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떼인 돈, 10분의 1 가격 17만원에 받아주는 변호사

조회수 2020. 9. 25. 20:3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인공지능을 활용해 문턱 낮은 법률 서비스 시작한 변호사

“못 받은 돈이 있나요? 상속 문제로 걱정하세요? 간편하게 법인 등기를 하고 싶으세요? 실력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셔야 하나요? ‘헬프미’가 도와드려요.”


억울하게 돈을 떼여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지레 포기하기 쉽다. 이럴 때 ‘헬프미’ 홈페이지(https://www.help-me.kr)를방문한 후 원격 작성 프로그램에서 ‘언제 얼마를 빌려주셨나요? 언제 돌려받기로 했나요? 이자율은 어떻게 되나요?’ 같은 질문에 답하기만 해도 간편하게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변호사가 신청서를 작성해줄 때 7만 9000원, 변호사 이름으로 서류를 제출하면서 신청 절차를 모두 관리해줄 때 16만 9000원으로 다른 곳의 10~20% 정도다. 어떻게 이런 서비스가 가능할까? 헬프미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을 접목해 법률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박효연 헬프미 대표는 “인공지능이 서류 작업의 많은 부분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박효연 대표를 서울 테헤란로 ‘헬프미’ 사무실에서 만났다. 변호사 사무실이라기보다 IT 회사 같은 분위기였다.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동화로 법률 서비스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이 많다고 한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6년 동안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한 변호사다. 금융 전문 변호사,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탄탄하게 길을 다져 가다 2015년 6월에 퇴직했다. 변호사였던 그는 왜 스타트업 대표가 되어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직종이라는 변호사와 CEO를 겸하게 되었을까?


“회사 지원을 받아 미국 법률대학원으로 유학을 갈지 고민할 때였어요. ‘유학을 다녀오면 계속 이 길을 가야 할 텐데,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따로 있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법률 서비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결심했습니다. 사법연수원 검사 시보였던 시절 사기 사건을 조사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법률적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경험도 용기도 없었어요.”


그는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많았다고 말한다. "동네에서 호떡을 파는 분을 보면 ‘호떡 안에 넣는 재료와 간판만 조금 바꾸어도 장사가 훨씬 잘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작은 식당 하나를 열어도 테이블과 의자를 하나씩 사서 실내를 꾸미고 메뉴를 정하면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나요? 그래서 ‘사업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범생의 길을 따라 살다 보니 엄두를 내지 못했죠.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과 법률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결합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던 이상민, 남기룡 변호사를 설득해 공동 창업자로 영입하고, 한 달 동안 직접 제작한 홈페이지로 2015년 7월, 법률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평소에는 누가 좋은 변호사인지 관심도 없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주변에 물어보거나 브로커의 소개를 받는 게 보통이지요. 정보 부족으로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니 법률 서비스에 대한 불신만 커집니다. 변호사들의 사정을 잘 아는 우리가 법률 소비자와 변호사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성실하고 실력 있는 변호사들을 한 명 한 명 선별해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헬프미’ 사이트에서는 영화표 예매하듯 변호사와 상담할 시간을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다. 이혼과 상속 등 가족문제, 형사, 부동산, 손해배상, 세금 문제 등 분야별 전문 변호사를 찾아 대면 혹은 전화나 카톡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변호사의 경력과 성공 사례, 상담을 받거나 소송을 의뢰했던 사람들의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상담료는 15분 동안 이메일로 사건을 검토한 후 60분 동안 상담해줄 때 12만~18만 원이다.


“변호사법 때문에 중개 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 변호사 소개 서비스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습니다. 사업 방향을 다시 모색하다 2016년 7월 지급명령, 10월 법인등기, 2017년 5월 상속문제 등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비용을 대폭 낮추면 돈 없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박효연 대표는 IT 전문가들과 함께 변호사, 법무사, 변리사, 노무사 등 법률 전문직이 하는 일을 대체하거나 효율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IT 전문가는 법을 모르고 법률 전문가는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양쪽이 협업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는 IT 기술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기 위해 동영상 강의로 코딩을 공부하고, 전문가에게 따로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법원에 접수되는 지급명령이 매년 138만 건, 법인등기는 62만 건, 상속문제가 3만 건 정도입니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지급명령은 법원이 채무자에게 지급을 명령하는 절차로, 70~80%는 이 단계에서 채무 문제가 해결됩니다. 하지만 직접 신청하려면 긴 시간을 들여 법 공부를 해야 하고, 변호사 사무실에 맡기자니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야 해서 큰돈이 아니라면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회사 설립, 신주 발행, 임원 변경, 지점 설치, 정관 변경 등을 할 때 필요한 법인등기 역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후 법무사 사무실에 법인등기를 맡겼더니 속도가 너무 느리고 계속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회사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법인등기 종합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등기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등기를 마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다른 곳보다 20~30%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빚을 상속받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속 포기, 한정승인 등을 통해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역시 다른 곳보다 20% 이상 낮은 비용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출시되면서 ‘헬프미’의 매출은 매달 30%씩 늘어나 올해 10월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10배가 많다고 한다. 법인등기를 의뢰하는 고객이 특히 많다.


“아직은 개발 단계입니다. 자동화 기술이 완료되면 속도가 더 빨라지고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습니다. 비용도 더 낮출 수 있고요. 사람이 하면 한두 시간 이상 걸릴 일을 인공지능은 30초 만에 해내니까요. 상표출원 등 서비스 종류도 계속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고객은 생각보다 인공지능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이 서비스해주기 원하는 고객이 많죠. 그래서 고객은 사람이 직접 상대하고, 고객과의 접점이 적은 부분에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인공지능이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요즘, 인공지능을 법률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그의 생각은 어떨까? “변호사가 하는 일의 70~80%가 서류 작업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단순 작업이 대폭 줄어드는 대신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겠죠. 새로운 법리 개발 등 창의적인 일을 많이 하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고객을 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 jobsN 이선주 조선뉴스프레스 객원기자

사진 김선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