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소리'로..삼성출신이 만든 '삼성페이' 대항마

조회수 2020. 9. 21. 18: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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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 전송 기술로 해외 시장 공략, "모비두"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총 9564만장. 평균적으로 국민 한명이 3.6장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신용카드 한장의 두께는 약 0.8mm. 카드 석장이면, 0.2cm를 훌쩍 넘는다. 지갑을 뚱뚱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가 신용카드다. ‘알뜰족’ 입장에선 카드를 한장만 들고 다니기도 쉽지 않다. 카드마다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처: /픽사베이

2015년 6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S6에 ‘삼성페이’를 탑재해 출시하자 뚱뚱한 지갑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사람들이 열광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신용카드를 찍기만 하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고, 이를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면 바로 결제가 끝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올해 9월 한 달간 삼성페이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은 644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삼성페이가 막 나왔을 무렵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결제를 위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결제를 위해 스마트폰을 내미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다. 물론 삼성페이에도 약점이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라도 삼성페이를 지원하지 않는 기종 이용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모비두’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기술을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들리지 않는 소리’로 통신하는 기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MBA를 마친 모비두 이윤희(41) 대표는 201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그가 맡은 일은 미국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파트너쉽을 맺는 것. 미국 스타트업과 교류하다 보니 자연스레 창업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했다. 2013년 8월 그는 모비두를 창업했다. 

출처: 모비두 제공
이윤희 모비두 대표

“여러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큰 조직에서 이루기는 어려웠습니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도 제가 퇴사를 결정할 무렵 막 시작됐죠. 마침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 예비청년창업자에 선정되면서 회사를 나왔습니다.”


모비두가 처음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것은 커피숍, 레스토랑의 스탬프를 모바일에 담는 서비스였다.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 종이쿠폰에 도장을 찍어주고, 10장이 모이면 커피 한잔과 교환해주잖아요, 그런데 종이쿠폰을 가지고 다니는 게 번거로웠습니다. 잘 잊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쿠폰을 스마트폰에 넣는 서비스를 기획했죠.”


어떤 방식으로 종이 쿠폰을 스마트폰으로 집어넣을까 고민하다 찾게 된 것이 ‘들리지 않는 소리’, 비가청음파전송(Inaudible Sound Transmission)기술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파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다. 소리를 내는 스피커와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마이크가 있으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둘을 모두 갖춘 스마트폰은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기기였다.

출처: 모비두 제공
소닉스탬프

그렇게 탄생한 게 ‘소닉스탬프’다. 음파를 이용한 스탬프로는 세계 최초다. 도장 모양의 소닉스탬프는 매장의 고유한 정보를 담은 음파를 내보낸다. 소닉스탬프를 스마트폰에 '찍으면', 스마트폰이 사람은 듣지 못하는 그 소리를 알아 듣고 쿠폰에 도장을 찍는다.


삼성전자 출신이 만든 삼성페이 대항마


소닉스탬프를 개발하던 중 한 고객사로부터 ‘포스(POS)시스템에 연결해서 결제까지 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은 게 계기가 돼 결제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POS시스템은 카드 결제는 물론이고, 재고관리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편의점이나 백화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드 결제 단말기를 떠올리면 된다.


“현재까지 사용되는 마그네틱 방식(삼성페이 등), 근거리 무선통신(NFC), 바코드 방식, 비콘(Beacon) 방식 등의 결제 기술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NFC 결제는 가맹점에서 추가적인 하드웨어를 구입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바코드 방식 역시 가맹점에서 바코드 스캐너를 준비해야 하죠. 삼성페이는 기존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로 장비를 설치할 필요는 없지만, 일부 삼성 스마트폰만 사용 가능합니다. 어떤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고, 보안성까지 갖출 수 있다면 시장이 열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기술을 개발하지만,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비두의 기술은 유통 강자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롯데의 간편 결제 시스템인 엘페이(L.pay)가 모비두의 음파 결제 기술을 쓴다.

출처: 롯데멤버스 제공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플랫폼 '엘페이'에 탑재된 모비두의 음파 전송 기술

올해 4월 롯데슈퍼를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롯데의 유통채널 어느 곳에서나 모비두의 기술이 녹아있는 ‘엘페이 웨이브’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삼성페이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엘페이 앱을 켜고 카드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끝난다. 아이폰을 비롯해 어떤 제조사의 스마트폰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기술을 개발해놓고 여기저기 ‘영업’을 뛰었습니다. 마침 엘페이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쪽에서 관심을 가져줬습니다. 저희 기술을 이용하려면 특별한 하드웨어는 필요 없지만, 포스 단말기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긴 해야 하거든요. 이 부분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롯데를 만난 것은 저희로서도 행운이었습니다.”


최근 롯데멤버스, 캡스톤파트너즈, 삼성 넥스트 등이 모비두에 15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삼성 넥스트의 투자는 의미가 크다. 해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해 온 삼성 넥스트가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삼성 넥스트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회사인 ‘스마트싱스’, 삼성페이 기술의 원천이 된 루프페이,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 등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그런 삼성 넥스트가 삼성페이와 경쟁할 기술을 개발한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음파 전송 기술로 해외 시장 공략


지난해 모비두의 매출액은 1억 5000만원 가량.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모비두의 기술은 간편 결제 이외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등 별도의 통신모듈이 없어도 소리만으로 통신할 수 있어 사물인터넷에 접목될 수 있다. 국내의 한 대학에서는 출석관리 시스템에 모비두의 음파 전송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강의실엔 스피커가 있지 않습니까. 그 스피커가 강의 시간, 교수 등의 정보를 담은 음파를 쏘고, 학생의 스마트폰이 이를 인식해 출석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입니다.”


이외에도 모비두는 스마트폰끼리 등을 맞대기만 하면 송금이나 결제가 이뤄지는 솔루션도 개발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많은데, 가맹점의 포스 인프라가 굉장히 열악합니다. 모비두의 음파 전송 기술을 이용하면 가맹점주의 스마트폰에 구매자의 스마트폰을 맞대기만 해도 결제할 수 있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모든 결제 서비스에 저희의 기술을 탑재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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