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에서 단백질 뽑아 대박난 대학생이 자주 들었던 말

조회수 2020. 9. 25. 2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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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단백질로 클레이 만들어
먹어도 안전한 유아교육 제품 생산
우유 단백질로 클레이 만들어
편견 깨뜨리려 비즈니스 매너도 공부

‘찰흙, 점토, 클레이.’ 이름은 달라도 같은 제품이다. 학창시절 대부분은 한 번쯤 손에 쥐어본 경험이 있다. 부드럽고 끈적끈적한 성질을 이용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고, 그대로 굳히면 조형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놀이도구나, 유아 교육용품으로도 쓰인다.


어쩌면 다소 뻔해 보이는 이 제품으로 창업에 도전한 청년 사업가가 있다. 카우카우 류정하(24) 대표가 주인공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레드오션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문구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클레이로 사업이 가능할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6년 경기콘텐츠진흥원 ‘아이디어용광로’ 지원기업에 선정됐고 같은 해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소셜벤처 경연 대회에서 창업 아이디어 부문 최우수상(장관상)을 받았다. 2017년 2월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명단에 카우카우를 올렸다. 류정하 대표는 어떤 아이디어로 블루오션을 찾아낸 것일까.

출처: jobsN
카우카우 류정하 대표.

입에 넣어도 안전한 유아교육 제품 고민하다 창업


-카우카우에서 만드는 제품 특징이 뭡니까

“인체에 해가 없는 클레이를 만듭니다. 대부분은 클레이를 맨손으로 만져요.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입에 넣기도 합니다. 시중에 파는 제품들은 화학 약품을 첨가하거나 방부제를 넣기도 하는데 여기서 차별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카우카우에서 만드는 클레이 카우토이의 주 재료는 ‘우유’다. 우유 분말에 물, 식초, 점성제를 넣고 반죽하면 말랑말랑하고 찰진 클레이가 된다. 점성제는 우유 반죽이 끈적끈적한 성질을 갖게 하는 재료다. 류 대표는 이 재료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점성제는 특허출원을 마치고 등록을 기다리는 상태다.


-우유 클레이를 만든 계기가 있나요

“주 전공이 사회복지학입니다. 편부모 가정 아이들을 만나 교육하거나 멘토링 하는 일이 많았어요. 클레이 수업하는 도중 일부 아이들 손에 빨갛게 발진이 생기는 걸 봤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구나’ 생각했죠.”


아이들이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제품을 골라서 샀는데도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시중에는 ‘쌀’이나 ‘밀가루’로 만든 클레이도 있었지만 이런 제품에도 방부제나 화학물질이 들어있었다. 다른 재료로는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게 우유로 만든 클레이 ‘카우토이’ 였다. 

출처: 카우카우 제공
카우카우에서 만드는 우유 클레이 카우토이.

우유에서 뽑아낸 플라스틱으로 클레이 만들어


-재료로 우유를 사용한 이유가 있습니까

“국내에서 생산하는 우유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우유를 버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유로는 치즈도 만들고, 가공하면 플라스틱도 뽑아낼 수 있거든요.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니 얼마든지 클레이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우유에는 카제인이라 불리는 단백질이 있는데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형태로 뽑아낼 수 있다. 우유를 따끈하게 데우다 식초를 넣으면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나온다. 이걸 뭉쳐 점토처럼 만드는 교육과정도 있다. 류 대표는 우유 대신 우유 분말을 사용해 반죽할 수 있도록 과정을 단순화했다. 선생님이나 부모가 아이들과 직접 클레이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색이 들어가는 클레이에도 화학 색소를 넣지 않았다. 붉은색은 석류, 노란색은 단호박, 녹색은 녹차에서 색을 뽑아냈다. 단 클레이 형태가 아닌 우유 분말을 이용해 클레이를 만들 수있는 재료 세트 형태로 판매한다. 이 재료로 클레이를 만들면 24시간 안에 딱딱하게 굳는다고 했다.


“처음엔 창업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좋은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게 전부였습니다. 소셜벤처 경연 대회 출전을 준비하면서도 수상은 바라지 않았는데 대상을 받고 나니 사업화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때 받은 상금 1000만원이 자본금이 됐습니다.” 창업학을 복수전공하며 만난 팀원과 함께 소셜벤처 경연 대회에 참가하고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을 막 시작했던 2017년 1월,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 명동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뇌출혈이 일어났고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트럭에 치였는데 그때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 두 달가량 입원해 있으면서 제품을 어떻게 다변화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조, 회계, 유통, 법률, 유아 지식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였어요. 전국에 있는 유아교육과 교수님들께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내 지식과 조언을 부탁드렸습니다. 유통 방식과 가격을 정하는 건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웠습니다.”

출처: 카우카우 제공
2016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류정하 대표.

편견 깨뜨리려 비즈니스 매너도 따로 공부


가장 어려웠던 건 주변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아용 제품을 만든다는데 결혼은 했니’, ‘아이는 낳아봤니’ 하는 말을 들었다. 류 대표의 나이는 24살, 2018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제가 말투도 어렸고 스타일도 자유분방했어요. 어떤 교수님은 저를 일주일에 한 번 머리카락 색이 바뀌는 아이로 기억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엔 나이가 많다고 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들 눈에 ‘전문성’ 있게 보이려면 성숙한 비즈니스 매너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투부터 하나씩 고쳐나갔다. 머리카락도 검은색으로 다시 물들였다. 이제는 결혼이나 출산 경험을 묻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실적도 차츰 좋아졌다. 카우카우는 2016~2017년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와 해피빈에서 약 1000만원을 모았는데, 2017년에는 그보다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우유 클레이 말고도 천연화장품이나 은으로 만든 액세서리도 만들고 있습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종합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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