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선수시절 삼성직원 할인 못받은 이유 있었다

조회수 2020. 9. 25. 22: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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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ssul]양준혁 선수가 4대 보험 혜택, 삼성 직원할인 받지 못했던 이유
프로스포츠 선수는 근로자 아닌 개인사업자
연봉 낮은 선수 열악한 처우에 놓이기 쉬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4대 보험 당연 적용 대상이다. 달리 말하자면 회사에 몸담은 직장인은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개월 미만 혹은 월 60시간 미만 근무자 등 예외가 있긴 하다.


그런데 이런 예외 조건에 들지 않는데도 4대 보험 의무가입을 적용받지 않는 직업단체가 있다. 아주 특별하거나 숨겨진 업계도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종이다. 바로 ‘프로스포츠 선수단’이다.


한 명 한 명이 사장님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 선수는 구단 소속 직원이 아니라, 각 팀과 손잡고 일하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김진형 한국프로축구연맹(KL) 구단지원팀장은 “축구뿐 아니라 한국 내 대부분 프로스포츠 업계에선 선수가 ‘개인사업자’로 활동하기 때문에 4대 보험 당연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개인사업자 대표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직원을 한 명이라도 고용하면 상황이 달라지지만, 프로스포츠 선수는 어차피 거의 100% 1인 사업자라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참고로 이 때문에 프로스포츠 선수는 소속 팀 모기업의 임직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팀장은 “개별 팀 방침에 따라 다르며,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내면 임직원이 받는 보너스 못지않게 포상을 해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원복지나 회사 제품 할인혜택 등은 누리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도 삼성 라이온즈의 전설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양준혁 선수도 글쓴이와 통화에서 “현역 시절에도 삼성 가전제품을 살 때 임직원 할인혜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DB
현역 시절 양준혁 선수

프로선수야 대개 연봉이 높으니 보험을 들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다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메이저에서 뛴다 해서 무조건 돈을 많이 받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2017 시즌 한국 프로야구 리그 평균 연봉은 1억3883만원이었지만, 최저연봉은 2700만원에 불과했다. 프로야구 신인 선수는 입단 1년 차엔 일괄적으로 최저연봉을 받는다. 저연봉자 연봉협상도 최저연봉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지난 2009년 프로야구선수협회 노조 설립 추진위원회가 회의를 열었을 때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천정배·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프로야구의 화려한 성장 속에 그 주역인 선수 여러분의 처지는 무척 약하다, 4대 보험과 퇴직금조차 없다는 것에 놀랐다”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강제 프리랜서’ 꼼수


더 큰 문제는 다른 업종에서도 이런 계약 방식을 써먹으려 드는 고용주가 있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근로자를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로 적어, 4대 보험 가입이나 퇴직금 지급 등 고용주가 져야 할 의무를 피하는 수법이다. 계약을 거부하면 취직이 안되고, 마지못해 받아들이면 “너랑 나랑은 동등한 자영업자니 내가 부담할 의무가 없다”며 횡포를 부릴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선 이래저래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사실 불법이다. 프로스포츠 선수 업계처럼 정규직 근무형태가 아예 없는 업종이라면 몰라도,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건 법이 허락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서울시가 이 수법으로 교통방송(tbs) 객원 PD를 내쳤다가 소송에서 진 사례가 있다.

출처: tbs 홈페이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교통방송 본사

지난 2016년 5월, 서울시가 운영하는 교통방송은 “청사를 이전하면서 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했다”며 2007년 10월부터 텔레비전국에서 일해온 객원 PD A씨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같은 해 11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해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울시가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시는 A씨 신분이 방송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A씨 업무위탁계약서에 기록된 보수체계나 처우였다. A씨는 월별 급여가 아니라 방송 한 편 당 15만원씩 수당을 지급받았다. 4대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다. 즉, 개인사업자 형태로 서울시와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서울시는 교통방송이 A씨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지도 않았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서울시 패소였다. 재판부는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 쓴 업무위탁 계약서 문구나 표현 등은 서울시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A씨는 상급자 결재를 받아야 프로그램 출연진을 정할 수 있었고 카카오톡에서 수시로 업무지시를 받는 등 방송사 지휘감독 아래 있었던데다, 하루 최소 9시간 30분씩 일해 다른 직업을 가질 여유도 없었다”고 했다. 비록 계약을 고용주와 근로자 형태로 맺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교통방송 정규직 근로자와 똑같이 일했으니 그에 걸맞게 대우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노무 전문 변호사는 “프로스포츠 업계는 이적이 잦고 실적 따라 연봉 차이가 매우 크게 나는 등 고용주-프리랜서 방식 계약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지만, 그렇지 않은 직종에서까지 근로자를 자영업자로 바꾸는 꼼수를 쓰는 건 불법"이라고 했다. 그는 “만일 이런 일을 당하면 참아넘기지 말고 노동위원회나 지방고용노동청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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