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전 대입시험 답 잘못쓰고 서럽게 울던 소년의 근황

조회수 2020. 9. 25. 2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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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꿋꿋이 나아가길"
최성 고양시장 수험생 응원글 인터넷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꿋꿋이 나아가길"

지난 1981년 11월. 대학 입학 예비고사 시험을 마치고 돌아와 서럽게 울던 소년이 있었다. 이날 수학 시험 도중 시험지에 풀어둔 문제 답을 답안지에 옮기다, 마지막 5문제 정도를 잘못 적어 넣었던 것이다. 황급히 감독관에게 답안지를 바꿔달라 요청했지만, 이미 시험 시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렇게 그는 피 같은 점수를 속절없이 날려먹었다. 당시는 본고사가 폐지되며 입시 중 예비고사 반영비율이 50%를 넘겼을 때니, 우습게 볼 실수는 아니었다 한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본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예정일이었던 2017년 11월 16일을 하루 앞둔 날, 이 소년은 36년 전 자신의 경험을 되새기며 수험생을 응원하는 게시글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한 번 실수 때문에 순간 뒤처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간 결실을 얻는다는 내용이었다. 사칭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본인 인증샷’도 함께였다. 사진 속에서 엄지를 치켜들고 활짝 웃음 지은 인물은, 인구 100만 규모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長)인 최성(54) 고양시장이었다.

출처: 고양시 제공
최성 고양시장이 지난 11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침착하라


솔직히 그가 수학 문제 5개를 놓쳐서 입은 피해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다. “당시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수험생 대부분이 점수가 나빴어요. 그 바람에 제 실수가 어느 정도 상쇄되는 효과가 있었죠. 물론 상위권 학생 사이에서야 시험이 쉽건 어렵건 1점 차이도 치명적이지만, 아무튼 저지른 실책에 비해선 그나마 손해가 덜한 편이었다는 거죠.”

출처: 네이버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중 일부 캡처
쉽게 말해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거다.

다만 실수에 흔들리지 말고 의연해야 결국 뜻을 이룰 수 있음을 말하고 싶어 올린 글이라 한다. “예비고사를 보던 날, 수학을 망친 걸 알고서도 마음을 다잡고 나머지 과목을 풀었어요. 모든 게 끝난 뒤 집에 발을 들이고서야 눈물을 보였죠. 지난 일에 붙들려 페이스를 잃어버렸다면, 잘못을 만회하긴커녕 시험을 더 망쳤을 거예요. 그랬다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입학은 꿈도 꿀 수 없었겠죠. 당장 성공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갈 길을 가야 한다, 이 말을 전하고 싶어 쓴 글입니다.”


물론 최 시장이 단지 예비고사 때 한 차례 경험만으로 이를 깨달았던 건 아니다. “고양시 국회의원 재선에 탈락했을 때, ‘이 도시에선 더 이상 안되겠구나’라며 물러섰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겁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스스로의 약점을 냉정히 돌아봤기 때문에, 시장으로서 고양 시민께 봉사할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처절한 패배도 달게 받아들이고,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때론 과감히 시도해야 합니다. 큰 뜻을 이루려면 말이죠.”


처음은 아니다


그가 수능을 맞아 응원글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부터 매년 수능이 가까워지면 제 페이스북에 쭉 응원글을 올려왔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요. 보다 많은 수험생과 그 가족분들이 제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최 시장은 온라인을 이용한 소통을 자주 시도하는 편이다. 지난 2012년에는 직접 나서서 “고양시청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숫자가 8000개를 넘기면 고양이 차림을 하겠다”며 공약을 걸었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자 약속대로 분장을 한 사진을 인증했다. 또한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최성의 특종뉴스룸’ 방송을 하고 있으며, 최일구 MBN 앵커와 함께하는 팟캐스트 ‘굿초이스’도 운영 중이다.

출처: 고양시 제공

굳세게 가라


최 시장은 이 인터뷰를 통해, 수능을 마치고 수시·정시에 응시 중인 학생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저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해 0.3%라는 매우 낮은 지지율만을 얻고 처절히 패했습니다. 하지만 이 패배만으로 저를 실패한 정치인이라 부르는 이는 드뭅니다. 비록 큰 무대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거기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노력을 거듭한 덕에 국회의원과 시장을 지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고양시 제공

“여러분이 앞으로 겪을 입시나 취업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품은 뜻을 모두 다 이루는 건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덮쳐오는 실패를 견디며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간 분명 좌절해 주저앉은 이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돼 있을 겁니다. 흔들림 없이 걷다 보면, 결국 길 끝에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나아가는 과정에서만도 많은 것을 얻기 마련이거든요. 수험생 여러분, 역경에 지지 말고 항상 꿋꿋이 전진하길 바랍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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