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진행하던 아나운서, MBC 퇴사 후 하는 일은?

조회수 2020. 9. 25. 22: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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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뉴스 데스크에 앉았던 그녀가 방송국 떠나 도전한 일
MBC 퇴사한 김소영 아나운서
합정동에 책방 열어
‘대박’보다 좋은 책 알리고파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모리오카 서점’은 일주일에 딱 한 종류의 책만 판다.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고픈 책방 주인의 독특한 기획이다. 김소영(31)씨도 이곳을 다녀갔다. 그리고 서울 합정동에 ‘당인리 책발전소’라는 책방을 열었다.


25평 공간 한 켠에 놓인 책은 100권 정도로 작은 책방이지만, 오픈한지 한달째인 지금 이미 단골이 생길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김소영씨는 주로 뉴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였다. 그러다 2017년 8월 5년간 몸담았던 방송국을 떠났다. 퇴사 후 의미있는 여행을 하고 싶어 일본의 책방 50여곳을 돌아봤다. 책을 좋아하기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 ‘책방지기’가 됐다.

출처: jobsN
당인리 책발전소에서 김소영씨

“처음부터 책방을 열 목적으로 퇴사한 건 아니었어요. 2013년부터 4년간 SNS에 꾸준히 서평을 올렸습니다. 책을 추천해달란 사람들의 요청도 많았습니다. 그때 ‘오프라인 공간에 책을 소개하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퇴사 후 비로소 책방을 하기로 결정하고 실천에 옮긴 거예요. 5년간의 저축과 퇴직금을 보탰습니다.


문을 열기까지 두 달간 준비했습니다. 직장생활만 했을뿐 창업은 처음 하는 거라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책을 대량 구매하는 법을 몰라서 출판사나 인쇄공장에 무작정 전화를 한 적도 있고, 가구 하나 놓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어렵더라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성을 담고 싶어 책장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막막해 보여도 부딪치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어요.”

출처: 김소영씨 인스타그램·jobsN
책방 오픈 준비(왼쪽부터), 책방 내부 모습

당인리 책발전소는 그녀가 직접 책을 추천한다. 분야별로 분류하진 않는다. 읽었던 책, 읽어보고 싶은 책, 새로나온 책 중 추천하고 싶은 책을 진열해둔다. 책 표지에 붙어있는 작은 쪽지에는 내용에 대한 짧은 소개가 있다. 책방을 찾는 사람들은 ‘대형서점에 가면 책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든데, 이 곳은 책 고르기가 편하고 즐겁다’는 말을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당인리 책발전소의 베스트셀러 열 권도 발표하는데 반응이 좋아요. 실제로 이곳에서 추천한 책이 대형서점에서 판매 순위가 갑자기 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거울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가 그랬죠. 좋은 내용임에도 빛을 보지 못했던 책이 우리 책방의 추천으로 주목받으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숨겨진 책들을 많이 발견해서 재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책이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책방을 운영하는 건 또다른 영역이었다. 마냥 낭만적일 것 같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힘든 점도 많다. 그는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 창업 초기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쉬웠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책방일이 꿈꾸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다.

출처: jobsN
책방의 베스트셀러 목록(왼쪽부터), 책에 있는 추천 쪽지

“한 종류의 신간이 보통 이틀에 한 번씩 들어와요. 한 달 1000여권(재고 포함)의 책을 진열하고, 내용 파악해 추천해야 합니다. 원래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이라 회사를 다닐 땐 휴일에 이틀간 한 권 정도 읽었어요. 지금은 하루에 몰아서 5~6권을 빠르게 읽습니다. 몸이 힘들어 녹초가 되는 날이 많아요. 책 박스를 풀고 무거운 걸 나르는 게 일상이고 마음도 쉴 틈 없이 바빠요.


현실적인 운영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책 자체가 고가 상품은 아니다보니, 음식점이 대박나는 것처럼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책방을 하는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내 인건비도 안 나온다’는 말을 할 정도니까요.


책을 들여오는 건 출판사와 직거래하거나 도매상을 통해 가져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필요한 수량을 원하는 가격으로 들여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동네 책방들이 좋은 책들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편의점을 발견하듯 길을 걷다가 좋은 책방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출처: 김소영씨 인스타그램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북토크(왼쪽부터), 책방을 찾은 전현무 아나운서

MBC 근무할 때부터 굿모닝FM의 책 낭독 코너 '세계문학전집'을 진행했고 현재도 책 관련 팟캐스트에 참여한다. tvN ‘신혼일기2’, ‘프리한 19’에 출연도 했다. 방송 녹화가 있는 날을 제외하면 책방을 지킨다. 유명세를 내세워 단순히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책방을 운영하겠다는 진심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책이 좋아서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책은 집이나 버스 안에서 읽을 수도 있지만, 책방까지 오는 건 내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거잖아요. 그에 맞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책방을 할거라 했을때 ‘월세도 못 내고 망할 거다’라는 주변의 걱정이 많았어요. 점점 책을 멀리하는 세상이니까요. 하지만 직접 해보니 책방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작가를 섭외해 북토크를 열기도 하고, 책 내용과 관련된 상품을 기획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책방이 줄 수 있는 의미를 확장시키고 관련된 일들을 시도하고 싶어요. 다양한 책들이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즐기도록 하는 게 꿈입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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