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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뒤에 인공기 띄워진 것 보고 충격받아 시작하게 됐죠"

조회수 2020. 9. 25. 20: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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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줄 서서 사 먹는 호떡 가게 사장님
덴마크서 호떡 장사하는 김희욱씨
'코판'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몰이
한국 음식점 10개 오픈하는 게 목표

2013년 한 한국 청년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덴마크왕립공대 물류경영학과를 졸업한 김희욱(33)씨. 자전거 노점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손님이 점점 많아지면서 지금은 직원 수 10명의 한식당으로 성장했다. 하루에만 100명 가까운 손님이 온다. 가게 이름은 코판(KOPAN). 한국인(KOREAN)과 판(PAN·무대)의 합성어로 ‘한국 사람들의 무대’라는 뜻이다. 코판의 김희욱 대표를 만나 사람들이 한국을 잘 알지도 못하는 이역만리에서 호떡 장사를 하게 된 사연을 들었다. 

-호떡 장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유학 시절 덴마크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았어요.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제 차례 때 화면에 북한 국기가 띄워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덴마크에서는 남한과 북한도 구분을 못하고 있었죠. 저는 장난으로 북한에서 왔고 핵화학을 전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덴마크 학생들 모두가 그 거짓말을 믿었다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서로의 음식을 소개하는 ‘Multicultural Dinner’ 행사에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참가했어요. 한국의 다양한 음식을 소개했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음식을 통해 한국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덴마크에 가게 된 이유는

“덴마크 유학을 가기 전에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어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까’라는 막연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언젠가는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꿈은 있었어요. 덴마크를 가게 된 것도 공부만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도 컸어요. 운 좋게도 그 꿈이 지금 하는 일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됐습니다.”


-덴마크에서 학위를 취득한 것에 대해 미련은 없는지

“학교 다니면서 자원봉사활동, 해외 특파원, 에디터, 학생회 운영 같은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시간에 대해 후회나 미련은 없습니다. 오히려 학위 취득 덕분에 졸업 후 3년이라는 덴마크 체류 시간을 얻었고 창업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나중에 알게 되셨을 때 반응은 걱정 반 응원 반이었어요. 유학까지 갔는데 거기에서 왜 장사를 하느냐는 걱정 담긴 말씀도 하셨고 힘든 길이지만 믿고 응원한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왜 호떡인가

“호떡을 외국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한국을 다녀온 덴마크 친구 1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 선호도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호떡이 비빔밥, 불고기 등과 함께 상위권에 들었어요. 호떡은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호떡을 선택했습니다.”


-덴마크에서 판매하는 호떡의 차이점은

“졸업하고, 2014년 겨울 서울의 남대문, 부산의 남포동에 호떡 판매하시는 분들께 무작정 찾아가서 노하우를 여쭤봤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잘 알려주셔서 호떡 맛있게 굽는 법 그리고 장사하는 노하우를 많이 배웠어요. 덴마크인들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선호해요. 그래서 건강식 호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덴마크인의 식습관을 분석해 친숙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썼어요. 그리고 호떡 속에 건강식 발효식품으로 잘 알려진 김치와 조리법이 독특한 불고기를 넣었습니다. 기름은 최소로만 사용하고 호떡을 기름에 튀기는 형태가 아닌 판에 굽는 식으로 바꿨죠.”


-코판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외국에 살면서 만난 한국인 그리고 외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통해 한국은 진취적이고 한국인은 부지런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가진 강점을 살려 해외에서 한국인의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어요.”


-코판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창업에 필요한 정보, 시장정보, 식재료 공수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창업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기관을 찾아다녔습니다. 식재료를 공수하기 위해서 한국과 덴마크, 독일에 있는 지인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노점 하면서 불법영업으로 제지 받은 적은 없었나

“씨앗호떡 30개를 만들어서 코펜하겐 시청에 들어가 직원들에게 맛을 보여줬어요. 씨앗호떡은 주로 부산과 그 인근 지역에서 만들어 먹는 호떡의 일종으로 찹쌀호떡으로도 불려요. 호떡 속에는 해바라기씨, 아몬드, 호박씨 등의 견과류가 들어갑니다. 사업 제안서를 직원들에게 보여준 뒤,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코펜하겐 시내에서 제지 없이 호떡을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한식을 경험하고 한국 문화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덴마크에는 한국계 입양인이 약 9000명 삽니다. 이 중 한국인과 교류하고 싶은 입양인들이 저희 가게를 찾아옵니다. 그분들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식당을 통해 인연을 맺은 입양인들과 함께 파티도 열고 문화 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판 한식당을 새로 오픈했던데 이유는?

“지난 9월 코판 라이스를 오픈했습니다. 비빔밥이 주력 메뉴입니다. 김밥, 덮밥, 만두, 녹두전 등 여러 가지 한국 음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덴마크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음식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은 덴마크에서 다른 컨셉의 매장 10개를 오픈하는 것이 단기 목표입니다. 한국 식품 브랜드와 협업도 검토하고 있고 덴마크에 사는 한국인 요리사를 섭외해 이벤트성으로 메뉴를 제공하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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