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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대신 중장비.."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주목했죠"

조회수 2020. 9. 25. 22: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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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게임만 한다고요? 항공기·중장비 정비사 키워냅니다"
수백억 항공기 정비 솔루션 만들던 청년
AR·VR로 중장비 정비사 훈련
멈추지 않고 배우는 게 목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여는 기술이라 불린다. AR 기술은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어떤 사물을 그에 관한 정보가 뜨게 만드는 기술이다. VR은 특수 안경을 낀 사람이 새로운 공간,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서정호(35) 빅스스프링트리 대표는 "이런 기술을 쇼핑이나, 게임방에서 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안타깝다"고 했다. "꼭 게임이 아니어도 이런 기술이 얼마든지 다른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출처: 빅스스프링트리 제공
서정호 빅스스프링트리 대표.

빅스스프링트리는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종 중장비나 비행기 정비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빅스스프링트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특수 안경에 설치하면 각종 중장비에 대한 설명이 증강현실로 안경에 표시된다. 제품에 이상이 생긴 상황을 가상현실로 만들어 정비사가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있다.


아직 걸음마를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두산중공업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로 빅스스프링트리의 AR·VR 노하우를 점찍었고 함께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7년 매출은 1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대기업과의 협업으로 계약을 앞두고 있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매출이 늘어날 예정입니다.”


500만개 부품 항공기 정비 솔루션 만들던 청년


-창업하기 전 어떤 일을 했습니까

“항공기 정비사를 교육하는 시뮬레이션 개발 업체에 있었습니다. 수리온 같은 헬리콥터, T50 전투기를 정비하는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수리온은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기동 헬기, T50은 첫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다. 한대에 수백억원씩 하는 기종이다. 항공기 정비사는 이런 장비가 고장 났을 경우 다시 하늘을 날 수 있게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공기 한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450만~500만개 정도 됩니다. 매뉴얼을 종이로 인쇄하면 수만 쪽에 달할 겁니다.” 그는 이런 정비사들이 종이문서 없이 VR과 AR 기술을 적용해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출처: 빅스스프링트리
빅스스프링트리에서 개발한 중장비 정비 솔루션 AR, VR 기술.

-안정적인 직업 같아 보입니다. 그만둔 이유가 있습니까

“다른 산업분야에도 이런 기술을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꼭 항공분야에만 머물러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죠. 아직 젊을 때 직접 회사를 경영하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AR, VR 기술을 활용해 중장비 훈련 시뮬레이션을 개발하는 게 주력사업이지만, 다른 확실한 수익모델이 필요했다. 이 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 가상 모델하우스를 만드는 사업에 주목했다.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사기 전에 모델하우스를 보잖아요.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저희는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특수 안경만 쓰면 집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IT 월드쇼에서 만난 한 중국인 바이어는 이런 기술을 도입해 쇼핑센터에 이용할 계획이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중국 진출에 대한 꿈을 미뤄야 했다. 언제 거래가 중단될지 모르는데 중국에 투자를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본업에 집중하자고 결심했다.

출처: 빅스스프링트리
가상현실을 통한 중장비 정비 솔루션 모습.

AR·VR로 중장비 정비사 훈련시키는 스타트업


-항공기에서 중장비로 눈을 돌린 이유가 있나요

“항공기보다 큰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업현장에 가면 중장비가 많아요. 기계들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잘못 다루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그래서 안전교육이 더 중요하고 사고 예방이 필수죠. 그런데 현장에서는 1~2대 밖에 없는 중장비를 고쳐볼 수 있는 교육을 쉽게 할 수 없습니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별도의 매뉴얼을 만들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훈련할 수 있습니까

“가령 TV에 비유해 볼게요. 집에서 TV를 켰는데 화면이 나오지 않으면 여러 가지 행동을 해보잖아요. 먼저 리모컨에 건전지를 확인해보고, TV 본체에 있는 전원 버튼도 눌러보죠. 그게 안되면 안테나를 건드리기도 해보고요. 물론 정비사는 더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까지 건드려봅니다. 이런 작동 원리를 가상현실로 만들어 놓는 겁니다. 정비사가 순서대로 그 과정을 클리어하면 매뉴얼을 숙지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중소기업을 연결해주는 ICT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빅스스프링트리는 두산중공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 훈련을 받고, 경남창조혁신센터에서 사업모델을 개발하면서 두산중공업 임원들에게 조언을 받았던 게 인연이 됐다. 두산중공업은 사업 현장에서 빅스스프링트리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두산중공업에 납품할 계획입니다. “

멈추지 않고 배우는 게 목표


-AR·VR 기술로 승부를 낼 생각입니까

“빅스스프링트리는 VR 업체가 아니에요. 훈련·교육 시스템 개발업체입니다. 지금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AR과 VR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더 좋은 대안이나 기술이 나오면 새로 길을 만들어야죠.”


그는 계속 기술을 개발하려면 배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대학원에서 기술융합을 전공했지만, 박사과정에 등록해 기계장비 시뮬레이션 장비를 개발하는 메카트로닉스 공학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VR·AR을 게임 기술로 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실생활에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고 새로운 산업분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봅니다. 스타트업이지만 새로운 산업 모델을 만들고 도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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