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문자만 되는 '역대 최악(?)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비결

조회수 2020. 9. 21. 18: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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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폰 강요는 아이들의 마음 모르는 부모의 고집일 뿐"

지난 6월 알뜰폰 사업자 SK텔링크는 ‘공부의 신’ 강성태씨와 함께 신개념 스마트폰, ‘공신폰’을 내놨다. 공신폰의 별명은 ‘역대 최악의 스마트폰’. LTE나 3G 등 이동통신망은 물론이고 와이파이(Wi-fi)를 이용한 데이터통신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영한·한영사전, 음악재생, 카메라가 공신폰이 가진 기능 전부다. 스마트폰이라 부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드는 거의 '벽돌' 수준이다.


하지만 공신폰은 출시 이후 월평균 2000대씩 팔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서 2000대라고 하면 별것 아니지만, 알뜰폰 시장에서 단일 모델이 저 정도 팔린다는 것은 최소한 ‘중박’ 이상”이라고 말했다. 공신폰을 기획한 김광주 SK텔링크 MVNO전략팀장은 “스마트폰의 가장 큰 가치는 ‘연결’이지만, 명확한 목적을 갖고 발상을 전환했더니 고객이 반응했다”고 말했다.


“폴더폰 강요는 아이들의 마음 모르는 부모의 고집일 뿐”


김 팀장은 중1·중3 두 딸의 ‘아빠’다. 김 팀장 역시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를 쥐여주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부모와 연락하거나 반 친구들과 소통할 일이 있어 휴대전화는 꼭 필요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쥐여주자니 공부 걱정이 앞섰다. 그의 선택은 폴더형 피처폰(스마트폰 아닌 보통의 휴대전화)이었다.

출처: jobsN
김광주 SK텔링크 MVNO 전략팀장

“폴더폰을 쥐여주고 나니 고민이 뒤따랐습니다. 음악 들어야 한다고 해서 MP3 플레이어는 사줬는데, 공부에 필요한 전자사전이 문제더라고요.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제대로 된 전자사전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저 같은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김 팀장은 딸의 친구들과 그 부모는 물론이고, 학생 자녀를 둔 지인까지 총동원해 의견을 물었다. 부모들은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휴대전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아이들은 “폴더폰 쓰기 부끄럽다”, “문자메시지라도 대화형으로 쓰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학생이 ‘쪽팔려서 독서실 복도에서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데이터통신이 안 되는 스마트폰이라면 폴더폰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부모의 고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폴더폰은 문자메시지가 순서대로 쌓여 상대방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와 닿았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에서 데이터통신 기능을 빼면 부모와 자녀 양쪽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을 상대로 한 상품이라 요금을 최대한 낮춰야 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단말기 가격을 포함한 월 요금이 3만원을 넘어가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최소한 몇만대 이상은 팔려야 한다고 했다. 

출처: jobsN
지난 6월 출시된 '공신폰1'

결국 SK텔링크는 자사에 단말기를 납품하던 중국 ZTE사(社)와 손잡았다. ZTE의 스마트폰 ‘Blade L5 Plus’에 펌웨어(스마트폰을 구동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수정, 데이터 통신 기능을 삭제하고 영한·한영사전을 탑재한 공신폰을 내놨다.


“모바일 가치소비의 선순환 구조 만들겠다”


공신폰이 인기를 끌자 시장에서는 새로운 요구가 쏟아져나왔다.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나은 스마트폰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SK텔링크는 최근 삼성전자와 함께 ‘공부의 신 by SAMSUNG Galaxy Wide2’를 내놨다. 일명 ‘공신폰2’다. 

출처: SK텔링크 제공
'공부의 신' 강성태씨와 협업한 '공신폰 2'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와이드2’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공신폰 기획 단계에서 부터 협의를 계속해 온 삼성전자 측에서 공신폰1의 성공을 확인하고, 공신폰2를 함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신폰1과 마찬가지로 데이터통신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쓰다 보니 AS에 대한 문의가 많이 나왔습니다. 공신폰 1도 전국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지만, 공신폰2는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더욱 편하게 AS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집중력을 올려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받아들여 물소리·빗소리·바람소리 등 ‘백색소음’ 음원도 공신폰2에 담아냈습니다.”

출처: jobsN
삼성전자와 협업해 만든 '공신폰2'

숨어있는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시장을 만든 공신폰은 위기에 빠진 알뜰폰 업계에 전하는 ‘울림’이 크다. 최근 알뜰폰 업계 사람들은 누구하나 ‘울상’이 아닌 사람이 없다. 망 도매 대가(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려쓰는 데 대한 대가) 협상이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이동통신 3사가 요금할인 폭을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 월 2만원 수준에서 기존 데이터 최저요금제보다 많은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독려하고 나서면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알뜰폰 사업이 좌초 위기란 이야기도 나온다.


김 팀장은 알뜰폰이 살아남는 길은 무작정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통신 3사는 덩치가 큽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 시간이 새로운 기획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일정 규모 이상 팔지 못할 상품은 사업성이 떨어져서 아예 손을 대기도 어렵고요. 반면 알뜰폰은 조직이 슬림해 참신한 기획을 하기 좋습니다. 공신폰처럼 고객의 숨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겠습니다. 저희도 수익을 내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상품을 계속 개발하는 ‘모바일 가치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알뜰폰이 살아남는 길 아닐까요.”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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