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1봉지씩 팔리는 '제2의 허니버터칩'을 아시나요?

조회수 2020. 9. 25. 20: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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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새우과자 '빠새' 탄생 스토리
4월 이후 7개월 만에 1100만 봉지 팔려
얇은 새우과자 ‘빠새’ 탄생 스토리

"3전 4기 도전 끝에 나온 제품입니다. 모든 노하우와 내공을 쏟아부었어요.”


2017년 히트 과자 ‘빠새’ 개발자이자 20년 동안 과자를 연구한 박시용(44) 해태제과 수석연구원이 말했다. 국내 최초 과자회사이자 스낵 명가인 해태제과는 그동안 새우맛 과자에서는 쓴맛만 봤다. 1997년 ‘갈아만든 새우’, 2004년 ‘굽스’, 2013년 ‘칠리새우’를 내놨지만 반응이 없었다.


끈질기게 도전한 끝에 4월 내놓은 ‘빠새’가 히트 과자 반열에 올랐다.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1100만 봉지가 팔렸다. 누적 매출은 88억원. 거의 초당 한봉지씩 팔린 셈이다. 한해 200~300개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한달에 10억원 이상 매출을 내는 과자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박 수석연구원(이하 박)을 중심으로 빠새 개발에 몰두한 전종기(43·이하 전) 책임연구원, 이헌중(27·이하 이) 연구원에게 ‘빠새’ 탄생 스토리를 들었다.

출처: 해태제과 제공
(왼쪽부터) 전종기•박시용•이헌중 연구원.

’더이상 실패란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한 R&D


박시용 수석연구원은 2014년 ‘품귀(品貴)현상’을 빚어낼 정도로 대 히트를 한 ‘허니버터칩’ 개발에 참여했다. “부담이 있긴 했지만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박)


허니버터칩 성공 이후인 2014년 말 새우맛 과자 개발에 돌입했다. 새우맛 과자는 색다른 맛은 아니다. 이미 ‘새우맛 과자’하면 먼저 떠오르는 농심 ‘새우깡’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우’를 택한 이유가 있다. “새우는 누구나 좋아하는 매력적인 원료 입니다. 소맥(소주+맥주) 안주로 먹을 때 감칠맛이나 고소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새우스낵 시장의 질서를 흔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전) 

박시용 연구원

차별화를 위해 ‘식감’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최근 과자업계에서는 두꺼운 칩이 대세였다. 트렌드와 정반대로 ‘얇은 칩’을 선택했다. 기존 새우과자하면 떠오르는 거칠고 딱딱한 식감과도 반대였다. 실제 10~20대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해보니 부담없는 가벼운 간식을 선호한다는 걸 알았다.


모양이 단순해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과자를 얇게 만드는 일은 까다롭고 난이도가 높았다. 그동안 실패했던 과자들은 부드럽지만 바삭하지 않거나, 제대로 튀겨지지 않아 서로 달라붙어 딱딱해졌다. 빠새도 초반 실험 과정에서 두께가 너무 얇아 쉽게 부셔졌다. 완제품 두께가 2.2mm가 되려면 반죽은 1mm로 만들어야 했다. “생산성이 떨어져 제품으로 못만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계속 실험해보니 얇을 수록 진한 새우맛을 내기 좋았어요. 얇은 두께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박)

전종기 연구원

끝없는 실험과 연구가 반복됐다. 빠새 연구원들은 출근하면 전날 만들어둔 샘플을 먹어보고 개선점을 찾아 다시 샘플을 만들었다. “저는 ‘입맛이 없을 때 맛있는 과자가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입안이 말라있을 때, 점심을 먹고난 다음 관능평가를 했습니다.” (전)


2016년 입사하자마자 빠새 개발팀에 투입된 이헌중 연구원은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하루 10봉지 넘는 과자를 맛봤다. “회식 때도 술 대신 깐쇼새우·새우버터구이·감바스 등 새우요리만 찾아다녔습니다. 음식점 가서도 계속 뭘로 만들었는지 분석했어요.” (이)


막판 한달 간 본사 실험실이 아닌 공장으로 출퇴근 했다. 실험실에서 의도한 대로 제품이 나와도 대량생산을 할 때는 맛과 모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빠새도 원료배합·숙성시간·굽는 시간과 온도·수분량 등 온갖 작지만 중대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수천번 반죽을 치대는 고온스팀과정, 알맞은 수분량을 찾는 4단계 건조공정을 개발했다. 두께는 2.2mm. 얇아도 부서지지 않으면서 바삭한 식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출처: 해태제과 제공

히트 제품이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자의 유행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그만큼 ‘반짝 상품’도 늘었다. “경쟁사에서 미투제품을 많이 내요. 허니버터칩 때도 그랬지만 지금 남아있는 제품은 허니버터칩 뿐입니다. 빠새 역시 이 정도 두께와 맛을 구현하기에 어려울 거라 봅니다.” (박)


과자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


박 연구원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입사했다. 합격을 하고도 입사 취소를 통보 받는 사람이 있을 만큼 취업이 힘든 시기였다. 그는 ‘뚜렷한 목표’를 강조했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식(食)’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해태가 우리나라 최초 과자를 만든 제과업체라서 더욱 입사하고 싶었죠. 취업이 만만치 않지만 소신을 살려 한 우물 파길 바랍니다. 그래야 입사해서도 행복할 수 있어요.” (박)

이헌중 연구원

스낵 개발자는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담배를 하지 않는다. 향·맛·식감·색·모양을 낱낱이 분석하는 ‘관능평가’가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오감(五感)이 예민하면 능력있는 스낵개발자로 클 수 있다. “머릿 속 아이디어를 모양·맛·색·식감으로 구체화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또 표현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풍부하고 세부적인 표현을 잘하면 개선점을 빨리 찾을 수 있어요.” (이)


식품 개발자이기 때문에 식품 관련 자격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전 연구원은 식품 관련 자격증이 없다. “식품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저는 일본어능력평가1급이 있습니다. 해외 연구자료를 봐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잘하면 좋아요.” (전)


세 사람은 무엇보다 ‘끈기’를 강조했다. “히트과자 한개를 만들기까지 수만번의 실패가 있습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실험 하나하나 다 의미 있어요. 도전 정신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실무를 경험해보니 알 것 같습니다.” (이)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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