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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말해 구설 올랐던 배우

조회수 2020. 9. 25. 2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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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현빈
2017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현빈
<공조>에 이어 <꾼>도 흥행

그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말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웃을 때도 옅은 미소만 남길 뿐이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정적은 꽤 자주 찾아온다. 그럼에도 그 정적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가 그보다 의도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시류에 휩쓸리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을 더욱 염려하고 있음을 알아서다. 차라리 그는 정적을 음미하며 차를 마시거나 생각을 곱씹는다. 그 테이블 위로 옷깃이 스치는 소리나,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 고요하고 과묵한 인물이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이나, <꾼>의 사기꾼 황지성과 동일 인물이라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물들이 가진 숨길 수 없는 본성이 있다. 그건 현빈의 본성과도 맞닿아 있는 ‘반듯함’이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이 재벌 2세이든, 이중인격자이든, 북한의 특수공작요원이든 혹 사기꾼이든 그가 가진 반듯함은 확장되어 인물에 파장을 일으킨다. <꾼>에 함께 출연한 배우 유지태는 “이런 반듯한 인물이 어떻게 사기를 치겠느냐”고 물었다고 하는데, 여기에 현빈은 이렇게 대답했다. “반듯하게 치겠죠.(웃음)”


의심이 지나면 확신이 된다


범죄오락액션 영화 <꾼>은 현빈이 해병대를 제대한 후 선택한 세 번째 영화다. 첫 작품은 사극인 <역린>이었고 두 번째는 남북한 형사가 함께 공조수사를 벌인다는 내용의 <공조>였다. 첫 작품에서 현빈은 시나리오에 쓰인 ‘세밀한 등 근육’이라는 여섯 글자를 현실화하기 위해 혹독한 자기관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조는 그만큼 예민하고 사나운 인물이었다.


한편 <공조>는 현빈에게 다시 한 번 흥행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2017년 1월 개봉한 이 영화는 78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상반기 최고 흥행 영화가 됐다. 이번에는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혹자는 그가 ‘대중에 영합’하는 선택을 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공조>로 관객몰이에 성공한 그가 다시 한 번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이 높은 작품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꾼>이 가진 대중성을 굳이 부정하진 않아요. 제가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장르였고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범죄오락액션 장르는 제가 실제로 즐겨 보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껴졌던 속도감이나 경쾌함도 좋았고요. 범죄오락은 흔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기꾼이 사기꾼에게 사기를 친다’는 설정은 흔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결과는 선방이다. <꾼>은 현재(2017년 12월 12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관객 380만 명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을 넘어 하반기 최고 흥행 영화가 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2017년은 1월 <공조>의 현빈이 문을 열고 <꾼>의 현빈이 문을 닫은 셈이 된다. 2015년엔 <국제시장>, <히말라야>, <베테랑>의 황정민이 있었고, 2016년에는 <부산행>, <밀정>의 공유가 있었다면 2017년에는 ‘현빈’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빈은 차분해 보였다. <공조>나 <꾼>에서 선보였던 짧은 머리에 스타일리시한 슈트를 입은 현빈은 거기 없었다. 이미 차기작인 <창궐> 모드로 바뀐 현빈은 길게 내려온 머리에 얼굴을 덮은 텁수룩한 수염으로 표정을 숨기고 있었다. 항상 이런 순간이 가장 곤혹스럽다고 했다. 현재는 ‘창궐’에 몰입해 있는데, 입으로는 ‘꾼’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터뷰 직전까지 <창궐> 촬영을 하다 왔어요. (인터뷰) 마치고 또 촬영장에 가야 하죠. 이야기하면서도 오늘 찍어야 하는 분량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져요. 다행히 창궐은 밤 촬영이 많아 낮에는 여기에 있을 수 있죠. 예전에는 그게 굉장히 스트레스였어요. 두 가지를 병행하면 집중력이 깨지니까요. 지금은 오히려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이렇게 현장 바깥에 있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통로가 되기도 하고요. 돌아가면 더 잘 집중하기도 하고요.”


하나에 몰입하면 다른 데 마음을 두지 못한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였다. 연극반에서 경험한 신세계가 그를 연예계로 이끌었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다. 당시 가장 커트라인이 높았던 대학의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증명해 보였다. 이후 그는 시트콤 <논스톱>, 드라마 <아일랜드> 등에 출연하며 자신을 알렸다. 당시 그가 출연한 작품은 다채롭다. <아일랜드>, <그들이 사는 세상>처럼 비록 소수였으나 지극한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고,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처럼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도 있다.


때로는 흥행 면에서는 실패했지만 ‘이중인격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평소의 의지를 반영했던 <하이드 지킬 나> 같은 드라마도 있었다. 영화 쪽을 보면 더 그렇다. <만추>나 <나는 행복합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등 그가 입대 전 출연한 작품들은 현빈의 스타성과는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떨어져 있었다.


“작품성이냐 흥행성이냐, 이 기준을 갖고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제가 끌렸던 작품을 선택했죠. 하지만 돌아보면 20대 때는 더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작품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에 더 끌렸던 건 사실이에요.”


대중적인 작품만큼이나 마니아층이 깊은 작품이 많다는 건 그에게도 재산이다. 그 역시 가끔 이전 작품들을 꺼내 볼 때가 있다. 좋아하는 작품, 좋아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가 하는 생각은 의외로 냉정하다. “왜 저렇게 했지?” 하는 객관적인 분석이다. “제 예전 작품을 꽤 자주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지금이라면 다르게 표현했을 텐데…’ 싶은 장면들이 꽤 보이죠. 하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으니까요.”


이렇다 할 취미나 특기도 없다. 사람 많은 곳이나 시끄러운 분위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가끔 시간이 나면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그중에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도 있다. 그렇게 가만히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보다 더 신중히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뇐다.


“제가 봐도 참 재미없게 지내요. 작품 속의 저와 너무 다른 게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는데 그 역시 제 모습이죠. 친구들과 있을 때는 그런 장난스러운 모습이 나오기도 해요. 하지만 대부분은 조용히 있는 편입니다.(웃음)” 현빈은 자신을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때는 인터뷰에서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그 때문에 무척 열심히 한다. ‘완벽’에 가깝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인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빈과 그의 연인이던 배우 강소라의 결별설이 보도됐다. 양측은 교제를 인정했던 만큼이나 순순히 결별을 인정했다. 소속사에서 밝힌 결별의 이유는 ‘서로 바쁜 스케줄로 함께할 시간을 갖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결별에 이르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현빈은 20년 가까운 연예계 생활 동안 두 번의 공개 연애를 했다. 그리고 결별의 이유는 대동소이했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그 외에는 마음을 쏟지 못하는 그이다.


대중 곁에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꾼>의 황지성을 대할 때도 톤 조절에 유의했다. 모든 반전을 알고 난 뒤 영화를 다시 본다면, 현빈이 이 인물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설계했는지 알게 된다. 거짓말을 할 때와 참말을 할 때 그리고 거짓말을 연기하는 참말을 할 때와 참말을 하는 척하는 거짓말을 할 때를 모두 다르게 설정해 두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눈여겨봤다. 이들의 톤에 맞추어 자신의 합도 배치했다. 그 때문에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놀라게 한 건 유지태가 보여준 영화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었다. 그는 박식했고 영화에 대한 데이터가 풍성했다. 배성우도 뒤지지 않았다. 술자리나 사석에서 유지태가 쏟아내는 그 무수한 영화들을 배성우는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영화인들의 순전한 사랑을 보면서 현빈은 ‘자극받았다’고 했다. 그야말로 연기꾼, 영화꾼들이 모인 현장이었다.


“기분 좋은 자극이 계속되는 현장이었어요. 행복할 수밖에 없었죠. 더구나 박성웅 선배와는 <역린>에 이어서 두 번째 호흡이었기 때문에 더 잘 맞는 면이 있었어요.”


실제로 현빈은 선배나 형들과 어울리기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친한 형은 많지만, 친한 동생은 많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원체 애늙은이 같은 면도 있지만 자기보다 앞서 자신의 길을 걸어간 이들의 말은 늘 그에게 울림을 준다.


“전에는 늘 행복해지는 법을 찾았어요. 이 일을 계속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시간이 좀 흐르니까 행복의 기준이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이 일을 평생 하고 싶고, 이 일을 통해 만족을 느끼니까요.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기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에요.” 

자신을 혹독하게 밀어붙이는 날 선 모습은 전보다 누그러졌지만 전보다 세밀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현빈이 여기에 있다. 대중에게도 ‘스타’로 기억되기보다 ‘오랜 시간 곁에 있었던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선배들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가지치기’를 잘해야 한다고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지금은 조금씩 알 것 같아요. 배우의 일이라는 게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작품이 찾아오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안에서 자기중심을 지키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가지치기를 잘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지긴 하더라고요.”


현빈에게 필요 없는 잔가지를 쳐내는 칼은 ‘질문’이다. 이 질문은 선택을 할 때나 연기를 할 때나 유효하다. ‘나는 왜 이 작품을 하려고 하는가’, ‘나는 왜 인터뷰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얻어야 비로소 움직인다.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인물은 왜 이런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나름의 답을 찾아야 인물에 동화될 수 있다. 이 지독한 질문 때문에 그와 오랜 시간 함께한 스태프들은 그를 ‘질문꾼’이라고 부른다.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 찾았네요.(웃음) 제가 한 가지 잘하는 게 있다면 질문이에요.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움직여지지 않거든요.”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그의 눈빛은 달라진다. <꾼>의 황지성의 말처럼 ‘의심을 해소해주면 확신이 된다’. 확신에 찬 현빈을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명징하고, 몸짓은 날렵하다. <꾼>의 순항 소식은 그의 확신이 대중의 확신 또한 불러일으켰다는 또 한 번의 증거다. 반가운 소식은 그의 차기작인 <협상>과 <창궐>도 연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좀 쉬어야겠어요.(웃음) 모든 게 다 소진되는 기분입니다.”


쉬는 동안 그는 또 자신의 연기에 끝없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저게 최선인가, 확실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질문의 답을 찾으면 또 한 번 달라진 눈빛의 현빈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혹독한 일이지만, 관객에게는 퍽 잘된 일이다.


글 jobsN 유슬기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사진 (주)쇼박스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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