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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뒤풀이공연’ 보시겠습니다”…대체 뭔소리지?

[상식ssul]오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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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
13년간 457개 발표
사용 빈도는 매우 적어

'휴대전화'를 '손전화'라 적은 한 기사.

출처네이트 캡처

지난달 29일 한 신문사 기자가 기사에 ‘손전화’라는 표현을 썼다가 네티즌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일이 있었다. 맥락 없이 북한식 어휘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손전화' 어휘를 지적하는 댓글들.

출처네이트 캡처

물론 기자가 인민공화국 출신이라 '손전화'라는 말을 쓴 건 아니다. 손전화는 문화어로 휴대전화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용을 권장한 ‘다듬은 말’이기도 하다. 기자는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르려 했을 뿐이다. 

'손전화'에 대한 국립국어원 설명.

출처jobsN

정부는 우리 말에서 외국어나 외래어를 쳐내는 ‘언어순화 운동’을 해오고 있다. 일부 언론인이나 정부 지침에 충실한 공무원은 '다듬은 말'을 쓰곤 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전화’처럼 문화어를 연상시키거나 오히려 외국어·외래어보다 직관적이지 못해 혼동을 주는 어휘도 꽤 있다. 실제로 쓰이는 말 중 헷갈리거나 오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들을 몇 가지 짚어보도록 하겠다.


갈라쇼→뒤풀이공연


‘갈라쇼’(Gala Show)는 피겨 여왕 김연아 덕에 우리 국민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다. ‘뒤풀이공연’은 이를 국립국어원이 다듬은 말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작 실생활에선 낯선 단어다. 언론 매체도 ‘뒤풀이공연’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갈라쇼’와 ‘뒤풀이공연’의 어감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교과서에서 '뒤풀이공연'을 '갈라쇼'를 다듬은 말로 소개한 대목.

출처jobsN

갈라쇼는 대개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열린다. 아마 국립국어원은 이 점에 주목해 저 말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큰일을 마치고 나서 먹고 노는 ‘뒤풀이’와는 달리, 갈라쇼는 대회 상위 입상자가 순위 경쟁 부담 없이 본인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엄연한 공연 무대다. 게다가 선수의 기량과 특기를 제대로 선보이는 자리다 보니, 편히 노는 상황이 아니다. 교과서에 실었음에도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극히 드문 이유다. 

지난 2014년 2월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연기 중인 김연아 선수.

출처조선DB

더군다나 공연 예술계로 넘어가면 ‘뒤풀이공연’은 아예 틀린 말이 돼버린다. 클래식 음악 극장이나 오케스트라단, 발레단 등은 시즌 ‘개막’때 갈라쇼를 열기 때문이다.

파리 오페라발레단 갈라쇼

출처조선DB

플래그십 스토어→체험판매장

언론에서 종종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를 ‘체험 판매장’이라 쓰는 경우가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체험 판매장’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다듬은 말로,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판매장을 가리킨다.


하지만 쇼핑 좀 해본 분이라면 직관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올 것이다. 실제 플래그십 스토어는 특정 기업 상품 중 잘 팔린 아이템을 앞세워 진열해,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는 매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의 모든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상품 체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매장 기능 중 일부일 뿐이다. 그것만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체험 판매장이라 부른다면, 경주 농특산물 판매장도 시식 후 상품 구입이 가능하니 플래그십 스토어다. 그런 의미에서 ‘체험 판매장’도 꽤 헷갈리기 쉬운 말이라 할 수 있다.


엔드 크레디트→끝맺음 자막

'엔드 크레디트'를 '끝맺음 자막'이라 쓴 한 기사.

출처네이버 뉴스 캡처

기사에서 드물게 보이는 어휘지만, 정작 영화 팬들은 썩 좋아하지 않는 순화어다. 엔드 크레디트(End Credits)는 영화 제작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 등의 이름을 나열한 글이지, 소리를 옮겨 적어준 자막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뉴스 하단에 흐르는 단신처럼 정보 전달을 위해 화면에서 나오지 않는 소리도 적어주는 자막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자막이라 하면 거의 대부분 음성 대사를 글로 표현하는 기능을 하는 데다, 엔드 크레디트는 영화를 끝내기 위해 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끝맺음 자막이라 하면 좀 어색한 감이 있다.

'끝맺음 자막'이라 하면, 엔드 크레디트보다는 이런 자막을 연상하기 쉽다.

출처인터넷 캡처

괜히 안 쓰는 게 아니다


지난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남양주 을)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이 2004년부터 13년에 걸쳐 발표한 순화어 457개 중 널리 쓰이는 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에어캡→뽁뽁이’나 ‘고수부지→둔치’, ‘노견→갓길’ 등처럼 잘 된 사례가 가뭄에 콩나듯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애먼 기자를 북조선 사람으로 의심받게 한 ‘손전화’처럼 뭔가 부족하거나 어긋나 있어 잘 쓰이지 않는다. 김 의원은 “일부 순화어는 다소 억지스럽게 다듬어져 대중은 물론 언론 매체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며 “실제로 늘찬배달(퀵서비스), 어른왕자(키덜트), 귀족야영(글램핑) 등은 지난 3년간 언론에서 단 한차례도 사용된 적이 없다”고 했다.


아무튼 기자나 공무원 등이 좀 이상하거나 표현이 낯선 순화어를 써도 너무 질책하진 말자. 가급적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이니 말이다. 대신 정부에서 애초부터 외래어나 외국어 뜻에 부합하고 어색하지도 않은 좋은 순화어를 뽑아낼 수 있도록, 국립국어원에 오류 지적과 제보를 열심히 해 주도록 하자.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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