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자존심 상해 시작, '영어 못했던 사람'이 만든 앱

조회수 2020. 9. 25. 2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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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알못이 필리핀에서 바가지 쓰고 만든 영어앱 '미티영'
'미'국 '티'비로 배우는 '영'어회화
해외에서 바가지 쓰고 공부시작
나를 위한 앱서 영알못 위한 앱으로

1만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평점 5점 만점에서 4.7점을 받은 영어 교육앱은 손에 꼽는다. 그중 하나가 미티영이다. 미티영은 미국 TV방송으로 리스닝을 전문으로 학습하는 앱이다. 미국 토크쇼, 리얼리티쇼 등의 영상을 본 뒤 대사를 한 줄씩 읽고 듣고 따라 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15분 동안 약 150개의 문장을 듣고 학습하게 된다.


처음엔 개발자가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만들었다. 3년 동안 혼자 사용하던 앱은 2013년 12월 출시 이후 3년 만에 85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영어 못하는 사람이 직접 만든 앱. 미티영 김병철(36)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본인제공
미티영 김병철 대표.(좌)

영알못 개발자 바가지 쓰고 영어공부 시작


컴퓨터를 좋아해 개발자를 꿈꿨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2008년 네이버에 입사했다. 기술연구센터, 웹 플랫폼 개발팀, 앱 개발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다. 필리핀에 놀러 갔다가 바가지를 쓴 것. 영어를 못 해서 당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선착장에 짐꾼들이 있습니다. 외국인만 노려 짐을 옮겨주고 돈을 요구해요. 20m도 안 되는 거리인데 무작정 옮겨 놓고 돈을 달라고 합니다. 영어를 못 하니까 답답하더군요. 결국 돈을 줬어요. 여행 끝나고 한국에 와서 바로 전화 영어를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15분씩 1년 동안 전화 영어 수업을 받았다. 회의 중에도 전화가 오면 나가서 받고 올 정도로 열심히 했다. 1년 뒤 다시 필리핀을 찾았다. ‘돈을 내지 않으리라’ 벼르고 있었다. 말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짐꾼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김 대표는 또 돈을 내야 했고 그동안 허투루 공부했다는 생각에 허무했다.


나를 위한 앱 개발


2010년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영어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라디오를 듣고 따라 하거나 미국 드라마를 한 줄씩 보는 방식 등 여러 버전의 앱을 만들어 영어를 공부했다. 2012년 6월, 같이 일하던 팀장이 창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그때 김 대표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대학교 입학하면서 막연하게 창업에 대한 꿈도 꿨어요. 내가 만든 것으로 사업을 하고 싶었죠. 당시엔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어요. 경험 쌓을 겸 팀장님을 따라갔습니다. 수학 교육 스타트업이었어요. 핸드폰으로 수학 공부하는 앱을 운영하는 곳이었고 저는 안드로이드 버전의 앱을 만드는 개발자로 갔어요."


이직하고서도 영어 앱 개발을 계속했다. 회화를 위한 앱이었다. 미국 드라마나 프렌즈 같은 시트콤은 학습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너무 빠르거나 평소에 쓰지 않는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문제였다고 한다.

출처: 미티영 캡처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토크쇼 '코난'으로 리스닝 학습을 할 수 있다.

100여 개 버전을 만든 후에야 회화공부에 적합한 영상의 3가지 조건을 뽑을 수 있었다. 1대1 대화, 일상적인 소재, 애드립. 두 사람이 등장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 대화는 드라마나 영화처럼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애드립이어야 하는 것이다. 토크쇼가 이 조건에 딱 맞았다. 미국 드라마 대신 토크쇼를 넣어 앱을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미티영이다.


미티영 창업


2013년 12월, 앱을 출시했다. 홍보를 하지 않고 1년 동안 3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직접 만든 앱을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게 신기했어요. 회사에서 수십 명의 개발자 중 한 명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그때 앱 리뷰를 외우는 수준으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 리뷰를 읽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기도 했죠."


다른 앱과 달리 미티영은 영상에 나온 대사를 다른 원어민이 한 번 더 들려준다. 원어민 발음을 따로 녹음해 뭉개지거나 버벅거리는 발음을 잡아줘 이용자들이 쉽게 학습하게 한 것. 또, 한 영상에 12가지 학습법이 들어있다. 가령 보드보드따(보기-듣기-보기-듣기-따라 하기)는 한글 자막을 보고 듣고, 영어자막을 보고 영상·성우 발음을 번갈아 듣고 마지막으로 직접 따라하는 방법이다. 영어를 못 했던 김 대표가 학생 입장에서 직접 공부하면서 개발했다.

출처: 미티영 캡처
다른 토크쇼와 에피소드로 학습할 수 있다.

그 결과 총 다운로드 수(안드로이드·아이폰) 85만 회, 평점 5점 만점에 4.7을 넘었다. 국내뿐 아니라 유학생들도 미티영을 찾는다고 한다. 처음 이틀은 하루에 60분 무료, 삼 일째부터는 5분씩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이상 공부하고 싶으면 월 5500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월 매출 3000만원. 다른 광고 수익 없이 유료 결제로만 수익을 내고 있다. 김대표는 "교육 앱인 만큼 학습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 앱에 다른 광고를 붙일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미티영을 완성할 당시 미국 TV쇼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해외 영상으로 공부하는 영어 학습 앱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미티영보다 디자인이 예쁘고 sns광고를 하는 앱이 많아요.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학습 능률이 좋은 건 미티영입니다. 무조건적인 설명과 강의가 아닌 12가지 학습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이에요.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어요. 곧 PC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작은 화면, 낮은 집중력 등 모바일 학습 단점을 보완할 것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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