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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한테 '칼퇴'하라고 등떠미는 '워라밸' 좋은 회사

조회수 2020. 9. 25. 22: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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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신라면' 이기겠다"는 자신만만 청년들의 정체

한국인 중 신(辛)라면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1986년 세상에 나온 신라면은 2017년 브랜드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선정한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브랜드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식료품 가운데는 유일하다. 신라면은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판매 중인 제품이다. 세계 100여 개국에서 활약 중인 한국 매운 맛의 전도사가 바로 신라면이다.


1965년 설립 이후 50년 넘는 역사를 쌓은 농심은 신라면 이외에도 안성탕면, 짜파게티, 새우깡, 너구리, 육개장사발면 등 인기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식품업계엔 ‘소비자의 입맛은 불변'이라 격언이 떠돈다. 그 이야기가 나온 이유가 바로 신라면 때문이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라면이 이끄는 농심 라면 군단은 1985년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이후 지금까지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출처: jobsN
신라면·새우깡을 뛰어 넘는 신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농심의 '막내' 사원들. 사진 왼쪽부터 박은철 사원, 박한나 사원, 이문종 연구원

이런 신라면, 새우깡 같은 국민 대표 식품을 이길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경쟁업체 직원들은 신라면을 이기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수십년간 노력했지만 실패해 포기상태다. 감히 신라면을 이기겠다는 포부를 밝힌 주인공은 바로 농심의 막내 사원들. 스낵마케팅팀 박한나(28), 마케팅기획실 박은철(27) 사원과 면개발팀 이문종(30) 연구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색다른 경험과 경력을 쌓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패기를 더해 선배들을 뛰어 넘겠다는 포부다.


사람 배려하는 분위기가 ‘워라밸’로 이어져


2016년 12월 입사한 박은철 사원은 농심 입사 전 1년 반정도 푸드트럭을 운영했다. “학교를 휴학하고 푸드트럭을 했어요. 봄·여름·가을엔 닭꼬치를 팔았고, 겨울엔 순대·만두·찐빵을 팔았죠. 다른 푸드트럭 사장님들과는 달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로 홍보도 하고, 쿠폰도 뿌리는 등 이벤트를 해서 꽤 짭짤하게 벌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농심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는 제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인사팀 관계자는 “박은철 사원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출처: jobsN
마케팅기획실 박은철 사원

박은철 사원은 장사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한테 많이 시달렸다고 했다. “장사하면 별의별 사람이 있잖아요. 하지만 회사에선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좋아요. 사실 첫 출근을 앞두고 주위 선배들이 직장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하도 얘길 많이 해서 겁이 났었거든요. 선배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잘 챙겨주셔서 회사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칼퇴’하라고 등 떠미는 선배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업무시간이 끝나서 앉아있으면 선배들이 ‘왜 안 가고 있느냐, 빨리 나가서 연애하라’고 등을 떠밉니다. 아무래도 막내다 보니 눈치가 보이는데, 이렇게 해주시니 못이기는 척하고 퇴근할 수 있죠.” 요즘 ‘핫이슈’로 떠오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농심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유다. 50년도 전에 생긴 회사라 분위기가 팍팍할 것 같지만 잘 익은 라면 면발처럼 부드럽고 탱탱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업무 혹은 자기계발을 위해 필요한 책을 신청하면 언제든지 사주는 독서대학,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외국어 강좌, 사이버캠퍼스 등도 회사에 만족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미래의 라면, 시작은 라면 연구원의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대학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이문종 연구원은 2014년 12월 농심에 입사하기 전 창업동아리 활동으로 식중독균을 감지하는 바이오센서 시제품을 개발, 충북지방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했다. “미생물학 전공자들은 식품업계는 물론, 의료나 제약 쪽으로 진로를 잡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식중독 관련 연구를 하기도 했고, 식품에 관심이 많아 식품회사를 선택했고요. 그 중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은 농심을 선택했습니다.”

출처: jobsN
면개발팀 이문종 연구원

농심 R&D연구소는 한국 식품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여명의 연구원이 세계적인 수준의 분석 장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면, 스낵, 음료를 개발한다. 미래형 먹을거리, 새로운 식품 용기에 대한 개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출처: 농심 제공
제품 개발을 위해 라면 시식 중인 연구원들(좌), 음식 관련 도서 3만권 가량을 보유한 농심 식문화도서관(우)

이문종 연구원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식문화전문도서관, 해외 식품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외연수프로그램 등 연구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농심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소에서는 매년 수차례 ‘아이디어 대회’를 엽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회에서 수상하면 한달 월급 정도는 너끈히 될만한 포상금이 나오는 것은 물론, 앞으로 신제품 개발과정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도 있어요. 특히 감명받았던 점은 어떤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말이 안 된다’며 내치지 않는 문화입니다. 전 최근 대회에서 면발에 다양한 곡물을 넣은 '오곡면'을 내놨는데, 뜨거운 물에서 면이 풀어지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면발이 탱탱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선배들이 아이디어를 던져주시죠.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문화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이러한 시도가 쌓이면서 농심은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게 이문종 연구원의 얘기다. “쫄깃한 식감을 위해 면의 단면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만드는 성형 기술, 반죽을 고압으로 틀에서 뽑아내 다양한 곡물로 면을 만들 수 있는 공법 등 농심 고유의 기술이 많이 있습니다.”


신라면·새우깡 뛰어넘는 새로운 브랜드 만드는 게 목표


2014년 3월에 입사한 박한나 사원은 사업 때문에 파라과이에 자리를 잡은 아버지 덕분에 초·중·고를 파라과이에서 나왔다. 파라과이에서 스페인어를 쓰는지라 언어를 바탕으로 현지 취업을 고민했을 법하지만, 그는 농심을 택했다. 

출처: jobsN
스낵마케팅팀 박한나 사원

“증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셔서 아버지도 늘 조국을 강조하셨어요. 하지만 먼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직접 느끼기는 쉽지 않았죠. 그런데 한국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음식이에요. 특히 전 신라면을 좋아했는데요, 신라면의 매운맛에서 한국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농심을 선택했죠.”


새우깡 등 농심의 스낵브랜드를 알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할 때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박한나 사원은 ‘새로운 시도를 환영한다’는 점을 농심의 장점으로 꼽았다.

출처: 농심 제공
의류브랜드 '에잇세컨즈'와 협업해 만든 새우깡 옷(좌), 문구브랜드 모닝글로리와 협업해 만든 스낵 캐릭터 노트(우)

“최근에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협업해 새우깡 옷을 만들고, 문구회사 ‘모닝글로리’와 함께 스낵 캐릭터 노트를 만들었어요. 다른 업종 간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저처럼 막내급 직원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요. 물론 새우깡 옷, 스낵 캐릭터 노트가 SNS에서 회자되며 ‘대박’나서 저도 어깨를 으쓱할 수 있었죠.”

출처: 농심 제공
서울 신대방동 '농심캠퍼스'(좌), 농심캠퍼스 내 세워진 사내어린이집(우)

박한나 사원은 회사가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임신·출산·육아 등에 대한 고민을 슬슬 하게 됩니다. 친환경 유기농 식단으로 유명한 농심 사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임산부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단축 근무제 등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농심의 장점입니다.”


출시 첫해인 2015년 단일 라면으로는 최초로 한해 1000억원어치가 팔리며 화려하게 데뷔한 ‘짜왕’을 비롯해 농심이 비교적 최근에 내놓은 상품도 제 몫을 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라면·안성탕면 등 전통의 강자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박한나 사원은 이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출처: jobsN
신라면, 새우깡 등 농심의 장수브랜드를 뛰어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야 말겠다는 농심의 막내들

“농심의 장수브랜드들은 농심의 현재를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인 동시에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입맛을 100년은 사로잡을 신제품을 제 손으로 만들어낼 겁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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