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이거 뭐야?" 롱패딩 여중생들 호기심 자극시킨 곳

조회수 2020. 9. 25. 22: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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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만명 이상 오가는 망원시장
하루 1만명 이상 오가는 망원시장
깨끗한 화장실·배달서비스·카드결제
지방서도 몰려오는 관광지로

검정색 롱패딩을 입은 중학생 네다섯명이 팔짱을 낀채 걸어간다. 쭉 늘어선 점포를 보는 표정에 호기심이 어린다. “홍어가 뭐야?” “돼지 머리 봐봐” “저거 사진찍자.” 10대 여학생들이 신기한듯 셔터를 누른다. 87개 점포·240명의 상인이 모인 망원시장은 하루 7000명~1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오가는 재래시장이다.

출처: josbN
"친구들과 홍대를 놀러왔다 망원시장에 들렀다"는 조유진 학생

“2~3년 전부터 젊은분들도 망원시장을 찾아요. 재래시장 살리자는 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죠. 다만 어떻게 살릴지 방법이 문제였어요. 시장을 왜 외면하는지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모았죠. 크게 세가지였습니다. 첫째 불결하다는 인식, 둘째 카드 사용을 못한다는 점, 셋째 배달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2008년부터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시작했죠.”


망원시장 상인회 회장 최태규(56)씨는 망원시장에 터를 잡은지 10년째다. 시장은 양쪽에 늘어선 2~5층의 건물 1층에 점포가 들어서 있다. 2008년 건물 옥상에 아케이드 형식으로 지붕을 씌웠다. 비나 눈, 미세먼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깨끗한 화장실을 위한 보수공사, 밝은 조명 설치, 통일성 있는 간판 교체 등 구석구석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상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 서울시 지원금 등으로 시장은 점점 활기를 되찾았다.


“카드 결제율이 99퍼센트에 달하는 시장은 전국에서 저희밖에 없을겁니다. 2015년 서울시에서 티머니 결제 시스템을 지원해줬어요. 지하철이나 버스타고 와서 한 시간 이내에 티머니로 결제하면 천원 할인해주는 시스템이었죠. 그 때 젊은층이 많이 왔습니다. 20대·30대가 구경왔다 시장이 깨끗하고 볼거리가 많으니까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이 났어요. 그때부터 상인들이 카드 사용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 같아요.”

출처: josbN

평균 연령 50대인 상인들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에는 상인회의 역할이 컸다. 2012년 망원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자 재래시장 상인들이 함께 적극적으로 나섰다. 매년 감소하는 매출로 모두가 위기감을 느끼던 때였다. 장사를 마친 상인들은 모여 새벽까지 회의를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갈리기도 했지만 시장을 살리자는 목적에는 모두 이견이 없었다. 서울시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지원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5년 전통시장 육성사업에 중소기업청이 망원시장을 선정했어요. 저희 시장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지원에 그 어떤 시장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요. 망원시장 상인회는 전에 회장을 지내고 지금은 은퇴한 상인분들도 임원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유서깊은 모임이죠.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의견을 모으고 안건 하나하나 모두 투표로 결정합니다.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 현안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토론을 거치는 등 소통에 힘쓰고 있어요.”


서울시·중소기업청 등과 긴밀히 소통하는 상인들은 주민들의 요구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마포구 서교동 주민들은 1~2인 가구 비중이 68%에 달했다. 셰프를 초빙해 1인가구를 겨냥한 ‘1인 도시락’ 메뉴를 개발해 판매했다. 과거 대가족 위주의 전통시장 판매 방식을 바꿔 과일, 생선, 고기 등을 소포장했다. 전화로 주문받아 장을 봐주고 배달까지 해주는 ‘장보기 도우미 서비스’를 도입했다.

출처: jobsN
망원시장상인회의 최태규 회장

“배송센터에 배달직원이 세명 있어요. 사무실에 전화를 받는 콜직원이 ‘돼지고기 한근, 포도 한송이’ 이렇게 주문을 받으면 장을 대신 봐주고 배송비 2000원에 배달까지 해주죠. 5만원 이상 구매시 배달비는 무료입니다. 합정동, 성산동, 상암동, 연남동, 홍대까지 가요. 국가 지원금 50%, 상인회비 50%로 운영합니다. 하루 평균 12건 정도 배달해요. 배달 서비스 없으면 저희 시장 큰일나요. 몸 불편하신 어르신들이나 맞벌이 부부들이 주로 이용하죠. 망원시장 장보기 어플도 개발중에 있어요.”


청춘들의 발걸음은 신촌에서 홍대로, 홍대에서 망원동으로 향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현상이었다. ‘경리단길처럼 유명한 망원동’이라는 뜻의 ‘망리단길’은 독특한 특색을 갖춘 카페, 술집 등로 상권이 커졌다. 자연스럽게 망원시장도 한번쯤 들러볼만한 명소로 거듭났다.


망원시장에서 창업에 뛰어드는 젊은 상인들도 많아졌다. 2017년 2월 포장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홍어가게를 창업한 미대생 출신의 전희진(34)씨는 ‘망원시장 홍어아가씨’다.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연 홍어 가게 앞에는 어린 아이들도 줄을 선다. 2017년 말 시작한 망원시장 가게 중에는 전문 셰프 출신도 있다. 

출처: jobsN
젊은 상인들이 눈에 띄는 망원시장. 맨 오른쪽 '바삭마차'의 양수현(37) 대표는 전문 셰프 출신이다

“고객들의 반응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시장 창업에 도전했다”는 수제 튀김 전문점 ‘바삭 마차’ CEO 양수현(37)씨는 과거 ‘스타셰프’인 에드워드 권 오너셰프 밑에서 요리를 배웠다. “오랫동안 점포를 꾸려오신 상인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전통시장 특성상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음식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순환율이 높아야하는데 그걸 유지하기가 쉽지 않죠. 상인회에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상생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요.”


유동인구의 증가·매출 상승 등 긍정적인 현상도 많지만 상인들의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20년째 망원시장을 지키고 있는 대진청과 김미숙(52)씨는 “매년 계약할때마다 계약금이 올라 걱정이다.”고 밝혔다. 33㎡ 점포 임대료가 2~3년 사이 1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올랐다.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변해도 전통시장만큼은 지키고 싶어요. 생선이 살아서 팔딱거리고 점포에서 즉석으로 떡을 뽑아내는 곳은 전통시장뿐이죠.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는 시장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요. 온라인 쇼핑, 백화점, 대형마트 등 경쟁 요소가 많지만 앞으로도 변화를 받아들여 끝까지 살아남을 겁니다.”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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