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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꿈 접은 이대 출신 개그우먼, 애인과 '방귀'로 떴다

조회수 2020. 9. 21. 1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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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시절 유튜버 도전, 중국 러브콜 등 8개월 만에 대박
체육교사 꿈꾸다 개그맨으로 전향
개그맨 시절 유튜버 도전
중국 러브콜 등 8개월 만에 대박

‘엔조이커플’이라는 이름의 소셜미디어 개그 채널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계정 구독자는 27만명이 넘고, 페이스북 팔로워는 50만명에 달한다. 올해 3월 첫 방송을 시작하고 8개월여 만에 거둔 성과다. 엔조이커플은 개그맨 커플인 손민수(27)·임라라(본명 임지현·28)씨가 만드는 커플 유머 영상 채널이다.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여친을 본 남친 반응’, ‘여친 몸무게 알아보는 법’ 등 연인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상황을 연기한다.


방송 출연은 물론 기획·촬영·편집·업로드, 계정 관리 등을 손·임 커플이 다 한다. 올해 1인 방송업계서 가장 ‘핫’한 개그 커플이지만, 방송국 공채 개그맨 시절엔 두 사람 모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체육교사를 준비하다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로를 바꾼 임씨는 특히나 마음고생이 컸다. 임씨를 만나 개그맨이 된 이유와 엔조이커플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들었다. 

개그맨 임라라씨. 임씨와 임씨의 남자친구인 개그맨 손민수씨

체육교사를 꿈꾼 ‘끼’ 많던 소녀


학창시절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무대 체질이었다. 그러나 부모님 권유로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운동에 흥미가 있어서 체육 교사를 목표로 했다. 2009년 이화여대 체육과학과에 입학했다. 1~2학년 성적이 상위권에 들어야 교직 이수가 가능했다. 대학 생활의 낭만은 없었다. 공부만 했다. 시험 기간 1~2주 전부터 집에도 안 가고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했다. 등록금과 용돈도 벌어야 했다. 학기 중 헬스장 트레이너, 과외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코피 흘리며 주경야독한 끝에 교직이수를 할 수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좀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어요. 휴학하고 잠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6개월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캐나다 사람들은 여유로웠다. 행복하고 평화롭고 가족 중심적이었다. 부러웠다. 체육교사가 정말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봤다. 확신이 안 섰다. 안정성과 부모님의 권유, 주위 평판 때문에 맹목적으로 달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회의를 품은 채 한국에 왔다. 교생 실습에 들어가기 전 중학교 교육 봉사를 나가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선생님으로 산다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 꿈인 ‘방송’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손민수-임라라 개그맨 커플

신인 개그맨의 설움


교생 실습을 포기하고,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했다. 카메라 앞에 설 때 행복했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해보고 싶었다.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이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개그맨이 눈에 들어왔다. 개그맨으로 성공하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경기도 일산의 개그 극단에 들어갔다. 학교를 다니며 2년간 일주일에 4~5일씩 극단에 가서 발성·발음, 연기 연습 등을 했다. “생각보다 적성에 너무 잘 맞고 재미있더라고요. 학교 수업 들으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개그맨 시험 준비를 했어요.”


준비 2년 만인 2015년 S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 경쟁률은 200대 1이 넘었다.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중파 공개 코미디 방송이 쇠퇴기를 맞았다. 시청률이 2%도 안 나왔다. 신인이다 보니 무대에 오를 기회조차 거의 없었다. 계약금 200만원이 보장된 수입의 전부였다. 출연료로 월평균 40만~50만원을 겨우 벌었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 뵐 면목도 없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죠.”

손민수-임라라 커플(왼쪽)과 엔조이커플 유튜브 계정(오른쪽)

엔조이커플에서 ‘엔조이부부’로


돌파구는 ‘방송’에서 찾았다. 남자친구인 tvN 코미디빅리그 신인 개그맨 손민수씨도 임씨와 비슷한 처지였다. 둘은 서로의 ‘끼’를 믿었다. 둘만의 아이디어로 영상을 직접 촬영해 사람들 앞에 나서보기로 했다. 방송국에서 쉽게 받지 못한 기회를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찾기로 한 것이다. “해외의 소셜미디어 영상 채널에는 커플끼리 방송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블루오션이라 생각했죠. 멍석만 깔아주면 얼마든지 잘 해낼 자신도 있었고요.”


독학으로 영상 편집술을 익혔다.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인터뷰도 빠짐없이 봤다. 유튜브 영상 채널을 시작하기 전 3개월가량을 준비했다. 첫 방송은 올해 3월 2일 두 사람이 만난 지 1000일 되던 날을 기념해 시작했다. 조회 수는 200 정도였다. 지인들만 보는 수준이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손이 느린 탓에 영상 하나를 편집해 올리는데 8~10시간이 걸렸다. 밤샘 작업이 일상이었다. 거의 매일 만나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촬영해 편집했다. 꾸준히 일주일 2~3개씩 영상을 올렸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수익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지방방송사 리포터 일을 하며 버텼다. 

엔조이커플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올해 9월. ‘엘리베이터 방귀 몰카’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실 용무가 급한 것처럼 연기하면서 장난감으로 방귀 소리를 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찍어 올린 것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는 일반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포복절도했다. 이 영상은 현재 358만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이 영상을 시작으로 채널이 인기를 얻으면서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여친을 본 남친 반응’, ‘여친 몸무게 알아내는 방법’, ‘연예인 다이어트 명언에 대처하는 여친의 자세’ 등의 영상이 조회 수 100만~200만을 넘으며 대박을 쳤다.


최근에는 광고 제휴, 협찬 제의, 섭외 요청이 빗발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중국에서도 엔조이커플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두 사람에게 수개월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매주 2개 정도 영상을 올리면서 그 외의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려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다. 채널 개설 이후 현재까지 100개 가까운 영상을 올렸다. 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일하고 있다. 하루 수면 시간은 3~4시간 정도다.


“돈을 많이 벌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면 금방 지칠 수 있어요. 저희도 시작하고 6개월가량은 금전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좋아하는 개그 콘텐츠를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만족감이 컸어요. 이제 시작이고, 아직 불안한 부분도 많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직업입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해외도 진출하고, 엔조이커플을 넘어 ‘엔조이부부’로 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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