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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듣보잡'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여성의 정체

조회수 2020. 9. 25. 20: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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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전문 리스크 관리 전문가
외식업 전문 리스크 관리 전문가
‘알아서 해주겠지’ 보험 업계 인식 개선
매출 올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7월 발표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현황’을 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하루 평균 약 114개가 생겨나고 66개가 문을 닫는다. 가맹본부 10곳 중 약 7곳은 5년을 버티지 못했다. ‘외식업’은 제조·유통·물류·매장 관리 과정에 수많은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관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식업에 뚫려있는 틈새를 파고드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직업을 찾은 사람이 있다. 머니쉐프 배명숙(40) 대표. 그는 스스로를 ‘듣보잡’이라 부른다. ‘듣도 보도 못한 JOB(직업)’을 가졌다는 소리다. 외식 프랜차이즈를 전문으로 보험 상품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외식업 전문가다. 원할머니보쌈·굽네치킨·스노우폭스·죠스푸드·제오헤어·끌리메가 주요 고객사다. 2015년부터는 중앙대 외식산업경영자과정 교수로 외식 경영을 강의한다. 그에게 틈새 직업을 찾는 법, 외식업 경영자가 주의해야 할 점을 물었다. 

출처: jobsN
배명숙 대표.

상고 졸업→일본 유학→무역회사 운영→외식업 리스크 전문가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배 대표는 상고에 진학해 졸업 전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 4년 동안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해 3000만원을 들고 일본 유학을 갔다. 아르바이트하며 학비를 스스로 벌어 무역업을 공부했다. 2002년 귀국해 일본에서 퓨즈 등 자동차 용품을 수입해 팔았다. 5년 후 배 대표가 독점 수입하던 제품의 병행수입이 가능해지면서 ‘더이상 사업성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같은 상표의 상품을 여러 수입업자가 수입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2007년 말 사업을 접었다. 사회 경력이 끊기는 게 싫어 2008년 보험회사에 취직했다. 이때 보험업에 잘못된 관행이 많아 인식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인 위주 영업’이 가장 문제 였죠. ‘알아서 잘해주겠지’라면서 꼼꼼히 않보는 겁니다. 가령 지금 내 사업이 오래갈 것 같아도 5~10년이면 접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20년 짜리 장기보험을 드는 거죠. 또 변액보험은 납입금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건데, 오래 놔두지 않는 이상 고객에게 득이 안되요. 실제로 저는 변액보험은 단 한건도 계약 안했어요. 회사가 저를 싫어했죠.”


2012년 보험사가 통폐합 되면서 보험업에 위기가 닥쳤다. 웬만한 사람이 보험에 가입해 ‘더이상 팔 보험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배 대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미국에 방문했다 한 기업의 보험은 전문가 한명이 맡는다는 걸 알았다. 보험마다 계약한 설계사가 다른 한국과는 달랐다. 또 한국에서는 보험설계사를 회사 직원에 불과했다. 설계사는 고객 입장에서 최선의 보험을 추천하기보다 회사의 상품을 팔 뿐이었다. 배 대표는 보험업에서도 한 분야만 파고 들어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거라 봤다. 2013년 퇴사 후 국내 23개 보험사의 재물·화재 보험상품만 다시 공부했다. '머니쉐프'라는 개인 브랜드를 만들고 세무·노무·외식업도 공부했다. '머니쉐프'라는 개인 브랜드를 만들었다.


“재경팀에 ‘보험증권(보험계약 성립을 증명하는 문서) 가져오라’ 하면 10분 내 가져오는 회사 많지 않아요.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는 뜻이죠. 회사 별로 크게 수십, 수백개 상품에 가입하는데 갱신시기 조차 제대로 파악 못하는 경우 많아요.”


보험 상품뿐만 아니라 슈퍼바이저를 교육하고 매장에서 고객 응대하는 법을 교육했다. 최근 외식업계에서 ‘갑질’·‘블랙 컨슈머’ 등이 문제가 되면서 외식업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업가들이 늘었다. “가령 고객이 밥을 먹고 나왔는데 차가 망가져있다면, 하필 그 고객이 다음날 차로 여행을 가야 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고객이 흥분할 수도 있고, 여행을 가지 못했던 손해 보상까지 요구할 수 있어요. 단순 보험 처리 문제가 아니라 사고 당시 고객이 흥분을 가라 앉히도록 명확히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배 대표는 기업이 갖고 있는 보험 상품의 계약 조건을 분석해 A4용지 한장에 정리한다. 업종에 따라 사고 위험이 높은 부분은 무엇인지도 알린다. 정확한 수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 부장급이라 밝혔다. “컨설팅 비용으로는 큰 돈을 벌진 못해요. 국내에선 지적 재산에 후하게 댓가를 쳐주진 않습니다.” 대신 배 대표는 2014년부터 간편식 사업 ‘푸드얍’을 시작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식 사업에 진출하려는 회사가 늘고 있다. 푸드얍이 이들의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한다. 3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을 넘었다. 최근 롯데푸드 등에서도 푸드얍에 상품기획·판매를 맡겼다.

출처: 배명숙 대표 페이스북
여러 강연과 북콘서트에서 외식업과 스타트업 관한 강의를 한다. 그는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 창업 전문가, 사업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매출 올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


자영업은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외식업은 경기에 민감하다. 매출을 올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게 낫다. 보험에 제대로 가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사와 가맹점 직원이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건물에 불이 나는 큰 사고가 아니더라도 매장에서 일어나는 실수가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고객 수준이 높고 불만을 절대 참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쉽죠. 제대로 대처 못하면 ‘손님 대응이 엉망’이라는 소문이 나 하루 아침에 손님이 뚝 끊겨요. 당장 이익금에 영향을 미칩니다.”


배 대표는 이제 외부 강연이나 초기 창업가들을 위한 컨설팅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바른 기업인을 양성하는 게 꿈입니다. 저도 1000명이 넘는 CEO, 대표를 만나면서 경영법과 사업철학을 배웠어요. 그들의 강연에 찾아가 끈질기게 남아 대화를 나눴습니다.”


외식업 경영·리스크 관리에 대해 5~7분짜리 영상을 찍어 올린다. ‘뜨거운 국물을 손님에게 쏟았을 때 대처법’ 처럼 직원을 위한 기초 메뉴얼도 있다. 내년부터는 외식업 전문 보험 상품을 구성하는 법에 대해 강의를 열 예정이다. 자신이 돈을 버는 수단을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보험에서 시작했지만 보험만 했다면 비전이 없었을 겁니다. 외식업자도 고객도 좀 더 성숙해져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숙제를 풀고 싶어요. 외식업·경영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면서 사회적인 의식이 나아지길 바래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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