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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살 안찌는 아이스크림 만든 벤처기업

조회수 2020. 9. 25. 22: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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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찔 걱정없이 마음껏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면

퇴근길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던 아이스크림, 연인과 마주 앉아 서로 떠먹여 주던 아이스크림…


누구나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대한 추억은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추억에 잠기다가도 이내 숟가락을 놓는다. 앉은 자리에서 파인트(미국 기준 약 470mL) 한 통 먹는 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밥 한 공기 열량(300kcal)의 2~3배나 되는 ‘칼로리 폭탄’을 맞을까 봐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출처: 와디즈 홈페이지
펀딩 목표액 2555%를 달성한 라라스윗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수는 없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맛있지만, 건강한 아이스크림 만들기에 뛰어든 청년이 있다. 스타트업 ‘라라스윗’의 민찬홍(29) 대표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라라스윗 시리즈 아이스크림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올려 선주문을 받았다. 펀딩 목표 금액은 200만원이지만, 한 달 만에 목표 금액의 25배가 넘는 5110만원을 모으며 크라우드 펀딩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뒤로하고 창업


연세대에서 신소재 공학을 전공한 민 대표는 졸업 전인 2014년, ‘문라이트(MoonWrite)’라는 이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내놓으며 처음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페이스북은 친구들 간의 소통을 위한 서비스라는 느낌이 많이 옅어졌어요.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이 보게 되니까 점점 글 남기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재밌는 ‘짤방’ 같은 것만 잔뜩 늘었죠. 그래서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다음 날이 되면 쓴 글이 사라지는 SNS를 기획했었죠.”

출처: jobsN
민찬홍 라라스윗 대표

1년가량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결국 중단했다. 민 대표가 앱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다른 일로 떠나니, 서비스를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이후 그는 프로그래머 이두희씨가 설립한 프로그래밍 교육 단체 ‘멋쟁이 사자처럼’에 합류해 코딩을 배웠고, 동료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학원 정보를 모은 ‘강남엄마’ 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서비스 역시 성공하지 못했고, 그는 취업으로 진로를 바꿔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재료분석팀에서 일하면서 어떤 도료를 쓰면 자동차 도장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문라이트·강남엄마의 소수 열광적인 ‘팬’들이 보내준 관심을 잊지 못한 그는 1년 만에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을 나왔다. 월급을 받아 딱 생활에 필요한 돈만 쓰고, 나머지는 주식 투자 등 ‘재테크’로 불려서 종자돈 5000만원을 손에 쥔 채였다.


설탕·색소·향료 빼고, 천연 재료 더한 건강한 아이스크림


회사를 그만둔 뒤 창업아이템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설탕과 열량을 줄인 ‘인라이튼드(Enlightened)’라는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미국에서 인기라는 기사였다. 평소에도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던 민 대표는 인라이튼드를 먹어보려 했지만, 녹지 않게 국내까지 들여오려면 수십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예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공이 신소재공학이고, 현대차에서도 재료를 분석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섞어서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논문을 뒤져 기본적인 지식은 습득했다. 다음은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찾아야 했다. “조사해보니 전국에 30개 정도의 아이스크림 공장이 있었어요. 그 중 수도권 공장 10군데 정도에 연락을 해보고, 직접 찾아도 가봤습니다. 마침 ‘좋은 재료로 건강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다’고 하시는 레아젤코리아 김창용, 김덕순 사장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출처: 민 대표 제공
민 대표와 그를 도와 라라스윗을 만들어 낸 레아젤코리아 직원들

민 대표는 서너 달을 공장 한편의 제품개발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런저런 재료들을 섞어 수백번 아이스크림 만들기를 반복했다. 처음엔 지켜보기만 하던 레아젤코리아의 직원들도 민 대표의 노력을 보고 거들고 나섰다. 아이스크림 만들기 베테랑인 그들은 민 대표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바닐라빈·녹차·초콜릿 세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냈다.


라라스윗 바닐라빈, 녹차의 열량은 1통(474mL)에 240kcal, 초콜릿은 260kcal다. 100mL당 열량은 50kcal 정도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B사의 ‘투’는 100mL당 열량이 100kcal,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알려진 H사의 아이스크림은 100mL당 열량이 225kcal에 달한다.

출처: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라라스윗과 H사의 아이스크림 비교

“설탕을 확 줄이고,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이라는 천연감미료로 단맛을 냈습니다. 고급 단백질 보충제에 사용되는 우유 단백질을 넣었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많이 쓰이는 농축 우유나 환원유(탈지분유에 물을 탄 것)를 쓰지 않고 생우유를 썼습니다. 물론 인공향료와 색소는 쓰지 않았고요.”


좋은 재료를 넣다보니 원가가 확 뛰었다. 설탕 대신 넣은 에리스리톨과 스테비아는 각각 같은 무게의 설탕 가격의 10배, 100배 정도다. 게다가 처음으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다 보니 생각보다 재료의 손실이 컸다. 하지만 유통단계를 줄이고, SNS등을 통해 홍보해 마케팅 비용도 최소화해 기존의 고급 아이스크림보다 가격을 낮췄다.


편안하고 포근한 시간을 전해줄 것


지난 12월 20일부터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고객이 라라스윗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떴을 때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 아쉽다’는 등 기존의 아이스크림과 다른 점을 지적하는 소비자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이 ‘또 사고 싶다’ ‘많이 살걸, 조금만 사서 아쉽다’ 등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라라스윗은 제품 생산 과정을 안정화하고서 내년 1월 말쯤부터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뛰어들면, 인력과 자본력이 달리는 라라스윗은 시장을 뺏기지 않을까.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죠. 저희가 시장을 독점할 생각도 없고요. 하지만 저희는 고객에게 단순히 아이스크림이라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즐거움을 판다는 자세로 차별화하고 싶습니다. ’달콤하다’는 말에는 편안하고 포근하다는 느낌이 들어 있는데요, 소비자에게 편안하고 포근한 시간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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