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눈송이 결정' 사진, 처음 찍은 사람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5. 22:1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상식ssul]눈송이 사진을 얻기까지
미국 버몬트주 농부 윌슨 벤틀리
50여년간 눈송이 결정 5000장 이상 촬영

때론 특출날 것 없는 사람도 놀라운 일을 해내곤 한다. 요즘 한창 많이 내리는, ‘눈’의 육각형 구조 첫 촬영이 딱 그랬다. 이를 해낸 사람은 관련 학문을 전공한 박사도, 과학을 깊이 공부한 인텔리도 아니었다. 미국 버몬트 주(州)의 평범한 농부였던 윌슨 벤틀리(Wilson Alwyn Bentley)였다.

출처: snowflakebentley.com
사진 촬영 작업 중인 윌슨 벤틀리.

눈송이 사진을 얻기까지


윌슨은 19살 때 눈송이 육각형 구조를 처음 찍었다. 어머니에게 15살 생일 선물로 받았던 현미경을 사용해서였다. 농장에 내린 눈을 보고 호기심을 품어 해 본 시도였다 한다. 처음엔 현미경으로 본 눈송이를 그림으로 그리려 시도했지만, 결정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생겨 다 녹기 전에 스케치를 마칠 수 없었다. 대신 17살 때 받은 카메라를 현미경에 연결해 순간적으로 사진을 찍어내려 시도했고, 2년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제대로 촬영을 해낼 수 있었다.


사실 눈송이 결정이 육각형 모형이라는 사실 자체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었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1611년 ‘육각형 눈송이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고,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도 눈송이 결정을 관찰해 저서 ‘기상학’에 그림을 남겼다. 영국 과학자 로버트 훅도 저서 ‘마이크로그래피아’에 현미경으로 눈송이 결정을 관찰해 스케치를 그려 넣었다.


하지만 관찰이나 스케치만으로는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눈송이 결정 표본을, 눈과 손만 써서 넉넉히 모으긴 쉽지 않아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게 바로 윌슨이 개발한 촬영 기법이었다. 실제로 윌슨은 66세 나이로 세상을 뜨기까지 눈송이 사진을 5000장 넘게 남겼는데, 이는 그 이전 시대 과학자들이 그렸던 눈송이 결정 표본 수를 모두 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출처: snowflakebentley.com
윌슨이 찍은 눈송이 결정 사진 중 일부.

윌슨의 이 작업은 훗날 ‘인공눈’ 개발로 이어졌다. 일본 홋카이도대 물리학과 교수 나카야 우키치로(中谷宇吉郞)는 윌슨이 찍은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와 마찬가지로 현미경과 사진기를 붙여 눈송이 결정 사진 표본을 찍고 연구했다. 나카야 교수는 높은 곳에서 생긴 눈 중심부가 지표로 내려오며 성장해 눈송이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또한 온도와 습도 등 기상 조건에 따라 눈송이 결정 모습이 달라짐을 확인했다. 그리고 1936년엔 토끼털을 씨앗 삼아 인공눈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철조망 또한


철조망을 발명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 또한 평범한 목동이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던 조셉 글리든(Joseph Glidden)은 양들이 장미 넝쿨 쪽으로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철사에 가시를 달아 철조망을 만들었다. 그리고 1874년엔 관련 특허를 따냈다. 조셉이 열 세 살 나이에 철조망을 발명했다 소개한 글이 많은데, 13살은 그가 양치기 일을 처음 시작한 나이일 뿐이다. 철조망 특허를 낸 때에 조셉은 이미 61세였다.

출처: 국방홍보원 블로그
조셉 글리든이 1874년에 낸 가시철조망 만드는 기구 특허 중 일부.

사실 비슷한 발명을 한 이는 조셉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1859년 나무 울타리에 날카로운 금속조각을 박아 넣은 발명품을 공개한 존 크렌니거, 1860년 창살 철사로 특허를 신청한 그라생 발르당, 1867년 쇠기둥 사이에 줄을 잇고 날카로운 금속조각을 건 루시언 스미스, 1873년 나무 난간에 날카로운 금속 조각들을 박은 울타리를 선보인 헨리 로즈 등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조셉이 만든 철조망이 제일 만들기 쉽고 값도 쌌기 때문에, 다른 물건들을 압도하고 가장 잘 팔려나갔다. 특허권이 완료될 시점 즈음까지 조셉 가문이 철조망으로 벌어들인 재산 규모는, 회계사 10여 명이 달라붙어 1년간 계산해도 처리가 안될 정도였다 한다.

출처: 국방홍보원 블로그
조셉 글리든이 만든 가시철사 'The Winner' 중 일부.

아무튼 꼭 학벌이 좋고 배운 게 많은 사람만이 대단한 일을 해내는 건 아니다. 인류에 이바지하거나 큰돈을 벌 길은, 그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