원자 실력을 가늠해볼 수는 있지만, 커닝 가능성도 있잖아요. 이런 우려를 오프라인 테스트로 걸러낸 것 같습니다.”


(이) “시험지에 적힌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정도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생긴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단계도 있었죠. 책으로만 공부한 사람보다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겠다고 느꼈습니다.” 

출처: 카카오제공
카카오 신입사원 이병기씨.

-면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까

(염) “토론 방식이 특이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보통 지원자들끼리 팀을 나눠 토론을 시켰거든요. 카카오에서는 면접관과 지원자가 논쟁했습니다. 가령 K라는 프로그램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세 가지 해결 방법 A, B, C를 제시해 줍니다. 그리고는 ‘당신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하고 묻죠.”


-이런 방식으로 토론이 됩니까

(김) “제가 ‘B’ 라고 답하면, 면접관이 B의 단점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A와 C 장점을 살리는 게 낫지 않느냐고 되묻죠. 저는 B의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A와 C의 단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면접관을 설득했습니다.”


학벌보다 경험 중요, 이론보다 실전


-함께 입사한 동료들을 평가한다면

(염) “아직 교육받는 중이라 평가할 입장이 안됩니다. 다만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실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우는 속도가 빠른 동료가 있고, 응용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있어요.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김) “비율로 따져본다면 인서울 출신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방대 출신 개발자들의 실력이 뒤처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학교든 회사든 서울이든 지방이든 어디서 공부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합격한 동료들의 실력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카카오제공
카카오 신입사원 김윤섭씨.

-내년 카카오에 지원할 후배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염) “개발자로 지원하는 사람이 올해와 같은 조건으로 시험을 본다고 가정할게요. 오프라인 코딩 테스트에서 개발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작은 노트북을 주고 작업을 시킵니다. 키보드가 손에 익지 않다거나 화면이 작다고 당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 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개인용 키보드를 가지고 오면 도움이 될 겁니다. 노트북 키보드는 작고 불편해서 사용하기 어렵거든요. 저는 평소 사용하던 키보드를 가져왔어요. 그렇게 시험을 봤던 다른 동료들도 봤습니다. 문제 해결 시간도 단축되고 효율성도 높습니다. 시험에 응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인턴으로라도 실무를 경험하거나, 작고 단순한 프로그램이라도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이론만 공부해서는 접근할 수 없는 문제들이 나옵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작품을 만들어본다는 생각으로 경험해보기를 권합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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