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 장애로 남편과 계속 싸우던 여성이 찾은 해법

조회수 2020. 9. 25. 2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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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여 마음을 치유하는 신체심리의 오묘한 세계

21세기는 ‘마음 산업의 시대’라고들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마음이 흔들리면 어떤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 마음을 잡기 위한 여러 산업이 뜨는 가운데 ‘신체심리 치료’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 최고위 과정(MBA)을 이끌고 있는 김향숙 원장은 어린이 화병, 데이트 폭력, 성폭행 등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을 몸의 지혜로 치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명지대학교대학원 예술심리치료학과 객원교수로 출강하고 있는 김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심리학자이다.


“3년 전에 하이패밀리 MBA 과정에 신체심리학과를 개설했습니다. 과정을 이수하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증 신체심리교육사 자격증이 발부됩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픕니다. 몸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마음을 통해 몸을 치료하는 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김향숙 원장은 부산대학교에서 교육심리와 상담심리를 전공한 교육학박사로 25년간 한국과 미국에서 가정문제에 대한 상담과 강의를 해왔다. 

출처: 조선 DB

신체심리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자녀 교육문제로 10여 년 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그곳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가정사역 상담활동도 했습니다. 두 아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한 뒤 2005년에 귀국하여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활동을 하려는데 갑자기 갱년기가 찾아왔어요. 우울증까지 올 정도로 심각하게 앓았어요. 속에서 뭐가 치밀어 오르는데 분노조절이 안 되니 기러기 아빠로 고생했던 남편과 계속 싸우기만 했죠.” 2년 정도 고생하고 있을 때 지인으로부터 “갱년기 때문에 힘들 때 춤을 췄더니 치유가 되더라”는 얘기를 듣고 댄스세러피 전문가를 찾아갔다.


“몸을 움직이니 생기가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니 우울감이 사라졌어요. 신체를 사용하자 엔도르핀, 세로토닌,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 겁니다. 몸의 움직임이 뇌의 지도를 바꾼다는 걸 깨닫고 춤을 통한 치유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었지요.”  

가정사역과 무용치료의 융합


댄스세러피의 여러 분파를 다 섭렵하고 전문가 과정까지 공부하는 데 5년여의 기간이 걸렸다. 이후 다시 5년 동안 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인 기능을 폭넓게 활용하는 무용동작 치료를 공부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3년은 용인정신병원에서 무용동작치료사 일을 병행하면서 조현병, 알코올중독,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정신병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접했다. 10여 년간 익힌 댄스세러피와 무용동작 치료기법을 일반인들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신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가정사역과 신체심리를 결합해 김향숙 원장이 개발한 것이 ‘머리로 깨달아(learning), 가슴으로 느끼고(feeling), 몸으로 익혀(practice), 삶에서 행하는(doing) 4D 교육·치유혁명’이다.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는 내담자를 예로 든다면, 1단계는 몸의 공감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2단계는 몸의 언어를 읽으면서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3단계는 분노, 우울, 미움 등 부정적 정서를 몸을 통해 치유하고, 4단계는 잘못된 생각을 몸의 직접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 수정하고, 5단계는 삶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몸의 체험을 통해 익히게 된다.


김향숙 원장은 MBA를 운영하는 것과 별도로 2012년에 한국신체심리연구소를 개설해 이모션 코칭, 분노조절 세미나, 여성세미나, 스트레스 관리, 부부세미나 등 다양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여러 사람이 와서 세미나에 참석합니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두 명 왔는데 어린이 화병에 걸려 가슴을 쥐어뜯는 거예요. 화가 나면 호흡이 가빠지면서 주먹을 쥐게 되고, 그러면 근육이 뭉칩니다. 그럴 때 심호흡을 하고 근육을 풀어줘야 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몸이 회복되면 마음이 회복됩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러니 언어적 상담만 하거나, 댄스만 해서는 치유가 안 되는 거죠. 마음을 읽고 신체를 이용해서 역으로 회복해나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화병에 걸리는 이유는 몸을 움직일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에 내몰리다 잠시 쉴 때도 아이들은 컴퓨터나 휴대전화만 만지지 않는가. 데이트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김 원장은 우선 여성들에게 성교육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지킬 힘을 길러야 합니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몸을 사랑하는지를 분별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해 분명한 의사를 밝혀 건강한 만남을 이어가야 합니다. 데이트할 때 나쁜 상황이 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남성들은 일에 치여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이 없는 데다 분노조절 능력과 공감능력을 기를 기회가 없다 보니, 치밀어 오르는 화를 폭력으로 발산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머리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몸을 하대합니다. 몸의 인권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어릴 때부터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분노를 조절하고 공감능력을 길러야 성인이 되어 자신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평소 기계와 소통하지 말고 사람과 소통하면서 가능한 한 몸을 많이 움직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몸의 인권을 회복하라


김향숙 원장의 신체심리치료 활동은 EBS <다큐 여자>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심리치료를 전파하고 있다. 학교와 기업의 요청으로 외부에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동에 자리했던 하이패밀리가 지난해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으로 완전 이전했다. 넓은 온돌 강의장과 숲으로 둘러싸인 환경도 심리치유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하이패밀리 가정사역 MBA 과정을 마치고 신체심리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한 제자가 50여 명에 이른다. 김 원장은 더 많은 인재가 배출되어 대한민국 모든 학교와 병원, 기업에 신체심리치료사가 상주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 암 환자를 위한 면역력 강화 프로그램과 성폭력 상담소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해 몸이 대신 우는 게 암입니다. 자연 속에서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몸으로 입은 상처를 몸으로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향숙 원장은 전국의 어머니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들이 자녀를 공부에서 해방시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이끌어줘야 합니다. 몸의 리듬이 바뀌면 엔도르핀이 생성되어 활력이 생깁니다. 자녀들을 뛰놀게 하면서 어머니들도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김향숙 원장은 ‘몸의 인권을 회복하고 세상을 행복으로 춤추게 하는 것이 소망’이라며 가능한 한 몸을 많이 움직이라고 당부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머리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몸을 하대합니다. 몸의 인권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어릴 때부터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분노를 조절하고 공감능력을 길러야 성인이 되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글 jobsN 이근미 조선뉴스프레스 객원기자

사진 서경리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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