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모은 2천, 4평에서 시작..7억 매출 달성한 공대생

조회수 2020. 9. 25. 22:1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유아용품 사업에 뛰어든 공대 청년 "전공보단 열정이죠"
공대생, 유아용품 사업에 뛰어들다
알바 4개 뛰며 사업 자금 마련, 실패 위기도
국내외 박람회 찾아다니며 아이디어 얻어

“전공이나 성별이 사업 성공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학수(27) 소셜빈 대표는 관심을 두고 열정으로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학력은 방해요소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소셜빈은 유아용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막 이가 나기 시작한 아기들에게 물리는 치아발육기, 고래 모양의 식판, 인디언 텐트를 만든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대생 청년이 뛰어들기엔 다소 거리가 먼 사업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고래 모양 식판은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소셜커머스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2017년 10~12월에만 약 2만개가 팔려나갔다. 소셜빈의 2017년 매출 7억원 가운데 3억원이 고래식판에서 나왔다. 그는 현재 캐나다, 태국, 중국 등 7개국에 유아용품을 수출하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30억~4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소셜빈
김학수 소셜빈 대표.

공대생, 유아용품 사업에 뛰어들다


-유아용품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있습니까

“고등학교 때부터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업이나 회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게 문제였죠. 사회생활을 경험해보자고 결심하고 고3 겨울방학에 인턴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곳이 유아용품 회사였습니다.”


그는 약 2달간 인턴으로 활동하며 국내 유아용품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유아용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상품을 내놓으면 스타트업도 얼마든지 경쟁력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창업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엔 사업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친구들과 사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돈이 없는 게 문제였다. 

출처: 소셜빈
소셜빈에서 만드는 고래모양 식판.

알바 4개 뛰며 사업 자금 마련, 실패 위기도


-사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습니까

“휴학하고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 4개를 동시에 했습니다. 막창집에서 고기를 굽고, 대게 집에서 찜통 나르는 일을 했어요. 새벽에는 노래방에서 서빙을, 주말에는 공공자전거 설치하는 일도 했습니다.”


하루 두 시간도 잠을 못 잔 날은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2000만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4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친구 6명이 둥지를 틀었다. 한겨울,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동료들은 전기세를 아끼려고 서로 등을 맞대고 일했다. “집에 가면 공부나 취업 이야기를 하시니까 사무실에서 살았어요. 침대 살 돈이 없어서 스티로폼을 주워다 바닥에 깔고 그 위에서 잤습니다.”


첫 사업 아이템은 스마트 공공 휴지통이었다. 쓰레기가 가득 차면 자동으로 압축해주는 모델이었다. 휴지통 앞 뒷면에 디스플레이를 달아 수시로 광고를 실을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현대차 정몽구재단에서 1억원을 투자를 받았을 때 사업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복병을 만났다.


"당시 전기 사용량이 갑자기 늘면서 '블랙아웃'이 올지 모른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나왔어요. 공무원도 반판을 입고, 공공기관은 에어컨을 껐죠." 블랙아웃은 대규모 정전사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름철 전력수요가 갑자기 늘어 전력 공급 차질 우려가 생기면 정부가 전력을 통제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휴지통 수만개를 모두 전기로 연결하는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곳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출처: 소셜빈
소셜빈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어떤 아이템이라도 찾아야 했습니다. 당시 함께 하시던 디자이너님이 유아용품 업계에서 오래 일하셨던 분인데, 이 분야로 눈을 돌려보자고 하셨죠.”


고3 겨울방학, 인턴생활을 하며 ‘좋은 제품만 있다면 해볼만하겠다’고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만든 제품은 유아용 인디언 텐트였다. “당시 유아용 텐트가 막 인기를 끌었는데 대부분 중국산이었습니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많았어요.” 직원들과 밤새우며 디자인하고 안전장치를 덧붙여 만든 텐트를 만들었다. 가격은 약 17만원, 중국산(4만~5만원)에 비하면 3배는 비쌌다.


인기는 있었다. 현대, 롯데, 신세계 백화점에도 입점하고 힐튼호텔에서도 가족방에 들여놓는다며 사갔다. 하지만 주력상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10만원짜리 1000개만 만들어도 1억이 필요한데 스타트업이 그렇게 자금을 묶어둘 여력은 없었습니다. 소비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자금회전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출처: 소셜빈
소셜빈에서 만드는 유아용 인디언 텐트 모습.

국내외 박람회 찾아다니며 아이디어 얻어


독특한 모양의 식판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식판을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밥먹는 걸 놀이로 여겨야 혼자서도 밥을 잘 먹을 수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고래모양 식판을 만들어 고래 꼬리로 물컵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식판의 반찬 그릇 부분에는 물방을 모양의 무늬를 집어넣어 아이들이 콕콕 찔러볼 수 있도록 디자인하기도 했다.


-보통 어린아이들은 엄마가 밥을 먹여주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문화가 많이 서양화됐습니다. 많은 집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데, 이때부터 거의 혼자서 밥 먹는 연습을 해요. 이제 아이들 스스로 먹어야 한다는 거죠.”


그는 아이들이 밥 먹는 것도 놀이처럼 받아들인다고 했다. 재밌다는 자극을 받지 않으면 싫증 낸다는 것이다. 식판을 장난감처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나 노하우는 육아용품 박람회에서 보고 배웠다. 고래식판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사업에 숨통이 트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있었다. 유통사와의 관계였다.


“일부 유통사는 우리가 몇 개 팔아줄 테니 단가를 얼마까지 낮추라고 요구합니다. 그 값을 맞춰주면 회사를 유지만 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성장할 수 없다고 봤어요.” 소셜커머스를 통해 직접 팔기로 했다. 주변에선 유통 전문 회사들도 얼마 못 파는 제품이라며 직접 팔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직접 판매를 시작하고 1~2개월 가량은 판매량이 지지부진했지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10월부터 매출이 늘었다. “이제 안정적으로 거래하는 업체도 생기고 팬들도 생겨서 매출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목표가 있다면

“사업이 막 기지개를 켰습니다. 기회가 되면 유아용품 종합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작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도 나갈 생각입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젖병을 물고, 칫솔질을 배우고, 더 자라면 침대와 책상이 필요하겠죠. 저희 제품을 써본 소비자라면 끝까지 믿고 쓴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우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