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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때 탬버린 흔드는 은행 여직원 사연,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유명 여배우 주연 드라마, 미적분 풀던 '수학샘'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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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나와 호텔리어, 학원강사
10년여 만에 드라마 작가로 데뷔
드라마 작가로 인정받고파

수학 강사와 드라마 작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12월 말 방영 예정인 tvN 단막극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로 데뷔한 김동경(32) 작가는 10년 가까이 수학 강사로 살았다. 수학에는 공식이 있다. 하지만 대본에는 공식이 없다. 수학은 답이 하나지만, 대본은 답이 무수하다. 모순적인 두 세계에 한 쪽씩 발을 담그고 걸었다. 이제는 한 쪽에서 발을 빼고, 두 발로 하나의 길을 걸으려 한다.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쓰러지지 않고, 한 길을 두 발로 걸어갈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김동경 작가를 만났다.

tvN 단막극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로 데뷔한 김동경 작가

수학과 출신 호텔리어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드라마광(狂)이었다.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만화나 어린이 프로그램이 아닌 어른들이 보는 드라마를 유독 좋아했다. 다섯 살 때 본 KBS ‘서울뚝배기’도 잊지 못한다. “스케치북 사라고 배우 양동근씨가 받은 돈 1000원을 배우 주현씨가 뺏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TV에서 하는 모든 드라마 줄거리와 방영 시간을 줄줄 꿰고 있었다. 장르도 가리지 않았다. “공부는 안 하고 드라마에 미쳐 있으니 어머니가 TV 안테나를 뽑은 적도 있어요. 그러면 저는 몰래 비디오 안테나선을 TV와 연결해 봤죠.”


드라마 작가를 꿈꿨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질풍노도의 시기에 문득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이과(理科)를 택했다. 공부보다 드라마가 우선이던 그에게 의대 진학은 버거운 목표였다. 하지만 수학만큼은 자신 있었고, 흥미를 느껴 2005년 수학과에 진학했다. 드라마와는 무관한 수학을 전공하면서 드라마 작가라는 어릴 적 꿈은 희미해져 갔다. 수학과에서 배우는 수업이 적성에 맞지도 않았다.


“풀어서 답을 맞췄을 때의 희열이 있는 입시 수학을 좋아했던 거지 수학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재미가 없었어요.”


집안 형편 때문에 등록금과 생활비는 직접 마련해야 했다. 수학 강의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개인 교습, 학원 강사 등으로 돈을 벌었다. 과외 5개를 동시에 한 적이 있다. 잘 가르친다고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수학과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 대학 4년간 수학과 씨름하면서 많이 지친 상태였다. 대학 취업센터 소개로 2010년 한 유명 호텔에 취업했다. 평일 하루를 쉴 수 있었다. 쉬는 날 취미생활로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교육원에서 드라마 작가 수업을 들었다. 내팽개쳐둔 꿈이 떠올랐다.


일주일 한 번 찾아오는 수업 시간이 설레었다. 가슴이 한 번 뛰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글 좀 쓴다’는 칭찬을 제법 들었어요. 승부를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작가 데뷔 번번이 실패


드라마 작가에 도전하려고 호텔리어 생활은 포기했다. 하지만 수입이 필요했다. 빨리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학원이었다. 2011년 1월부터 경기도 부천의 한 수학학원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보통 오후 2시쯤 출근해 밤 10~11시까지 근무했다. 오전에는 글을 썼다. 수입은 나쁘지 않았다. 월 300만~400만원 이상 벌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돈을 보태줘야 해서 생활은 빠듯했다. 글을 쓰기 위한 취재 외에는 외부와의 접촉을 대부분 끊었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글을 쓰거나 유명 영화·드라마를 분석했다. “밤 늦게 학원 일 끝난 후의 시간을 활용하려고 퇴근하면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노트북을 폈어요. 전철 막차시간까지 글 쓰다가 집에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2011년부터 김씨가 쓴 글은 단막극 12편. 미니시리즈의 경우 3편 정도다. 기회가 될 때마다 공모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한때는 1년 정도 절필(絶筆)한 적도 있다. 지난해부터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계속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 상태로 나이만 먹으면 어쩌나,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을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어요. 수학강사라는 직업은 있었지만, 미래를 계획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고요.” 

김동경 작가가 쓴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박희본씨가 연기 연습을 하는 모습

출처CJ E&M 제공

“무지개를 좋아하려면 비부터 좋아하라”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기회가 왔다. 올해 4월 CJ E&M의 드라마·영화 신인작가 발굴·육성 사업인 ‘오펜’(O’PEN) 단막극 공모전 당선. 당선작은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 계약직 은행원이 정규직이 되기 위한 분투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박희본씨가 주연을 맡았다. 12월30일 방영 예정이다. “은행원은 감정노동자이고, 영업 실적으로 비교되는 직업이다 보니 직장 내 부조리함을 드러내기 적합하다고 봤어요. 아이템을 정하고 은행 다니는 지인들을 통해 은행의 세계를 심층 취재했어요.”


오펜 공모전 당선 이후, 김씨는 10년 가까이해 온 학원 강사 생활을 정리했다. 1년 정도 일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뒀다. 당분간은 집필에만 모든 걸 쏟아부을 계획이다. CJ E&M은 오펜 당선 작가들에게 개인 집필 공간도 제공한다. 단막극 작가로 데뷔했으니 다음 목표는 현재 집필 중인 미니시리즈를 방송하는 것이다. 현재 3개 정도 진행 중인 작품들이 있다.


“꿈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알면서 자신을 자꾸 코너로 몰아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상태로 버틴다면 언젠가는 꿈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것을 먼저 선택해도 그 꿈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요. ‘무지개를 좋아하려면, 비부터 좋아하라’는 말을 명심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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